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의 2019년 3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3분기 실적은 매출 202억 4,500만 달러, 조정 주당 순이익은 1.35달러다. 매출은 시장 예측치 241억 5천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 사업 부문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토이 스토리 4], [캡틴 마블]까지 잇따라 대박을 터뜨렸고, 매출은 작년보다 33%나 증가했다. 반면 소비자 직접 제공 사업 부문은 가을 론칭할 디즈니+를 준비하며 매출 손실이 컸다.

이미지: 20세기폭스코리아

20세기 폭스 영화, 기대 이하의 부진

이번 실적 발표는 20세기 폭스 인수를 최종 완료한 후 처음으로, 폭스 인수가 디즈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기회다. 결과만 보면 폭스 인수는 디즈니에 적잖은 손실을 안겼다. 영화와 TV 스튜디오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극장 개봉 영화의 부진으로 20세기 폭스 스튜디오는 1억 7천만 달러 손해를 입었다. [다크 피닉스]가 특별히 언급되긴 했지만 [스투버], [브레이크스루], [톨킨] 등 폭스 계열 영화는 지난 세 달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상업 영화를 제작하는 20세기 폭스는 이미 대수술에 들어갔다. 디즈니는 4월 [마우스 가드], 6월 말 [에이리언 네이션] 리메이크 작업을 중단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선 현재 폭스가 기획 중인 모든 작품을 ‘원점에서 재평가’한다고 발표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디즈니,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의 성공을 가져온 원칙과 창조적 기준을 폭스 스튜디오에 적용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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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우선, 그래도 결과는 있어야 한다

흥행보단 작품성을 우선하는 폭스 서치라이트는 특수한 경우다. 밥 아이거는 폭스 서치라이트가 “이전처럼 프레스티지 영화를 제작하면서 소비자 직접 서비스 분야에서 퀄리티 높은 오리지널 스토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말했다. 바꿔 말하면 폭스 서치라이트의 영화 중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품은 극장에서 개봉하고, 그렇지 않은 작품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다.

폭스 서치라이트는 상업적 영화에 집중한 디즈니의 영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폭스 서치라이트와 FX 프로덕션의 콘텐츠는 디즈니 라이브러리에 다양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인디 필름메이커에게 사랑받는 스튜디오로서 서치라이트는 재능있는 필름메이커와 디즈니의 관계를 중개할 수 있다. 이들과 함께 할 필름메이커는 상업영화와 인디 영화를 왔다 갔다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토르: 라그라노크]로 인정받은 타이카 와이티티의 행보는 특별히 흥미롭다. [토르: 라그나로크] 후 그는 폭스 서치라이트와 [조조 래빗]을 만들었으며, [토르: 사랑과 천둥]을 만들기 전 다큐멘터리 [넥스트 골 윈즈]를 원작으로 한 스포츠 영화를 연출한다.

디즈니의 영향력 – 극장부터 홈미디어까지

디즈니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영화 배급 형태는 다음 세 가지일 것이다.

  • 박스오피스 흥행 또는 시상식 시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둘 영화. 디즈니뿐 아니라 모든 스튜디오의 입찰 경쟁 대상이며, 가치도 예상보다 더 높게 책정된다.
  • 작품성이나 재미는 있으나 흥행이나 시상식 시즌 퍼포먼스가 강하지 않을 영화. 스튜디오는 여전히 제작 배급권을 입찰하겠지만 극장 개봉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를 염두에 둔다.
  • 어떤 것도 보장하기 어려운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가 라이브러리 확장을 꾀하지 않는다면 생존은 어렵다.

물론 다른 스튜디오가 디즈니와 같은 전략을 취한다는 보장은 없으며, 완전히 반대되는 배급과 편성 전략으로 승부할 수도 있다. 다만 그런 위험을 감수할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 극장가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커지고, 작은 영화는 텐트폴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관객과 만날 접점을 찾기 어렵다.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 세계 구석구석 뻗어나가 사용자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전제가 있지만, 디즈니의 전략은 현재로선 가장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