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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임스 그레이는 호이트 반 호이테마가 [인터스텔라] 촬영 당시 사용했던 노하우와 그 이상의 기술력이 필요했다. 반면 [애드 아스트라] 촬영감독으로 합류한 반 호이테마는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찾고자 했다. 두 사람은 결국 [애드 아스트라]의 우주에 ‘아방가르드’한 영상미를 더하고자 했고, 다양한 색감을 활용하는 것을 연구했다.

사실 두 사람이 추구한 이미지는 물리 법칙에 어긋난다. 우선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해왕성은 태양이 별처럼 보일 정도로 거리가 먼 행성이라 인공적인 광원이 존재하지 않는 한 완벽한 어둠의 공간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빛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제임스 그레이는 과학적 사실과 다르지만 어느 정도 용납할 수 있는 광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호이트 반 호이테마는 [애드 아스트라]가 이전에 촬영했던 다른 작품과 달리, 빛을 사용하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시각적 언어, 즉 빛과 색감으로 광활한 우주 탐사의 여정뿐 아니라, 로이(브래드 피트)의 심리 상태까지 묘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태양과의 물리적인 거리가 영화 속 빛의 밝기와 색감을 디자인하는 중요한 요소였는데, 태양과 가까울수록 빛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로이가 지구에서 멀어지고 우주 밖으로 나갈수록 빛의 색감이 단조로워진다. 밖으로 나아갈수록 다채로운 태양광보다는 단조롭고 인공적인 빛이 강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묘사한 화성이 ‘주황빛이 도는 나트륨 덩어리’처럼 느껴졌던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화성을 인큐베이터처럼 묘사하면서 인간의 노력과 인공적인 에너지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해왕성의 경우에는 흐릿한 인상이 강한 푸른색으로 그렸는데, 실제로도 인공적인 광원이 더해진 자외선(ultraviolet)을 제외하고는 태양광이 해왕성까지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섬세한 빛의 묘사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었다. 수많은 실험 끝에 반 호이테마는 보호 코팅을 제거한 특수 제작 ‘아스트라’ 렌즈를 이용해 이미지에 후광 효과와 부드러움을 입힐 수 있었고, 렌즈에 분광기를 더하면서 사실상 모든 색의 빛을 다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애드 아스트라]에서 가장 어려웠던 촬영은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월면차(Lunar Rover) 추격전이었다. 본 장면은 제 2촬영팀(보통 액션 시퀀스를 맡는 팀) 감독 댄 브래들리의 지휘 하에 캘리포니아 데스 밸리에서 촬영되었다. 현장에는 스턴트 대역들이 투입되었고, 브래드 피트와 다른 배우들은 스튜디오에서 반 호이테마와 함께 클로즈업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브래들리 감독은 낮은 중력에서 달리는 차량의 움직임을 실감 나게 묘사하기 위해 촬영 프레임에 변화를 주었다고 밝혔다. 영화 촬영이 대개 24~25 프레임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애드 아스트라]의 추격전은 32~36 프레임으로 촬영되었다. 여기에 슬로모션과 약간의 지연시간을 더하자, 50년 전 아폴로 11호 대원들이 달에서 찍은 영상과 상당히 흡사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시퀀스의 속도감과 박진감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런 현실감이 오히려 전통적인 추격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충격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긴장감과 박진감이 사실 단순히 속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는 브래들리와 반 호이테마의 믿음이 통한 셈이다.

반 호이테마는 촬영 과정을 설명하며 추격전이 가능할 정도로 넓은 지역(데스 밸리)을 하나의 광원만으로 비추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고 밝혔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지 않았기에 이미지의 퀄리티와 느낌, 그리고 달의 질감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던 제작진의 의도에 맞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선 반 호이테마의 친구이자 카메라 대여점을 운영하는 카본 엘하미가 해답을 제시했다. 우선 엘하미의 도움으로 수명이 거의 다 된 3D 영상 제작용 특수 장비(Rig)를 두 세트 구한 뒤, 일반적인 3D 시차(視差)가 아니라 두 대의 카메라가 겹쳐지는 방식으로 배치해 정확히 같은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당시 사용했던 카메라는 주문 제작된 아리(Ari)사의 알렉사 적외선 카메라와 35mm 필름 카메라였다고 한다.

적외선 카메라는 특정한 빛에만 반응한다. 평범한 낮 하늘도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면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굉장히 어둡게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자연광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에 대조 효과(contrast)를 주더라도 이미지만 밝아질 뿐, 하늘의 색은 그대로 어둡다는 점이다. 헬멧에 반사되는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반 호이테마는 적외선 카메라의 이러한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그 결과 촬영은 데스 밸리에서 이루어졌음에도, 실제 달에서 촬영한 이미지처럼 하늘은 어둡고 사물과 인물은 선명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적외선 카메라의 단점은 색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한정적이라 결과물이 흑백으로만 나온다는 점이다. 여기서부터 35mm 카메라가 활약한다. 35mm 카메라로 찍은 영상에는 최종 편집본에 반드시 필요한 색감과 질감이 모두 기록되어있고, 적외선 카메라와 똑같은 각도와 거리에서 촬영했기에 필요한 정보만 적외선 카메라 이미지로 옮기는 작업 역시 가능하다. 오랜 노력과 시간, 그리고 참신한 기술이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가 바로 이 ‘소리 없이 강렬한’ 추격 시퀀스다.

현재 [애드 아스트라]는 평단의 호평과 달리, 관객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중이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흥행과는 별개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달 위의 추격전이나 제임스 그레이와 호이트 반 호이테마가 추구했던 색감만큼은 두고두고 회자될 듯하다.

Ad Astra “Moon Rover” Clip | 출처: Youtube 20th Century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