이미지: 유튜브 CBS

[왕좌의 게임] 작가들이 넷플릭스와 제작 계약을 맺었다.

지난 10년 간 [왕좌의 게임] 제작을 이끈 작가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즈는 드라마가 끝남과 동시에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주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 경쟁한 끝에 넷플릭스가 두 작가의 새 보금자리가 되었다. 영화와 TV 시리즈 모두 제작하는 일괄 계약이며, 계약 기간과 금액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5년간 3억 달러라는 보도가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 스트리밍 사이트가 자체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면서 배우나 감독만큼, 아니 그보다 몸값이 올라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유명 TV 제작자다. 최근 스튜디오들이 앞다투어 콘텐츠를 만들 인재들을 영입하러 나서며 시리즈 하나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작가/제작자의 수요가 늘었다. 히트작을 여러 편 만든 작가들의 몸값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베니오프와 와이즈가 받는 3억 달러는 엄청나긴 하지만 최고 금액은 아니다.

일괄 계약? 퍼스트 룩 딜?

할리우드 뉴스 중 제작사, 제작자, 작가 등이 스튜디오나 채널과 계약했다는 기사에서 일괄 계약 (오버롤 계약, Overall Deal) 또는 퍼스트 룩 계약(First Look Deal)이란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모두 TV와 영화 작품 제작 계약의 일반적 형태다.

일괄 계약은 일종의 전속 계약이다.

콘텐츠 창작자는 스튜디오와의 계약 하에 독점적으로 해당 스튜디오의 창작물을 기획 개발한다. 창작자가 일괄 계약 하에 창작한 작품은 계약이 끝나도 해당 채널이나 스튜디오의 소유로 남는다. 즉, 제작하지 못한 작품들은 일괄 계약이 끝나도 창작자가 가져가지 못한다. 일괄 계약은 보통 TV 시리즈 제작에 많으며 영화는 거의 없다. 베니오프와 와이스가 TV 시리즈와 영화 모두 계약한 건 특수한 경우로, 이는 스튜디오가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라 가능한 일이다.

퍼스트 룩 계약은 보통 개인 제작자가 아닌 제작사와 스튜디오가 계약을 맺는다.

퍼스트 룩 계약 하에서 스튜디오는 사전 개발비 투입이나 제작 투자를 위해 제작사가 기획 개발한 작품을 가장 먼저 검토할 수 있다. 스튜디오가 작품을 검토한 후 제작을 거절하면 제작사는 다른 스튜디오에 작품 제작을 제안할 수 있다. 따라서 일괄 계약과 달리 퍼스트 룩 계약은 제작사가 작품의 권리를 가진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제작사는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니콜 키드먼의 제작사는 아마존과, 레지나 킹과 [혹성탈출] 맷 리브스 감독은 넷플릭스와 퍼스트 룩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과 금액에 차이가 있지만, 일괄 계약과 퍼스트 룩 계약은 창작자 모두의 목표다.

제작 계약을 하지 않은 작가는 개별 작품에 고용되어 작가와 제작자로 일하며 급여를 받는데, 쇼 제작이 취소되거나 작가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바로 실업자가 된다. 반면 제작 계약을 한 작가는 선금과 연 단위 계약금을 받고, 자신의 이름이 제작자로 등록된 작품이 제작될 경우 집필 비용과 프로듀서 피 (producer’s fee)를 받는다. 계약 조건과 금액마저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제작 계약을 맺는 건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할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다.

(좌측부터) J.J. 에이브럼스, 숀다 라임스, 라이언 머피, 그렉 벌란티, 딕 울프
이미지: Lucasfilm / Twitter @shondarhimes / Instagram @mrrpmurphy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USA Network
제작자 J.J. 에이브럼스 숀다 라임스 라이언 머피 그렉 벌란티 딕 울프
스튜디오 워너 브러더스 TV 넷플릭스 넷플릭스 워너 브러더스 TV NBC유니버설
계약 기간/계약금(추정) 다년 / 약 5억 달러 4년 / 3억 달러 이상 4년 / 3억 달러 5년 / 4억 달러 4년 / 억 단위
대표작 앨리어스, 로스트, 프린지, 웨스트월드 등 그레이 아나토미, 스캔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글리,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애로우, 플래시, 슈퍼걸,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배트우먼 로 앤 오더: SVU, 시카고 파이어,시카고 PD, 시카고 메드

TV 톱 프로듀서 계약 스튜디오, 계약금 및 기간

경쟁은 치열하고, 몸값은 올라간다

톱 TV 쇼러너 영입 경쟁을 불붙인 쪽은 넷플릭스다.

10여 년 간 ABC의 간판 프로듀서였던 [그레이 아나토미] 숀다 라임스를 영입했고, 폭스의 히트 드라마 시리즈를 연달아 제작한 라이언 머피와 다년간 계약을 체결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금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으며, TV 톱 프로듀서 영입은 그 일환이다. 아마존과 애플도 협업할 베테랑 TV, 영화 제작자와 잇달아 계약을 체결한다. 기술 기업들은 두둑한 현금 주머니를 옆에 차고 제작자들에게 규모가 큰 계약을 제시한다. 스트리밍의 공격적 행보에 TV 미디어 스튜디오도 톱 프로듀서들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디어 기업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이를 만들 창작자가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만들고 멀티플랫폼으로 확산 가능한 스토리를 구축할 사람들은 격화된 스트리밍 서비스 전쟁에서 이길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시리즈 하나를 만들고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려면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몇몇 스튜디오가 작가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당장의 우위를 점하려면 검증된 성공 카드가 효과적이다. 당분간 쇼러너를 찾는 스튜디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쇼러너의 몸값은 더 치솟을 것이다. ‘억’ 소리 나는 계약이 많아지는 지금 상황이 양질의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질까? 톱 프로듀서들의 새 작품에 기대와 우려의 감정이 동시에 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