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해외 영화를 보기 전 무심코 확인하는 그것이 있다. 바로 로튼토마토! 평론가의 글을 세세하게 읽지 않더라도 토마토의 색이 초록인지 빨강인지, 수치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부터 하게 된다. 이왕이면 높은 점수로 빨간 토마토를 받은 영화가 보기 전 기대감을 꺾어놓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아름답게 빨간 토마토를 가져가지 않는다. 제법 빈번하게 썩토 영화가 출몰하는데, 때로는 그저 그런 완성도가 아니라 참담한 수준으로 무너지기도 한다. 평론가들이 절레절레 몸서리치는 바람에 로튼토마토에서 한 자리 점수를 받은 영화 4편을 에디터들이 직접 보고 소개한다. 정말 문제가 많은 영화였을까?

 

 

드림 하우스(Dream House) – 등에서 땀날 줄 알았는데 눈에서 땀나네
이미지: (유)영화사 화수분

비평가 점수 6% / 관객 점수 36%

에디터 홍선:  로튼에서 신선도 지수 6%를 받은 이 영화가 소름 돋는 공포와 스릴뿐 아니라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게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금 소개할 [드림 하우스]가 이야기다. [드림 하우스]는 뉴욕의 출판사에서 인정받는 편집자로 지낸 윌이 아름다운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새 집으로 이사를 가지만 과거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그린다.

 

[드림 하우스]는 익숙한 하우스 호러를 표방하지만 가족을 위협하는 적은 누구인지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 중간에 밝혀지는 반전은 영화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긴 여운도 전한다. 등에서 땀이 날 줄 알고 봤는데, 눈에서 땀이 난다. 느릿한 서사는 아쉽지만, 확실한 몰입감과 감성적인 터치가 돋보인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레이첼 와이즈는 [드림 하우스]를 찍다가 연인으로 발전했는데, 그래서인지 부부로 출연하는 두 사람은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 장르적인 재미는 물론 영화의 분위기를 바꾸는 반전과 두 배우의 명연기까지 합쳐진 수작인데, 왜 이렇게 로튼에서 처참한 평가를 받았는지 그 자체가 미스터리다.

 

 

칵테일(Cocktail) – 당황스러운 내용을 잊게 하는 리즈 시절 미모
이미지: Buena Vista Pictures

비평가 점수 5% / 관객 점수 58%

에디터 현정: 세월은 거스를 수 없어도 미소만큼은 여전히 매력적인 배우 톰 크루즈. 리즈 시절 미모라면 어떤 것도 용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출연작 중 가장 처참한 평가를 받은 영화 [칵테일]에 도전했다. 로튼토마토에서 가장 낮은 5%의 스코어를 기록한 문제작 말이다. 1989년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영광스러운(?) 영화를 소개한다.

 

[칵테일]은 대학 졸업장은 없지만 패기와 열정 넘치는 청년 브라이언이 바텐더로 일하며 성공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고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30년 전 영화이기에 화질은 눈이 피곤할 만큼 떨어지지만, 잘생김은 어디 가지 않는다. 호기롭게 사회에 도전했다 번번이 좌절하던 브라이언이 커글린을 만나 바텐더로 자리 잡는 과정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을 만큼 흥미롭다. 문제는 매력이 거기까지라는 것. 이후 이야기는 ‘칵테일’이란 제목이 무색한 것은 물론, 설득력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막장 전개로 당혹스러움을 안긴다. 그럼에도 톰 크루즈와 엘리자베스 슈의 풋풋한 미모는 좋더란. 아마 58%라는 관객 점수는 두 배우의 매력이 기여했기 때문 아닐까.

 

 

킬링 미 소프트리(Killing Me Softly) – 섹시한 분위기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이미지: Metro-Goldwyn-Mayer

비평가 점수 0% / 관객 점수 40%

에디터 혜란: 영국에 사는 미국인 앨리스가 아담과 만나 불같은 사랑을 하고 온갖 미스터리한 일을 겪은 후 사랑에서 빠져나온다는 내용의 에로틱 스릴러. 헤더 그레이엄과 조셉 파인즈가 앨리스와 아담을 연기하고, [패왕별희] 첸 카이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에로틱 스릴러’라고 소개해서 영화에 ‘스릴러’를 바란다면 기대를 접는 게 좋겠다. 앨리스가 아담을 사랑하지만 그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긴 하지만, 앨리슨이 아담의 과거를 조사하고 그를 의심하는 모든 과정이 재미있지 않다. 게다가 반전으로 준비한 진실은 놀랍다기보단 징그럽다.

 

그래도 ‘로맨스’ 파트는 나쁘지 않았다. 선남선녀가 첫눈에 반하는 순간부터 눈을 잡아챈다. SM의 경계를 넘나드는 관능적인 섹스신이나 마약같은 관계에 빠져들며 앨리스가 변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캐릭터 구축 과정 자체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후반부 긴장감 제로의 플롯이 더 아쉽다. 스릴러 파트가 더 탄탄했다면 모든 게 끝난 후 이들이 헤어질 때 안타깝고 아쉬웠을 테니까.

 

 

갱스터 러버 (Gigli) – 헛웃음이 나와서 로맨틱 ‘코미디’인 건가?
이미지: Columbia Pictures

비평가 점수 6% / 관객 점수 13%

에디터 영준: 차라리 121분 동안 누워서 숨만 쉬는 게 더 생산적이다. 골든 라즈베리상 7관왕에 빛나는 [갱스터 러버]는 [여인의 향기] 마틴 브레스트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처참한 완성도를 지녔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이 작품을 직접 보니 왜 ‘역대 최고의 망작’ 리스트에 항상 포함되는지 알 것 같았다.

 

일단 [갱스터 러버]는 조직의 안위를 위협하는 검사의 동생을 납치한 래리와 그를 감시하기 위해 고용된 레즈비언 용병(?) 리키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다소 의아하긴 하지만, 조금 양보하면 그런대로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엉망이라는 점이다.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사와 ‘혹시 놓친 부분이 있나?’라며 되감기를 눌렀다가 ‘아… 정말 이렇게 전개되는구나’ 싶게 하는 개연성, 그리고 실제 연인이었음에도 케미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즈의 어색한 호흡까지. 보고 나서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라고는 두 배우의 리즈 시절 미모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뿐이다. 그러나 굳이 이 때문에 [갱스터 러버]를 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굿 윌 헌팅]과 [웨딩 플래너]를 돌려보는 편이 100배는 정신 건강에 이롭다. 아, 어이없어서 웃게 만드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