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올해는 같은 날 동시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 세 편을 제외하고 눈에 띄는 신작이 없고, 연휴마저 짧게 느껴진다. 이럴 때는 재밌다고 소문만 들었거나 보려고 찜해두었던 해외 드라마를 꺼내보는 게 어떨까? 혹은 연휴를 이용해 해외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뭐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래의 리스트를 참고하자. 최근 1~2년 내에 공개되어 정주행이 부담스럽지 않은 작품들만 모아봤다. 좋아하는 드라마가 없다고 해서 서운해하지 말자. 세상에 볼만한 드라마는 차고 넘친다.

이미지: 왓챠

체르노빌(Chernobyl) – 5부작, 322분, 15세, 왓챠플레이

현재까지 올해 최고의 화제작은 1986년 소련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HBO 드라마 [체르노빌]이다. 폭발 사고가 일어난 시점부터 이후 수습 과정을, 마치 그 시대를 그대로 옮겨온 듯 사실적으로 재현해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후쿠시마 방사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내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영화 평가/추천 서비스 왓챠에서 해외 드라마 중 가장 높은 4.7점을 기록 중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마인드헌터(Mindhunter) – 시즌 1~2, 총 19부작, 1011분, 청불, 넷플릭스

최근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된 [마인드헌터]는 전직 FBI 요원 존 E. 더글라스의 저서를 토대로 범죄자 프로파일링 기술을 정립하려는 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프로파일링에 대한 개념이 없던 1970년대 말, FBI 행동과학부 요원 홀드와 빌은 웬디 박사와 함께 팀을 꾸려 살인자들을 인터뷰하며 범죄자의 이상 심리를 탐구한다. 시즌 2는 찰스 맨슨을 비롯해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 등장하며,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최소 28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애틀랜타 살인사건을 주요 이야기로 다룬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실제 인물에 기반해 허구의 설정을 가미하고 새롭게 창조됐다.

이미지: 왓챠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 – 시즌 1~2, 총 14부작, 696분, 15세, 왓챠플레이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을 각색한 [빅 리틀 라이즈]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누가 죽었는지에 대한 살인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비밀을 숨기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를 다룬다.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쉐일린 우들리, 로라 던, 조 크라비츠, 메릴 스트립,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등 화려한 캐스팅과 끝까지 호기심을 유발하는 미스터리, 섬세하고 우아한 연출이 돋보인다. 시즌 2는 원작의 이야기를 확장해 사건 이후 각자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미지: 왓챠

킬링 이브(Killing Eve) – 시즌 1~2, 총 16부작, 670분, 청불, 왓챠플레이

[그레이 아나토미]로 친숙한 산드라 오가 주연을 맡은 [킬링 이브]는 권태에 빠진 정보 요원과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 암살자의 쫓고 쫓기는 관계를 그린다. 남성 중심의 첩보물의 관습에서 벗어나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워 성전복의 짜릿한 쾌감을 안긴다. 루크 제닝스의 첩보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주요 설정만 채택했을 뿐 새로운 이야기라 해도 무방하다. 책을 읽었다면, 드라마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2020년 세 번째 시즌이 공개된다.

이미지: 왓챠

리틀 드러머 걸(The Little Drummer Girl) – 6부작, 364분, 청불, 왓챠플레이

박찬욱 감독의 첫 해외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은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무명의 영국 배우 찰리가 모사드의 주도하에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조직에 침투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소재로 하지만, 임무에 깊숙이 빠져들수록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찰리의 이야기에 중심을 둔다.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더 보이즈(The Boys) – 8부작, 477분, 청불, 아마존

마블 영화의 성공은 드라마에도 슈퍼히어로 열풍을 몰고 왔다. 물론 이전에도 슈퍼히어로를 다룬 드라마가 선보였지만, 지금의 장악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안방극장의 슈퍼히어로 열풍에 과감한 시도로 주목을 끈 드라마가 있다. 얼마 전 아마존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더 보이즈]다. 초능력을 악용하는 부패한 슈퍼히어로를 추적하는 자경단의 이야기로, 드라마에서 슈퍼히어로는 정의로운 이미지로 대중을 현혹할 뿐, 실제로는 권력을 남용하고 사악한 욕망을 추구하는 위선적인 초능력자에 불과하다. 뻔한 히어로물이 질린다면 적극 추천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엄브렐러 아카데미(The Umbrella Academy) – 10부작, 538분, 15세, 넷플릭스

마블과 이별한 넷플릭스는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보컬 제라드 웨이의 동명 코믹스를 각색한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선보였다. 한날한시에 태어나 억만장자에게 입양된 7명의 초능력자들이 양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세계 멸망의 위협에 맞서는 이야기다. 정의로운 히어로 대신 문제적 히어로를 내세우고 인물의 트라우마를 다룬다. 정의를 추구하는 히어로물의 관습에서 벗어난 전개는 신선한 흥미를 유발한다. 내년 시즌 2가 공개될 예정이니 지금이라도 도전해보자.

이미지: 넷플릭스

DC 타이탄(Titans) – 11부작, 499분, 청불, 넷플릭스

비록 스크린에서는 마블이 우위를 점했지만, 안방극장에선 DC가 우세한 모습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론칭한 이후에는 바뀔 수 있겠지만) [DC 타이탄]은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한 로빈을 주축으로 슈퍼히어로들이 정체불명의 악에 맞서기 위해 ‘타이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룬다. 선과 악의 뚜렷한 대결 구도를 기대한다면,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에 집중하는 시즌 1은 프리퀄에 가까워 보인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는 시즌 2가 방송 중이며, 넷플릭스에는 내년 초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넷플릭스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s) – 18부작, 217분, 청불, 넷플릭스

데이빗 핀처와 팀 밀러가 제작에 참여한 성인을 위한 앤솔로지 애니메이션. SF, 판타지, 호러, 액션, 코미디를 망라하는, 6분에서 17분까지에 이르는 신선하고 대담한 18개의 이야기가 사랑과 죽음, 로봇을 주제로 펼쳐진다. 에피소드마다 감상의 편차는 있지만, 보기 드문 시도가 반가운 작품이다. 시즌 2는 [쿵푸 팬더] 2, 3편을 연출한 여인영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The Dark Crystal: Age of Resistance) – 10부작, 493분, 12세, 넷플릭스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는 CG에 익숙한 대중에게 쉽게 접하기 힘든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반지의 제왕] 못지않은 대서사시를 사람에 의해 조종되는 인형극으로 재현한 것. 1982년작 [다크 크리스탈]의 프리퀄 서사이기에 오리지널 영화를 본 적이 없다 해도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리즈를 끝내고 나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 찾게 될지 모른다. [다크 크리스탈]은 일곱 종족의 리더로 군림하는 스켁시족의 음모를 밝히려는 세 명의 용감한 젊은이를 중심으로 저항 세력의 모험을 담아낸다.

이미지: 넷플릭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 – 8부작, 395분, 청불, 넷플릭스

성 상담사 엄마 덕분에 경험은 없지만 이론은 강한 10대가 또래의 성 고민 해결사로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10대의 성이라는 대담한 소재를 선정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하이틴 드라마의 성장 서사에 녹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한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에이사 버터필드와 [X 파일], [한니발]의 질리언 앤더슨이 출연하며, 2020년 시즌 2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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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들(Elite) – 시즌 1~2, 총 16부작, 796분, 청불, 넷플릭스

살인 미스터리와 MSG 듬뿍 들어간 막장 서사가 만난 스페인 드라마. [엘리트들]은 제목처럼 부유층 자제만 다니는 명문 사립학교에 저소득층 지역의 학생 세 명이 전학생으로 오게 된 후 벌어지는 시기와 질투, 빗나간 우정과 사랑, 문화와 계층의 갈등을 빠른 속도로 담아낸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면서도 훈훈한 비주얼의 배우들과 계속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긴장감 있는 연출에 멈출 수가 없다. 막장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도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