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Annapurna Pictures

두 고등학교 졸업생이 졸업식 전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모든 경험을 하려 하며 벌어진 사건을 그린 성장 코미디 [북스마트]는 지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영화제의 최고 화제작이었다. “끝없이 웃음을 선사하고 대담한 동시에 현실성을 결코 잃지 않는 여성 버디 무비(카린 제임스, BBC)”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리비아 와일드는 2003년 배우로 데뷔해 지금까지 크고 작은 작품 56편에 출연했지만, 장편영화 감독데뷔작 [북스마트]로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의 재능을 주목받았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필름메이커가 된 와일드의 여정을 살펴본다.

데뷔 16년, 대표작은 ‘하우스’

이미지: Fox

배우로서 올리비아 와일드의 대표작은 드라마 [하우스]다. 비밀스러운 레지던트 ‘써틴’ 역을 맡아 각종 연예매체에서 ‘TV 속 가장 섹시한 의사’ 순위에 오를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2년 드라마에서 하차해 영화 출연에 집중했지만, 어떤 작품도 [하우스]만큼 히트하지 못했다. [트론: 새로운 시작], [카우보이 & 에일리언], [그녀], [러시: 더 라이벌], HBO 시리즈 [바이널]에도 출연했다. 국내에선 [하우스] 외에 턱선이 예쁜 고전 할리우드 미인, SNL 출신 제이슨 서데키스의 약혼자로 유명하다.

우리가 잘 몰랐지만, 올리비아 와일드는 이미 단편영화를 만든 경력이 있다. 2011년 단편 [프리 허그]는 각본도 쓰고 연출도 맡았다. 2016년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Dark Necessities’와 에드워드 샤프 & 마그네틱 제로의 ‘No Love Like Yours’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와일드는 배우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창작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분야로 눈을 돌렸고, “외모와 전혀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는” 분야이기 때문에 연출에 특별히 관심을 가졌다.

‘북스마트’ – 기회가 왔다면, 놓치지 않는다

이미지: Annapurna Pictures

장편 영화 연출에 관심을 가졌지만 기회가 없었던 와일드에게 [북스마트]가 온 건, 성실하게 일하며 쌓아온 명성과 네트워킹의 결과였다. 영화 각본은 그에게 오기 전 2년 간 할리우드 영화 바닥을 돌아다녔다. [트로피 와이프] 에밀리 핼펨 & 사라 해스킨스가 처음 각본을 썼고, [나를 차버린 스파이] 수산나 포겔이 재집필했지만, 영화화를 위해선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와일드에게 각본을 준 사람은 친구이자 [슬리핑 위드 아더 피플] 등을 제작한 글로리아 산체스 프로덕션 사장 제시카 엘바움이다. 엘바움은 “올리비아는 장편 영화 연출 경험은 없지만 마치 10편은 연출한 것처럼 자신만만하며 확실한 비전이 있다.”라 평가한다.

와일드는 연출을 맡기 위해 안나푸르나 픽처스를 설득해야 했다. 그는 영화 [미도우랜드]에서 함께 일한 리드 모라노 감독에게 전수받은 대로 자신을 ‘스튜디오의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라 강력히 어필했다. 그는 “각본 재집필이 필요한 것은 안다. 나는 이 각본을 현대적이고 더 규모있게 업데이트하는데 기여하겠다.”라고 설득했다. 안나푸르나 CEO 메건 엘리슨은 와일드의 비전에 동감해 그에게 영화를 맡겼다. 안나푸르나는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작가 케이티 실버맨에게 각본 재집필을 맡겼고, 와일드의 뜻대로 배우를 캐스팅했다. [뷰티풀 보이] 케이틀린 데버, [레이디 버드] 비니 펠드스타인이 주인공 에이미와 몰리를 맡고, 빌리 로드, 제시카 윌리엄스, 리사 쿠드로 등이 합류했다.

이미지: Annapurna Pictures

엘바움은 와일드가 감독이 된 것이 “의사 결정 과정에 여성이 있었던 것이 1백만 퍼센트 영향을 미쳤다.”라고 평가한다. 와일드 또한 여성 영화인이 성장하려면 “이력서와 상관없이 여성 영화인의 열정과 기술을 보는 사람이 필요”하며, “신예 작가를 위해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북스마트] 촬영 기간은 26일로 짧았기 때문에 와일드는 자신이 배운 여러 노하우를 이용했다. 마틴 스콜세지처럼 모든 배우는 촬영 전 대본을 숙지하고 “대본 없이” 현장에 오게 했다. 에이미와 몰리가 다투는 롱테이크 장면을 위해 스파이크 존스처럼 감정을 이끌어내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자신이 배우로서 느꼈던 불편을 참고해 에이미와 다른 캐릭터의 러브신 촬영은 배우를 존중해 필요 인력을 제외하고 모두 내보냈다.

‘북스마트’의 평가와 흥행, 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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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마트]는 SXSW에서 입소문을 일으킨 후 미국 전역에 개봉했다. 현재까지 순제작비의 약 4배인 2,590만 달러로, 기대한 것에 비해선 다소 아쉽다. 영화 기자들과 평론가들은 영화 성적이 기대보다 저조한 건 작품이 문제가 아니라 안나푸르나의 배급 전략이 잘못됐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래도 그레타 거윅이 [레이디 버드] 이후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끝없는 러브콜을 받은 것처럼, [북스마트] 덕분에 와일드는 스튜디오이 앞다투어 모셔가려는 신예 감독이 되었다.

기세를 몰아 와일드는 다음 연출작을 두 편이나 정했다. 하나는 케이티 실버맨이 집필할 제목 미정의 여성 버디 코미디로, 스튜디오 여섯 곳이 입찰한 끝에 유니버설 픽쳐스가 제작 및 배급권을 가져갔다. 다른 하나는 [돈 워리, 달링]으로, 1950년대 가정주부가 주인공인 심리 스릴러로 역시 케이티 실버맨과 함께 만든다. 넷플릭스, 블룸하우스 등 크고 작은 제작사 18곳이 입찰 경쟁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워너 브라더스 산하 뉴라인 픽처스가 제작권을 획득했다. 앞으로 할리우드를 이끌어갈 감독으로 자리잡을 올리비아 와일드의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