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가 한풀 꺾였음이 실감 난다. 극장가 역시 여름 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공세가 잦아들고 숨 고르기에 들어섰다. 올여름은 어떤 영화가 웃고 울었을까, 치열했던 여름 박스오피스를 살펴본다.

더위 먹은 여름 극장가

여름은 극장가 최대 성수기지만, 최근 몇 년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다. 2019년 8월 26일 현재 7-8월 관객수는 약 4,423만 명으로 2018년의 5,002만, 2017년의 5,123만 관객과 비교하면 570만~700만 가량 관객수가 급감했다. 이 같은 부진의 이유로는 천만 흥행 영화가 없다는 게 크다. 2018년 [신과함께-인과 연], 2017년 [택시운전사], 2016년 [부산행]처럼 관객을 사로잡아 극장가로 끌어들일 작품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기생충], [알라딘], [극한직업] 등 상반기 개봉작 중 천만 영화가 네 편이나 있었던 것과도 비교된다. 그만큼 꼭 보고 싶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의 부재를 체감할 수 있다.

여름 흥행 최강자는 ‘엑시트’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의외의 흥행을 보여준 작품도 있었다. 올여름 흥행 1위를 차지한 [엑시트]다. 개봉 전 미지근한 기대와 달리 신파 없는 재난 오락 블록버스터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8월 26일 현재까지 842만 관객을 돌파해 손익분기점 (350만 추정)을 2배 이상 넘고 9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9월부터 추석을 겨냥한 영화가 개봉하면 천만 돌파는 사실상 어려워 보이지만, 현재까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름도 디즈니 천하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천하’는 여름 극장가에도 계속됐다. 디즈니 실사화 프로젝트 [라이온 킹]은 7월 17일 개봉해 474만 관객을 동원했다. 장기 흥행을 하고 있는 [알라딘] 또한 7~8월에도 300만 관객을 추가로 동원해 디즈니 실사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 수익은 배급을 담당한 소니 픽처스가 대부분 가져간, 디즈니 계열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도 802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여름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대작 영화의 부진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원치 않았지만 올여름 극장가에도 희생작이 발생했다. [사자]와 [나랏말싸미]는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 배급사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흥행 실패의 충격이 더 크다.

한국영화 여름 빅 4의 선두타자였던 [나랏말싸미]는 개봉 전부터 불거진 역사왜곡 논란뿐 아니라 본편 역시 지루하다는 평가가 많아 쉽지 않은 출발을 예고했다. 결국 100만 관객도 미치지 못한 씁쓸한 성적표를 받고 극장가에서 퇴장했다. [엑시트]와 같은 날 개봉한 [사자]는 한때 예매율 선두에 있을 만큼 기대를 받았지만, 관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쉬운 완성도로 16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흥행 실패에 따라 후속편 [사제]의 제작도 불투명해졌다.

[엑시트]를 제외하고 여름 한국영화 대작이 대부분 실패해 걱정이 컸지만, 마지막으로 개봉한 [봉오동 전투]가 8월 26일 현재 454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450만 추정) 넘어 체면치레를 했다.

본가를 위협한 스핀오프의 질주 ‘홉스&쇼’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스

광복절 황금연휴를 강타한 [분노의 질주: 홉스&쇼]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 국내에서 유독 잘된 작품으로 기록될 듯하다. 개봉 첫 주말에 112만 명을 동원, 시리즈 최단기간으로 300만 관객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대한 신뢰와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액션에 대한 관객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기대 이상의 초반 흥행을 이끌어냈다. 또한 시리즈 최고 흥행을 거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365만)에 근접하고 있어 새로운 기록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외의 복병 ‘변신’

이미지: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서서히 여름 극장가 시장을 정리할 때쯤 이변이 벌어졌다. 공포영화 [변신]이 쟁쟁한 경쟁작을 물리치고 57만 관객으로 8월 4주 차 (23~25일) 주말 흥행 1위에 올라선 것이다. “공포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라는 편견을 깨고 기록한 흥행이라 의미가 있다. 다만 7월 말부터 현재까지 매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이 1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것에 비해 주말 관객 57만은 상대적으로 적다. 학생들의 개학과 여름휴가가 마무리되면서 극장가 여름 성수기도 끝났음을 의미한다. 주말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만, 손익분기점(165만 추정)까지는 조금 더 힘을 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