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여성의 이야기를 녹여낸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덕분에 에디터 역시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데,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된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놓칠 수 없는 여성 서사 작품이다.

총 에피소드 8개로 구성된 드라마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이 사건은 퓰리처상을 받은 기사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와 팟캐스트 라디오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에서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이미지: 넷플릭스

드라마는 주인공 마리 애들러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마리는 집안에서 복면을 쓴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후, 진술 과정에서 곤욕스러운 경험을 한다. 사건 담당 형사에게 몇 번이고 괴로운 기억을 끄집어내야 하는 것이다. 담당 형사들은 증거물을 찾기 힘든 수사의 어려움을 이유로 피해자의 감정과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심문하고, 결국 마리는 진술을 여러 번 번복하기에 이른다.

결국 경찰 측의 무성의한 태도는 마리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다.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하더니 계속해서 오락가락하는 마리에게 허위 진술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위협과도 같은 경고를 하고, 증거에 기반한 사건 조사보다는 진위성을 먼저 의심하며 사건을 그대로 종결한다.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마리는 말썽쟁이로 낙인찍힌 채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고 직장생활에 위기를 겪으며 점점 고립되어 간다.

이미지: 넷플릭스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남성 형사의 모습에 마리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첫 에피소드를 넘기고 나면,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 다른 주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맡게 된 캐런 듀발 형사가 등장한다. 피해자는 역시 괴한의 침입으로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는데, 앞서 기계적으로 수사에 임했던 형사들과 달리 캐런은 마음 깊이 피해자를 이해하고 그 입장에서 생각하며 수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범인을 찾을 증거물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캐런은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해당 지역에서 사건을 담당하는 그레이스 라스무센 형사를 찾아간다. 그레이스 형사는 냉소적이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역시 피해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다.

두 사람 사이에 성격의 간극이 큰 탓에 서로 섞이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건의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두 사건이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을 깨닫고 오로지 연쇄 강간범을 잡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데 뭉친다.

범인은 치밀하게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사라졌지만, 두 형사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사소한 정보 하나조차 놓치지 않는다. 마리의 담당 형사가 마리를 허위 신고로 공무 방해를 했다며 기소하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캐런과 그레이스 형사는 일정한 주기로 각기 다른 지역에서 비슷하게 벌어진 성폭행 사건들을 찾아내 동일범의 소행임을 확신하고 끈질기게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이미지: 넷플릭스

두 사람은 마침내 범인을 잡는 데 성공한다. 잠시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도 있을 테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캐런과 그레이스 형사는 범인이 법망에서 탈출할 수 없도록 새로 발견한 증거물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마리의 사건에 도달하고, 마침내 모든 이야기가 이어진다. 범인은 최대 형량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희망을 잃었던 마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투했던 두 형사의 노력에 다시 용기를 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피해자의 시점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마리를 포함해서 등장하는 모든 성폭행 장면은 전부 피해자의 관점에서 노골적이지 않은 구도로 비춘다. 게다가 마리의 모습을 통해서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어떤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는지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성폭행 피해자는 이런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통념을 깨부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피해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교본 같은 드라마이기도 하다. 형식적으로 수사했던 첫 번째 사건의 형사와 피해자를 이해하고 공감했던 캐런과 그레이스 형사의 다른 수사 방식을 대조적으로 비추며 이 점을 더욱 극명히 한다.

케이틀린 디버, 메릿 위버, 토니 콜렛의 사실적이고 단단한 연기까지 더해져, 피해자를 향한 공감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연대의 힘을 잘 보여준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공감과 연대를 힘을 통해 벅차오름을 느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