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과 설, 추석 두 번의 명절이 끝났다. 그 사이 많은 영화가 개봉했고 희비가 엇갈렸는데, 올해 한국영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울하다. 7년 만에 8월 관객수 최저를 기록했고, 추석 시즌에는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았지만, 영화계 관계자들의 시름은 깊어져 간다. 극장에서 볼 만한 한국영화가 없는 게 진실일까? 배급사별로 한국영화 흥행 성적을 살펴본다.

* KOBIS(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서 제공하는 9월 19일 관객수 기준, 공동 배급은 배급사별로 나누지 않고 일괄 포함.

*제작비와 손익분기점은 배급사 공식 발표 우선, 해외 수출 및 2차 판권 미포함. 정확한 발표가 없는 경우 추정치로 작성.

CJ 엔터테인먼트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주요 작품 성적


“볼 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분위기에 CJ 엔터테인먼트(이하 ‘CJ’)는 예외가 될 듯하다. 현재까지 한국영화 배급사 중 실적이 가장 눈부시다. 약 4,340만 관객을 불러 모았고 천만 영화 두 편에 900만 영화 1편까지, 올해 한국영화 1-2-3위가 모두 CJ 영화다. 성적만 아니라 기세도 좋다. 극장가 대목인 설, 추석 명절과 여름 성수기 모두 CJ 작품이 흥행을 이끌었다. 한동안 부침을 거듭했던 CJ는 참신한 기획력과 칸영화제 후광 효과에 힘입어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로 대박을 터트렸고, [사바하]와 [걸캅스]도 손익분기점을 넘는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추석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은 연휴기간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이후에도 평일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요 작품 성적



롯데엔터테인먼트(이하 ‘롯데’)는 배급사 중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올랐고 현재까지 약 1,080만 관객을 모았다. CJ처럼 대박은 없지만 소소한 흥행작들이 모여있다. [말모이], [증인]이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타짜: 원 아이드 잭]이 200만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독립/예술영화 부문 약진이 눈에 띄는데,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현재까지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에 올랐으며 [우리집](4만 8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손익분기점인 6만을 향해가고 있다. 다만 여름 텐트폴 영화 [사자]가 실패한 뒤, 추석 대목을 노린 [타짜: 원 아이드 잭]까지 전편보다 못한 흥행 속도를 보이며 사실상 극장 수익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요원해 보인다는 사실이 뼈 아프다. 롯데의 경우 흥행 감독과 배우의 두 번째 만남, 인기 프랜차이즈로 흥행을 노렸으나 새로움을 원하는 관객의 취향까지는 파악하는데 실패했다.

쇼박스

이미지: 쇼박스

주요 작품 성적


쇼박스는 한국영화로 약 1,034만 관객을 모았다. 여름 블록버스터 [봉오동 전투]를 비롯해 [돈], [뺑반] 등을 선보였는데, 공교롭게 류준열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 많다. [봉오동 전투], [돈]은 손익분기점을 넘어 성공했지만, 설 연휴를 노린 [뺑반]의 흥행 부진이 커 보인다. [봉오동 전투]는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나 예년 쇼박스 여름 영화(암살, 택시운전사, 터널)에 비해 저조한 성적이라 아쉽다. 개봉 전 영화 내외부적인 논란과 헐거운 서사 등이 관객의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는 추석 대목 경쟁에 합류하는 대신 [퍼펙트맨], [남산의 부장들] 등 신작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내부자들]에 이어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이 만난 [남산의 부장들]은 업계 관계자들이 손꼽는 기대작 중 하나로 지금까지 부진을 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NEW

이미지: NEW

주요 작품 성적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이하 ‘NEW’)는 한국영화로 약 72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영화 배급사 흥행 4위를 기록했다. CJ를 제외한 대형 배급사들의 성적표가 저조하지만 NEW는 특히나 심각하다. 작년부터 [염력], [창궐], [스윙키즈] 등 100억 제작비 대작들이 줄줄이 실패했고, 올해도 최고 흥행작이 [나의 특별한 형제](147만)일 정도로 부진하다. 여름 시즌에 개봉한 [비스트](20만), 추석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100만)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아쉽다. 다만 올해 NEW는 창사 10주년을 맞이한 대형 영화를 선보인 작년보다 라인업을 줄였으며, [언더독]을 시작으로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 [레드슈즈] 등 전략적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을 배급하며 새로운 사업방향을 모색 중이다. 

기타

이미지: ㈜에이스무비워커스

주요 작품 성적


한국영화 배급사 빅 4를 노리는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올해 한국영화로 약 234만 관객을 모았다. ㈜콘텐츠난다긴다와 공동 배급한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109만 명을 기록했고, 100억 대 여름 대작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 논란과 완성도 부족으로 100만 관객도 채우지 못했다. 대신 신생 배급사 ㈜에이스무비워커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키위미디어그룹과 공동 배급한 첫 영화 [악인전]이 336만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여름 막바지에 개봉한 [변신]도 180만 관객을 불러 모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현재까지 한국영화 배급사별 실적을 보면 CJ를 제외한 대부분 부진하다. 천만 영화는 두 편이나 나왔지만 500만 이상 중박 영화가 실종되면서 산업적인 불균형을 초래했고, 관객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8월 최저 관객수를 기록한 이후 추석 시즌 반등을 노렸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한 해와 대비되는 지금 분위기를 전환시킬 작품이 필요한데, 외부적인 요인을 찾기보다 내부에서 관객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