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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토마토, 평론의 다양성을 위해 움직이다

글. 배상범

최근 ‘로튼토마토’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600명가량의 새로운 평론가를 추가했다. 추가된 평론가의 55%는 여성이며, 60%는 프리랜서, 10%는 유튜브 및 팟캐스트 출신이다. 더불어 로튼토마토는 꾸준히 다양한 인종의 평론가를 영입해왔다고 전했다.

여성과 프리랜서,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영입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로튼토마토의 평론가 대부분이 조직에 소속된 백인 남성이기 때문이다. 작년 Annenberg Inclusion Initiative에서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최고의 영화 100선’을 선정할 당시 19,500개가 넘는 영화 평 중 77.8%가 남성 평론가의 글이었다. 대략 3.5명의 남자 평론가 당 1명의 여성 평론가가 있는 셈이다. 우수 평론가라 불리는 ‘Top Critic’으로 범위를 좁히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3,359개의 영화 평 중 여성 평론가가 작성한 글은 24%에 불과하다. 성비가 지나치게 편중된 탓이다.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동안 로튼토마토는 영화 평들이 편파적이며, 거기서 거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여성 중심의 영화에 대한 평가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종종 받았다. 지난 2016년, 매체 Salon의 Nico Lang은 여성을 핵심 관객층으로 염두한 영화 100편을 선정(2000년 이후 개봉작), 남성과 여성 평론가 사이의 점수 격차를 조사했다. 관객에게 폭넓은 인기를 얻은 [러브 액츄얼리]에 여성 평론가들은 평균 80.5점을 준 반면, 남성 평론가들은 59.3점을 주었다. 마찬가지로 여성 중심의 인기작 [블랙 스완]의 평점은 여성 평론가 95.2점/남성 평론가 84.9점, [금발이 너무해] 여성 평론가 81.5점/남성 평론가 64.1점, [인턴]은 여성 평론가 70.7점/남성 평론가 58.3점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여성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제작한 영화를 중년의 백인 남성들이 평가하니 편향적인 시선이 작품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모순적인 시스템은 여성향 영화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에도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Time지의 영화 평론가 Stephanie Zacharek은 ‘여성 영화’에 대한 남성의 인식이 [밀드레드 피어스](1945), [바람에 쓴 편지](1956) 시대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며 “설령 영화가 재미있다 한들, ‘여성 영화는 통속적’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것이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데드풀]이나 [다크 나이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남성을 위한 영화’라는 인식이 강한 몇몇 슈퍼 히어로 영화에 오히려 여성 평론가들이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점이다. 평론가 Angelica Jade Bastien은 “여성은 ‘남성의 시선’을 이해하며 자란다. 단순히 문화적인 요소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일이었다. 반대로 남성들은 굳이 여성의 시선을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라며 Zacharek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이 ‘여성이 평론가로서의 자질이 더 훌륭하다’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Women and Hollywood의 창립자 Melissa Silverstein은 “여성이 세상을 다르게 본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다. ‘더 좋게’, 혹은 ‘더 나쁘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기존의 로튼토마토 평론가들은 최신 영화 트렌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앞서 소개한 Annenberg Inclusion Initiative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로튼토마토에 등록된 평론가 전체 중 82%, ‘우수 평론가’는 88.8%가 백인이다. 최근 북미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블랙클랜스맨], [블랙 팬서] 등은 유색인종이 중심인 영화다. 세 작품 모두 평단으로부터 상당히 좋은 평가(91%, 96%, 96%)를 받기는 했지만, 로튼토마토 평론가 중 대부분이 백인이기에 정작 유색인종의 목소리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새로이 영입된 600명의 평론가 중 몇 명이 유색인종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로튼토마토는 특정 제작사의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예를 들면 마블 영화에 대한 평가는 과하게 후한 반면, 타 제작사의 슈퍼히어로 영화에는 냉소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채로운 취향을 지닌 프리랜서의 합류로 해소할 예정이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덧붙여 로튼토마토 평가와 달리 관객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정받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비평가의 평가는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올해를 ‘디즈니의 해’로 만들어준 [알라딘]과 [라이온 킹]도 마찬가지다. 두 작품 모두 평단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관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면서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각각 10억 4,500만 달러와 15억 7,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새로운 평론가들의 투입은 더욱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의 평론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루하고 편향된,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영화 평점에 지친 관객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로튼토마토는 추가적으로 10만 달러(한화 약 1억 2천만 원)를 투자해 영화 평론의 다양성 확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국제영화제 참석에 어려움을 겪는 평론가들에게 필요한 경비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양한 평론가들이 영화제에 참석하는 것은 영화계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많은 영화가 영화제에서 선공개되는데, 이때 평단의 반응에 따라 이후 영화의 전체적인 평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냐 마느냐를 판가름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더욱 많은 평론가들이 영화제에 참석해야 작품에 대한 폭넓은 평가가 초기부터 정립되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평론이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평론가의 다양성을 확보해 영화를 보는 전 세계의 다양한 관객과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로튼토마토는 지금까지 편향된 평가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직접 거액을 투자하고 변화를 모색하며 달라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로튼토마토는 약 5000명의 평론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된 600명을 넘어 계속해서 새로운 평론가들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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