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5일, 뉴욕 타임스 소속 기자 조디 캔터와 메건 튜이는 할리우드 거물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범죄를 폭로했다. 10월 10일, 10월 30일 두 차례 후속 기사가 발행됐고, 와인스타인이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저지른 수많은 범죄가 드러났다. 미라맥스와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주니어급 직원부터 모델, 배우 지망생, 유명 배우까지, 피해자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유형도 다양했다.

보도 직후 와인스타인 컴퍼니는 창업자를 해고했고, 2018년 상반기 회사는 도산했다. 와인스타인의 부인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과학아카데미는 그를 제명했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현재 뉴욕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요행으로 법의 처벌을 피한다 해도 이전 같은 명예와 부를 다시 누리진 못할 것이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왜 오랜 시간 동안 범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았을까?

캔터와 튜이는 취재 과정을 정리한 책 「그녀가 말했다: #미투 운동 촉발에 기여한 성추행 기사 보도(She Said: Breaking the Sexual Harassment Story That Helped Ignite a Movement)」을 곧 출간한다. 책은 하비 와인스타인이 포식자로 존재하게 한 시스템과 공모한 자들을 공개한다. 그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많고 다양하며, 예상치 못한 인물도 있다.

*책 내용은 뉴욕타임스의 서평, CBS This Morning 인터뷰를 참고했습니다.

이미지: Penguin Presss / CBS This Morning

기사의 시작

하비 와인스타인이 거액의 합의금과 기밀유지 조항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고, 증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고 사람을 붙여 감시하고 협박한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됐다. 캔터와 튜이에 따르면 와인스타인이 피해자에게 제시한 기밀 유지 조항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피해자는 다른 피해자, 동료, 가족에게 말할 수 없었고, 이들의 피해 사실을 들은 심리상담사 또한 비밀을 유지해야 했다. 두 기자도 피해자를 찾거나 증언을 듣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기사의 단초는 예상외로 와인스타인 컴퍼니 내부에서 나왔다. 회사의 회계 담당 임원 어윈 라이더는 와인스타인의 비행이 회사에 영향을 미칠 걸 염려해 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어윈은 캔터와 몇 차례 만나 폭로 기사에 핵심이 될 내부 문서를 건넸다. 그중엔 도서 담당 에이전트가 자신의 피해 사실과 동료들의 대화를 옮긴 내부 메모도 있었다.

와인스타인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자신의 범행 사실을 비밀로 지켰다. 캔터와 튜이 등 기자 5명이 2017년 12월 공개한 ‘공모자들’엔 와인스타인이 오랜 시간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을 자세히 기술했다. 와인스타인이 고용한 블랙 큐브 시큐리티는 피해자들을 스토킹 했고,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피해자들의 명성에 해가 될 만한 기사를 발행했다. 하비 와인스타인을 위해 일한 인사담당자, PR 전문가, 와인스타인의 작품에 스타들을 출연시키길 원하는 에이전트, 하비 와인스틴에게 다른 스타들과의 인터뷰나 책 출판 기회를 약속받은 기자들, 와인스타인과 피해자의 합의를 이끈 변호사도 있다.

여성인권 변호사, 검사, 연방 기관도 와인스타인의 공모자

이미지: ABC The View

책은 한 발짝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놀랄 만한 공모자들을 공개했다.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이끌어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스는 오랫동안 와인스타인의 법률 고문으로 일하며 수단 방법을 동원해 범죄 사실 폭로를 막았다. 린다 페어스타인 맨해튼 검찰 성범죄 담당 검사는 2014년 이탈리아인 모델이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을 때 담당 검사와 와인스타인의 법률 대리인을 연결해 주고 피해자 여성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데 일조했다. 연방 기관인 평등고용추진위원회는 와인스타인과 피해자 간 성폭력 관련 합의를 비밀로 부쳤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인물도 있다. 글로리아 올레드는 성폭력과 차별에 피해받는 여성을 대변했으며 최근엔 빌 코스비를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올레드의 로펌은 2004년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성이 기밀 유지 각서에 서명하도록 협상을 주도하고, 합의금의 40%를 챙겼다. 책은 “글로리아 올레드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명성을 쌓아왔지만, 올레드의 일과 수익의 일부는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협상을 중재하고 범죄 사실을 묻는 데서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2017년 캘리포니아 주가 성범죄 합의에 기밀 유지 조항 포함을 금지하는 내용을 입법하려 하자, 올레드는 이를 비난하며 조치를 취할 것이라 위협한 사실도 드러났다.

올레드의 딸 리사 블룸은 와인스타인과 더 적극적으로 공모했다. 그는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약자와 여성을 대변했고, 최근엔 빌 오라일리의 피해자를 변호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하비 와인스타인과는 오랫동안 변호사-고객 관계를 유지했다. 책은 블룸이 와인스타인에게 피해자 로즈 맥고완의 피해 폭로에 어떻게 대응할지 자세히 알려줬다고 폭로했다. 맥고완을 거짓말쟁이로 포장할 부정적 기사를 내보내고, 양성 평등 문화를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하며, PR 회사를 고용해 부정적 기사를 압박하고, 먼저 인터뷰를 해 모든 소문들이 그를 해하려는 근거 없고 더러운 이야기라 포장하는 것 등이다. 그는 와인스타인에게 보낸 메모에 “당신이 세상의 수많은 로즈들을 상대로 싸우는 걸 돕는 건 내가 적격이다. 그런 사람들을 수없이 변호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언급된 당사자들의 반응은?

이미지: Sky News / NBC 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

피해자 중 특별히 타깃이 된 로즈 맥고완은 분노했다. 그는 버라어이티와의 인터뷰에서 서평에서 공개된 내용에 큰 상처를 받았고, “여전히 최악의 가스라이팅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리사 블룸과 데이비드 보이스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리사 블룸은 뉴욕타임스 서평이 공개된 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작년에 제 사과를 보지 못하셨던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합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보이스의 대변인은 “맥고완의 믿음은 그의 몫이지만 반응은 합리적인 대화의 범주에선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캔터와 튜이의 취재를 적극적으로 도운 기네스 팰트로의 피해 사실도 다시 조명됐다. 펠트로는 20대 초반이었던 90년대 초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당시 남자친구인 브래드 피트에게 털어놓았다. 브래드 피트는 와인스타인에게 펠트로를 놔두지 않으면 범죄 사실을 폭로하겠다 말했고, 와인스타인은 펠트로에게 “네 커리어는 끝이다”라고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트로의 폭로에 대해 와인스타인의 대변인은 “기네스 펠트로는 아버지가 프로듀서, 어머니가 배우인 할리우드 로열티다. 굳이 와인스타인과 영화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가 스스로 선택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기 일이 걸렸다는 말은 과장이다.”라며 펠트로의 증언을 깎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