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홍선 감독은 소재 발굴을 잘한다. 여객선에서 벌어지는 장기매매를 다룬 [공모자들], 인천 세관에 숨겨진 비자금을 터는 [기술자들], 30년 전 해결되지 못한 미제 사건을 동네 터줏대감이 추리하는 [반드시 잡는다]까지. 소재만 봐도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든다.

[변신]도 그렇다. 요즘 들어 자주 나오는 오컬트 장르지만, “삼촌, 어젯밤에는 아빠가 두 명이었어요”라는 예고편 대사가 귀를 쫑긋 세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이 가장 믿지 못하는 존재로 다가오는 의심의 공포, [변신]을 기대하는 이유다.

가족이 공포가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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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무대가 좁고 등장인물이 적다. 상업영화로서 약점이 될 수 있지만, 공포 장르를 만나면 강점이 된다. 또한 집과 가족이라는 소재를 벗어나면 스토리에 크게 영향을 주는 요인도 없다. 한정된 장소에서 소수의 등장인물이 엮이고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작은 변화가 무서운 결과를 도출한다.

[변신]은 전반부는 이 같은 장점이 빛난다. 엑소시즘을 잘못 행하다 사고를 낸 삼촌 중수(배성우) 때문에 이사를 가는 가족들. 짧은 장면에도 삼촌에 대한 원망과 서로 다른 생각으로 관계의 균열이 보인다. 가족들은 일상에서 심상치 않은 갈등을 드러내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서로에 대한 섭섭한 점이 있기에, 악마가 가족들로 변신해 상대방을 위협할 때는 그동안 응어리진 감정들이 폭발한다는 점에서 더욱 섬뜩한 잔상을 드리운다.

악마가 가족 중 하나로 변신한다는 설정은 배우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배역의 이중인격을 연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변신]이 무게감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도 이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성동일, 장영남, 배성우 등 베테랑 배우들이 펼치는 이중인격 연기는 감정의 편차가 큰 만큼 공포를 더한다.

[변신]은 가족 중 누가 악마인지 추측하며 보는 재미가 크다. 중반부부터는 구마 사제 삼촌 중수가 집에 돌아와 가족들을 모아 두고 악마를 밝혀내기로 하는데, 겉으로는 괜찮지만 실상은 악마의 연기일 수도 있다는 의심과 의도치 않은 행동이 오해를 낳는다. 인물의 행동과 대사에 집중해 가족 틈에 섞인 악마를 찾아내는 추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악마를 밝혀낸 후 떨어지는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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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팽팽하게 이어가던 공포와 긴장감이 후반부 되면서 급속도로 무너진다. 구마 의식에 비중을 두며 굳이 없어도 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스토리의 흐름이 어색해진다. 가족 중에 숨겨진 악마를 찾는 재미에 비해 악마를 밝혀내고 처단하는 방법은 동종 장르의 [엑소시스트] 이상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이디어의 부재도 아쉽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들의 존재감과 끝까지 호기심과 긴장감을 이어가는 스토리의 힘은 한국 공포영화에 반가운 ‘변신’으로 비친다. 폭염까지는 아니어도 여전한 더위를 자랑하는 여름 날씨에 어울리는 공포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