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 하면 가장 먼저 넷플릭스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왓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가 기존 작품 외에 자체 제작 영화, 드라마를 공개한다는 게 강점이라면, 왓챠는 최근 들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는 양질의 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호평 일색인 HBO 드라마들이 두드러지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시즌 2가 공개된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가 눈에 띈다.

2017년에 공개된 [빅 리틀 라이즈] 시즌 1은 로튼토마토 93%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훌륭한 작품성부터 연출과 대본, 꽉꽉 들어찬 캐스팅에 더불어 주, 조연배우들의 놀라운 연기까지 골고루 갖추었기에 골든 글로브상을 거머쥔 작품이기도 하다.

이미지: HBO

드라마의 주인공은 니콜 키드먼의 셀레스트, 리즈 위더스푼의 매들린, 셰일린 우들리의 제인, 로라 던의 레나타, 조 크래비츠의 보니다. 시즌 1에서는 몬터레이의 공립 초등학교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동네 사람들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말들을 토대로 회상하듯이 인물들의 모습을 비춘다.

이야기는 몬터레이로 이사를 온 제인이 길에서 발목을 다친 매들린을 도우면서 시작하며,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들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가 제인의 아들 지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벌어진다.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그들은 몬터레이의 주된 가십거리이다. 워킹맘, 전업주부, 싱글맘 등 인물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두드러지는데, 지저분한 가십이 마치 편견처럼 덧씌워져 갈등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것처럼 보인다.

인물들의 큰 갈등 외에도 각자의 삶에서 작은 사건들이 촘촘하게 쌓여 서사를 구축해나가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기억의 편린과도 같은 이미지와 배경음악이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더 생생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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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은 마지막 에피소드로 갈수록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차곡차곡 쌓아왔던 서사가 마침내 폭발하면서 에피소드 내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문장을 공고히 하듯이 편견으로 가득 차 있던 시선을 모조리 깨부순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들의 갈등은 서로를 받아들이며 눈 녹듯 사라지고,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깊게 이해한다.

셀레스트의 남편 페리가 제인을 강간한 범인이며, 그동안 셀레스트를 학대하고 폭행했던 것이 드러나자 여성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셀레스트를 보호한다. 여자를 돕는 것은 여자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페리의 죽음 앞에서, 여성들은 작지만 큰 하나의 거짓말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더욱 견고히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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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에서는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메리 루이스가 새롭게 등장한다. 메리 루이스는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연기한 페리의 어머니로, 쌍둥이 손자의 양육권을 두고 셀레스트와 대치하며 새로운 갈등을 빚는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놀랍지만, 태연하게 건네는 말들로 피해자에게 비수를 꽂으며 가해자인 자식을 두둔하는 어머니를 그리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화가 절로 치밀 정도로 인상적이다.

시즌 1에서 여성들이 서로를 보듬고 연대하는 모습을 비췄다면, 시즌 2에서는 아물어지지 않은 상처를 조명한다. “거짓말은 유통 기한이 있다.” 이 대사가 시즌 2 전체를 아우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거짓말들로 감춰왔던 감정이 드러나고, 사건이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고통스러운 상처들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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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때론 서로에게 모질게 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위한 거짓말로 이어진 몬터레이 5인방의 연대는 끝까지 이어진다. 각자의 감정에 진실로 다가간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가장 큰 거짓말을 진실로 대면하기 위해 경찰서로 향하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세밀하게 감정을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연기도,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연출도 정말 눈이 부시는 작품이다. 평범한 것 같지만 평범하지 않다. 엄마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편견 어린 시선에 관한 내용도 매력적으로 잘 녹여내어 도저히 중간에 멈출 수 없을 만큼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왓챠에서 볼만한 드라마를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빅 리틀 라이즈]를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