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두 번째 프로그래머 추천작을 공개했다.

 

페미니즘 입문자라면 ‘#여성쾌락’
여성주의와 예술영화 둘 다를 원한다면 ‘내 발 아래’
이미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내 발 아래’

페미니즘에 막 입문한 여성들이라면 영리하며 주체적인 다섯 여성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여성쾌락]을 추천한다. 권은선 프로그램 위원장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 제기가 담겨있다. 성적 자기결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임파워링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주의에 대한 성찰은 물론, 예술 영화 보기의 즐거움 역시 양보할 수 없는 시네필이라면 [내 발 아래]가 더없이 매력적일 것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직업적 성공과 관계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매력적인 영화 언어로 표현했다.

[의자 뺏기 놀이]는 구인구직 시장 시스템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사는 삶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영화 [소공녀]의 독일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계발, 재취업 교육 등에 대해 피로감과 문제의식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래도록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그 ‘방’들, ‘룸’의 성정치
할리우드 미투 운동의 출발점 ‘와인스타인’
남성 중심의 ‘키친’에서 여성 쉐프들의 투쟁을 그린 ‘부엌의 전사들’
이미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부엌의 전사들’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남성 중심의 유흥 문화와 비즈니스 문제를 다룬 ‘룸의 성정치’ 부문에는 할리우드 미투 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던 와인스타인 형제의 실상을 보여주는 [와인스타인]과 남성중심적인 키친 문화를 고발하는 [부엌의 전사들]이 눈에 띈다. 성범죄 가해자들을 스스로 처벌하는 여성인물을 그린 [찌르개]를 보고 나면 영화적 상상력으로 부정의한 세상을 돌파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여성 영화사의 선구자 아녜스 바르다와 바바라 해머
이미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증거하는 몸’

올해 초 유명을 달리한 여성영화의 거목 아녜스 바르다와 바바라 해머, 두 여성 감독에게 경의의 마음을 전하는 추모전도 마련됐다. 특히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단편 6편은 바르다 감독의 팬이라면 꼭 챙겨볼 것을 추천한다. 바바라 해머 감독의 6개 단편 역시 그녀의 영화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데, 특히 유작인 [증거하는 몸]은 관객에게 강렬하고 경이로운 순간을 마주하게 하는 수작이다.

 

 

영화 속에 펼쳐지는 지난 100년 여성들의 얼굴
‘자유부인’부터 ‘미망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 바리터 30주년까지
이미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자유부인’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며 마련한 ‘100년의 얼굴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영화 속 가부장제의 틀을 뚫고 나온 여성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1950년대 ‘바람난 여성’이라는 센세이셔널한 소재로 큰 화제를 부른 [자유부인]과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인 [미망인]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박남옥 감독의 외동딸인 이경주 선생이 참석해 박남옥 감독의 생전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줄 예정이다.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는 지금은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전 모습과 투쟁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더욱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평화운동가로서 군위안부 피해자들의 투쟁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꼭 봐야 할 작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영상집단인 ‘바리터’ 30주년을 맞아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를 상영하고, 한국여성영화사에 남긴 의미를 짚는 스페셜 토크도 열린다. 시네-페미니즘의 뿌리를 알고 싶은 여성영화제작자와 80-90년대 여성운동을 회고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폴란드 여성들의 이야기
최초의 아우슈비츠 생존자 감독이 만든 ‘마지막 무대’
민주화 운동 역사에서 가려진 여성활동가를 찾는 ‘자유노조의 잊혀진 전사들’
이미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마지막 무대’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폴란드와 한국은 유사한 비극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이자 폴란드 영화의 대모 반다 야쿠보프스카 감독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만든 [마지막 무대]는 아우슈비츠 내 여러 인종, 계급, 국적의 여성 수감자들의 삶을 고르게 그려낸 수작이다. 1980년대 폴란드 민주화를 이루어낸 자유노조 운동 역사에서 잊혀지고 배제된 여성 활동가를 찾아가는 마르타 디도 감독의 [자유노조의 잊혀진 전사들]은 보는 내내 한국의 80년대와 그 때의 여성 운동가들을 떠올리게 한다.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폴란드 현대사가 궁금한 관객이라면 폴란드 최초의 집시 여성 시인이었던 파푸샤의 일대기를 그린 [파푸샤]를 놓치지 말자. 강인했지만 불행했던 파푸샤의 삶이 아름다운 흑백 풍경과 함께 펼쳐진다.

 

이번에 공개된 추천작을 포함한 모든 상영작은 오는 8월 13일(화) 오후 2시부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홈페이지(www.siwff.or.kr)에서 온라인 예매가 가능하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8월 29일 변영주 감독과 김민정 배우의 사회로 개막식이 개최되며 9월 5일까지 8일 동안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에서 다양한 영화와 이벤트가 열린다.

 

(제공: 서울국제여성영화제)

 

http://tailorcontents.com/movies19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