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영화사 진진, (주)엣나인필름

더위가 한 풀 꺾이면서 극장가도 여름 텐트폴 영화 뒤로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개봉한다. 이중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어 화제를 낳은 [벌새]와 [아워 바디]가 눈에 띈다. [벌새]에서 주인공 은희 역을 맡은 박지후와 [아워 바디]에서 자영 역을 맡은 최희서는 ‘배우의 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모자를 정도로 좋은 연기를 펼쳤다는 후문이다. (‘아워 바디’의 최희서는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한국 독립영화에서 명연기를 펼친 뒤 지금은 충무로의 대표 배우로 성장한 이들이 많다. 2014년 19회부터는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과 뉴커런츠 부문에 출품된 한국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올해의 배우상’도 신설해 재능 있는 연기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올가을 부산에서는 어떤 배우들이 기분 좋은 놀라움을 전달할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부산에서 발견한 배우’들을 살펴본다. 

 

 

파수꾼 – 이제훈
이미지: 필라멘트 픽쳐스

이제훈의 커리어에 전환점을 가져온 [파수꾼]은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상영되었다. 뉴커런츠는 아시아 신진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경쟁 프로그램으로 아시아 영화의 허브를 표방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파수꾼]은 아들 기태(이제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의문을 가진 아버지(조성하)가 진실을 쫓으면서 알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제훈은 또래 아이들에게 ‘짱’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어딘가 외로움 가득한 기태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파수꾼]은 이제훈의 호연과 더불어 영화제 기간 동안 큰 호평을 받으며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상을 수상했다. 이제훈 역시 제48회 대종상 영화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고, [고지전], [건축학개론], [시그널], [박열], [아이 캔 스피크]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거인 – 최우식
이미지: 필라멘트 픽쳐스

부산에서 최우식을 발견한 영화는 [거인]이다. [여교사] 김태용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 초청되었다. 

[거인]은 집을 나와 보호시설인 그룹홈에서 자란 소년 ‘영재’의 성장기를 담은 작품으로, 최우식은 주인공 ‘영재’ 역을 맡아 그룹홈에 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는 아이로 호연을 펼쳤다. 이 같은 활약으로 최우식은 그해 처음 신설된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거인] 이후 최우식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하며, [부산행]과 [마녀]를 거쳐 [기생충]에서는 극을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주인공 기우 역을 맡아 송강호, 이선균 등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죄 많은 소녀 – 전여빈
이미지: CGV 아트하우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은정 역을 맡아 브라운관에서 활약 중인 전여빈은 작년 개봉한 [죄 많은 소녀]를 통해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 연기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죄 많은 소녀]는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작품으로, 같은 반 친구 경민(전소니)이 실종되자 경민과 마지막으로 같이 있었던 영희(전여빈)가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여빈은 영희 역을 맡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억울한 마음을 호소할 데 없는, 제목 그대로 죄 많은 소녀가 되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 같은 열연으로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도 수상했다. 차기작으로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허진호 감독의 신작 [천문: 하늘에 묻는다]와 폐업 직전 동물원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그린 코미디 [해치지않아]가 있다.

 

 

족구왕 – 안재홍
이미지: KT&G 상상마당

영화팬들에게 안재홍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은 [족구왕]이다. [족구왕]은 복학생 홍만섭 (안재홍)이 짝사랑하는 퀸카 안나(황승언)를 위해 학교 족구대회에 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드라마다.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 상영되었고, 영화제 내내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불었다. 안재홍이 연기한 홍만섭은 촌스러운 복학생 캐릭터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으로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 냈다.

 

 

한공주 – 천우희
이미지: 무비꼴라쥬

[한공주]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으로,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 초청되었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공주(천우희)가 전학 간 학교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과정을 세심하고 깊이 있게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천우희는 한공주 역을 맡아 지금도 고통 속에 힘들어하는 세상의 ‘공주’들을 위해 연기를 했다는 진심이 느껴질 정도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천우희는 [한공주]의 명연기로 각종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고, 저예산 독립영화의 주인공으로는 이례적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