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배상범

 

 

여러 시즌에 걸쳐 제작되는 미드의 특성상,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최종 시즌을 대차게 말아먹으며 팬들의 기대감을 박살 낸 작품이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용두사미 미드 5편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왕좌의 게임 시즌 1~8
이미지: HBO

미국의 국민 드라마이자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판타지 미드 [왕좌의 게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인물을 다룬 내용으로, 예측불허의 파격적인 내용과 스릴 넘치는 전개가 특징이다. 매 시즌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중대형급 영화 한 편을 제작할 수 있는 약 7천만 달러(한화 약 841억 원)에 달하며, 그에 걸맞은 스케일과 완성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2019년 5월 방영된 시즌 8은 시청자에게 엄청난 실망감과 분노를 안겼다. 수준 이하의 각본, 제작비를 어디에 썼는지 모를 연출, 지나치게 서두른 전개, 캐릭터에 맞지 않는 개연성 등 전체적인 완성도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심지어 커피잔이나 플라스틱 물병이 실수로 편집되지 않은 채 화면에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 시즌에 실망한 팬들은 다시 제작하라는 청원을 냈고, 16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시청자의 분노는 대단했다. 물론 다시 제작될 확률은 없지만, 몇몇 제작진과 배우들은 이에 불쾌함을 표하기도 했다. 마지막 시즌을 거하게 말아먹긴 했어도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왕좌의 게임] 세계관에 바탕한 새로운 스핀오프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다.

 

 

 

덱스터 시즌 1~8
이미지: Showtime

[덱스터]는 연쇄살인마를 살해하는 연쇄살인마라는 설정으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방영하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스토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준 시즌 1과 2는 높은 완성도의 웰메이드 드라마로 꼽힌다. 하지만 이후 시즌부터는 퀄리티가 흔들리며 점차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유지하며 시리즈를 이어갔지만, 마지막 시즌에 완전히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시즌 8은 스토리, 연출, 개연성, 캐릭터, 연기 모두 붕괴되면서 팬들의 분노와 조롱 속에 초라하게 퇴장했다. 게다가 털보가 된 나무꾼 덱스터가 등장하는 생뚱맞은 결말은 당시 논의되고 있던 [덱스터] 외전 시리즈를 무산시키기에 충분했다.

 

 

 

위즈 시즌 1~8
이미지: Showtime

[위즈]는 남편과 갑작스럽게 사별한 주인공 낸시가 생계유지를 위해 대마초를 팔게 된다는 내용의 블랙코미디다. 주인공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마약을 판매한다는 소재는 인기 미드 [브레이킹 배드]와 흡사하지만, [위즈]가 먼저 나온 작품이다. 시청자들은 비록 마약을 판매하지만 아들 두 명을 홀로 키워야 하는 낸시를 응원했고,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스토리 덕분에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낸시는 점차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심지어 범죄에 가담시키며, 아무도 공감할 수 없는 최악의 성격을 지닌 캐릭터로 변했다. [위즈]는 시즌 8로 마무리했는데, 낸시가 마약계의 거물이 되면서 벌어지는 현실성 없는 빈약한 스토리와 억지 반전, 어설픈 해피엔딩 등으로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트루 블러드 시즌 1~7
이미지: HBO

로맨스 호러 [트루 블러드]는 인간과 흡혈귀가 공존하는 세상을 다룬다.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수키와 유일하게 능력이 통하지 않는 뱀파이어 빌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를 담아낸다. [트루 블러드]는 높은 수위의 선정적인 장면을 포함한 자극적인 연출과 막장 스토리로 인기를 누렸다. 본문에 소개한 다른 작품보다 완성도는 미흡할 수 있으나 마지막 시즌에 열광적인 팬덤을 완전히 돌아서게 했기에 명단에 올랐다. [트루 블러드]는 수키가 요정이었다는 등 대책 없이 판을 키우면서, 식상하고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 이어져 시청자를 지루하게 했다. 심지어 수키가 빌이 아닌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어느 이름 모를 인간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마무리해 이미 실망한 팬들의 마음은 더욱 차갑게 식어버렸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시즌 1~9
이미지: CBS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는 제2의 [프렌즈]라 불리며, 오랜 시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시트콤이다. 주인공 테드가 아내를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데, 독특하게도 아내의 정체가 시리즈의 대부분 동안 밝혀지지 않는다. 아내의 얼굴은 시즌 8 마지막화에 처음 드러나고, 최종 시즌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오래 기다려온 만큼 아내와 테드의 이야기에 기대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테드와 아내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마지막 한편에서 급하게 다룬다. 문제는 그마저도 아내는 병에 걸려 죽고, 이후 테드가 오랜 친구이자 전 여자친구에게 다시 한번 데이트 신청을 하면서 끝이 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낚시성 결말과 아내에 대한 제작진의 부당한 대우에 거의 모든 팬들이 격분했고, 이후 DVD에 재편집된 엔딩(논란이 된 장면들이 제외된)이 실렸다. 결말도 결말이지만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는 시즌이 진행되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고, 마지막 시즌에 와서는 흥미거리 자체가 고갈된 상태였다. 실망스러운 엔딩 이후 계획 중이던 스핀오프 시리즈도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