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미국 TV를 결산하는 2019 에미 어워드가 열렸다. 재제작 청원까지 나왔던 [왕좌의 게임]은 작품상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10년간 팬들에게 최고의 추억을 선사한 건 변함없는 사실이기에, 이번 수상은 적절한 이별 선물로 보인다. 한국의 미드 팬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던 [체르노빌]도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며 명작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날 최고의 주인공은 [플리백]으로 작품, 각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피비 월러-브리지다. 지역 극장에 올린 1인극이 몇 년 후 에미상을 휩쓸게 된다니, 이건 행운보다는 재능, 재능보다는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남성 동료 배우와 동등한 출연료를 준 방송사와 스튜디오에 감사합니다 – 미셸 윌리엄스

에미상 시상식에선 인상적인 수상 소감도 많이 나왔는데, 으뜸은 [포시/버든]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미셸 윌리엄스의 소감이었다. 브로드웨이 전설 밥 포시와 그웬 버든의 삶을 그린 미니시리즈에서 윌리엄스든 버든을 연기하기 위해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여러 가발과 불편한 틀니를 착용했다. 윌리엄스는 “캐릭터를 표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배우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남성 배우와 동등한 출연료를 준” 방송사와 제작 스튜디오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제작자들에게 여성, 특히 유색 인종 여성 배우가 필요한 걸 말하면 그에 귀 기울이고 믿으라고 당부했다. 그러면 “어느 날 그가 이런 무대에서 가장 먼저 당신에게 고맙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윌리엄스가 [올 더 머니]에서 마크 왈버그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은 게 드러나면서 할리우드에 동등 출연료 논의가 촉발했다. 그래서 불평등과 평등 모두를 경험한 윌리엄스의 발언은 의미가 크다.
출처: variety
브래드 피트가 우주에 가요? 나는 뭘 하면 될까요? – 나타샤 리온

[애드 아스트라]에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러시아 인형처럼]의 나타샤 리온이 카메오로 잠깐 등장한다. 브래드 피트나 제임스 그레이 감독 모두 리온과 작품을 같이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영화에 출연하게 됐을까? 시작은 그레이의 음식 솜씨였다. 그는 매주 일요일 가족,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하는데, 어느 날 리온이 “음식 냄새에 이끌려” 그레이의 집을 찾은 것이다. 두 사람은 식사를 하며 그레이의 차기작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브래드 피트가 우주에 간다’라는 컨셉을 들은 리온이 “난 뭘 하면 될까요?”라며 출연 의사를 밝혔다. 리온은 사실 정말 몇 초만 등장하는데, 촬영 당시 특유의 매력으로 촬영 크루가 그에게 빠지게 했다고 한다. 그레이가 카메라맨에게 “영화 주연은 브래드 피트”라고 말해줬을 정도라고. 찰나의 순간에도 빛나는 리온의 매력은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indiewire
내 캐릭터가 죽는 작품 몇 편을 거절했다 – 숀 빈

숀 빈은 ‘사망 전문 배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다. 120여 편의 작품에서 25번 사망해 현역 배우 중 최다 기록을 보유했다. SNS에 ‘더 이상 숀 빈을 죽이지 마세요’라는 캠페인이 돌 정도로 그의 죽음은 매번 인상적이거나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007 골든 아이], [이퀼리브리엄],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그리고 [왕좌의 게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숀 빈의 캐릭터가 죽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을 듯하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숀 빈은 “캐릭터가 죽는 작품을 몇 편 거절했다. ‘저 사람 또 죽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작품을 보는 재미가 반감된다. 내 출연 여부 자체가 스포일러인 셈이다”라며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오래 사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곧 방영을 앞둔 세계 2차 대전 배경의 BBC 시리즈 [월드 온 파이어]에서도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하니, 혹시 또 죽을까 조마조마하며 볼 필요는 없겠다.
출처: the sun
‘트랜스포머’ 이후 정신적으로 몹시 힘들었다 – 메간 폭스

메간 폭스는 2007년 [트랜스포머]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속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며 한때 안젤리나 졸리의 뒤를 이을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해 [죽여줘! 제니퍼]가 흥행에 참패한데 이어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하차하면서 짧고 굵은 전성기를 끝마쳤다. 2014년 [닌자터틀]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작품이 없은지도 5년. 메간 폭스는 [트랜스포머] 당시의 실수가 인생의 최저점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중의 지나친 관심과 성 상품화 마케팅 때문에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한순간 큰 인기를 끌게 되자 많은 부담감이 있었다”라며 말문을 연 폭스는 “일상과 작품 활동에 큰 악영향을 주었을 정도였다. 단순히 외출을 했다는 이유로 누군가 나에게 욕을 하거나, 침을 뱉거나, 돌을 던질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신경쇠약에 걸린 것만 같았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그때의 경험 덕분에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하니, 개봉을 앞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비롯한 차기작들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출처: etonline
‘용쟁호투’ 당시 이소룡에게 부축받으려 꾀병을 부렸다 – 성룡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공개된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소룡을 ‘오만한 싸움꾼’으로 묘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본인은 이소룡의 아내 린다 리의 자서전을 토대로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밝혔으나, 과거 동료와 제자들이 ‘그는 최고의 스타였으며 함께 작업할 때마다 즐거웠다’라며 타란티노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와는 별개로 최근 이소룡과의 훈훈했던 일화를 밝힌 이가 있는데, 바로 [용쟁호투]에 함께 출연했던 성룡이다. 당시 촬영을 앞두고 이소룡의 퍼포먼스를 감상했다며 말문을 연 그는 “내 차례가 되어 뛰쳐나갔는데, 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소룡이 실수로 내 머리를 때렸기 때문이다.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연기에 몰입하던 그는 감독이 ‘컷’을 외치자 곧장 달려와 괜찮냐 물으며 나를 일으켜주었다. 사실 그때의 나는 젊었기에 금세 회복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부축을 받고 싶어 꾀병을 부렸다. 하루 종일 아픈 척을 한 덕분에 그가 내 이름을 기억해주었고, 우리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성룡을 비롯한 동료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만한 싸움꾼 이미지는 아닌 듯한데, 진실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