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영화제가 막을 내렸고, 토론토영화제가 개막했다. 올해도 영화 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할 영화들이 공개됐는데, 모두가 찬사를 보내는 작품도 있고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도 있다. [조커]는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내년 아카데미상 유력 후보로 등극했다. DC 코믹스 대표 빌런 ‘조커’를 탐구한 것이 영화의 매력이겠지만 [택시 드라이버]가 연상될 만큼 범죄를 미화했다는 평가도 있어 논란은 계속될 듯하다. 로만 폴란스키, 네이트 파커 등 성범죄 전력으로 논란을 일으킨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에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범죄를 미화한 영화가 찬사를 받아야 하는가?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해 생각할 수 있는가?”는 아마 이번 시상식 시즌의 가장 큰 화두가 될 듯하다. 그 외에 이번 주 할리우드를 수놓은 말들을 모았다.

로버트 패틴슨에게 조언? 혼자 볼일 보는 법을 배워야 해 – 크리스찬 베일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주)해리슨앤컴퍼니, ㈜프레인글로벌, (주)영화사 오원

‘배트맨 선배’가 ‘배트맨 후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연기 조언이 아닌, 예상치 못한 팁으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삼부작에서 브루스 웨인/배트맨을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더 배트맨]의 새 ‘어둠의 기사’ 로버트 패틴슨의 캐스팅에 “훌륭한 선택이다. 패틴슨은 매우 흥미로운 배우”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후 도움이 될 만한 전달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몇 년 전 벤 애플렉에게도 같은 조언을 했다. 본인 스스로 볼일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지 못할 때에는 슈퍼 히어로 같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라며 상당히 실용적인(?) 팁을 전수해주었다. 아무래도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 슈트는 개인적인 근심을 덜어내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던 모양이다.

출처: 트위터

아동 강간범 로만 폴란스키, 베니스 영화제 수상 영광 – 데일리비스트

이미지: Gaumont

로만 폴란스키의 [나는 고발한다]가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당연히 결과를 두고 찬사와 비난 모두 터져 나왔다. 폴란스키는 1970년대 13세 소녀를 성폭행했고, 선고 직전 유럽으로 도망친 전력이 있다. #미투운동 이후 성범죄 전력이 거론되며 폴란스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지만, 베니스영화제는 그를 영웅으로 대접했을 뿐 아니라 상까지 안겨줬다. 누군가는 은사자상을 받을 만큼 영화가 좋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아동 강간범에게 예술로 면죄부를 줬다고 비난한다. 심사위원들은 폴란스키가 아닌 “영화만 봤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신의 무죄를 끊임없이 주장하는 폴란스키가 대중의 광기 때문에 스파이 누명을 쓴 ‘드레퓌스’ 사건을 영화로 만든 것이 우연의 일치인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격렬한 토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출처: thedailybeast

우디 앨런 신뢰해, 언제라도 함께 일할 것 – 스칼렛 요한슨

이미지: (주)퍼스트 런, 글뫼

근래 이름이 자주 거론된 할리우드 감독을 꼽자면 우디 앨런과 로만 폴란스키일 것이다. 애석하게도 좋은 일 때문은 아니다. 전자는 진위여부를 두고 공방전이 오가고 있고 후자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차이지만, 어쨌거나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두 사람을 많은 이들이 곱게 볼 리 없다. 그러나 ‘예술가’로서 이들의 실력을 인정하거나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옹호하는 할리우드 스타들도 제법 있는 편인데, 최근 스칼렛 요한슨이 우디 앨런의 편에 서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우디 앨런을 좋아한다. 그를 항상 신뢰하며, 언제라도 함께 일할 것이다”라며 운을 뗀 그녀는 “기회가 닿으면 항상 연락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숨기는 것이 없다. 우디 앨런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나는 그를 믿는다”라며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뒤이어 이러한 발언을 망설이지 않고 한 것에 대해 요한슨은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난 상황이다. 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라면서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만 뜻을 꺾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출처: hollywoodreporter

여성 007 찬성해, 이젠 남성들이 자리를 비켜줄 때다 – 피어스 브로스넌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는 백인 남성 배우들이 도맡아 연기한 캐릭터다. 숀 코너리를 시작으로 ‘6대 제임스 본드’를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예외는 없었다. 그러나 다니엘 크레이그가 내년 개봉을 앞둔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자 차기 후보에 이전과 달리 다양한 배우들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물론 많은 백인 남성 배우도 물망에 올랐지만, 이드리스 엘바나 에밀리 블런트처럼 전통을 타파하는 캐스팅 루머가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은 이러한 변화, 특히 ‘성 전복’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여성 캐스팅을) 당연히 찬성한다”라며 말문을 연 이후 “지난 40년 간 남성 배우들이 제임스 본드로 활약했다. 이젠 자리를 비켜줄 때다”라며 의견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시리즈 제작을 도맡고 있는 바버라 브로콜리가 있는 시일 동안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흑인 여성 배우 라샤나 린치가 코드네임 007을 물려받고 활약한다는 소식이 있으니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기엔 이른 듯하다.

출처: hollywoodreporter

화이트워싱 아닙니다 – 다코타 패닝

이미지: Parallel Films, Sienna Films, HanWay Films

다코타 패닝이 주연을 맡은 새 영화 [스위트니스 인 더 밸리]가 잠깐 논란이 되었다. 한 매체가 영화를 소개하는 기사에 ‘다코타 패닝이 무슬림 에티오피아인을 연기했다’라는 헤드라인을 붙였기 때문이다. SNS에서 화이트 워싱이 혐의가 제기되며 영화를 보이콧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패닝이 직접 영화의 설정을 설명했다. 그가 연기한 ‘릴리’는 영국인으로 7살 때 아프리카에 버려져 무슬림에게 입양되어 자랐고, 아프리카 내전 이후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고국’으로 계속 보내진다. 영화는 캐나다인 작가 카밀라 깁의 소설이 원작이며, 주인공은 원래 백인이었기 때문에 캐릭터를 화이트 워싱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에티오피아계 감독 제레자네이 머하이가 연출을 맡고, 에티오피아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낚시성’ 헤드라인 때문에 애꿎은 영화 한 편이 피해를 볼 뻔했다.

출처: indiew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