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사운드 디자인과 음악

글. 배상범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이미지: Sony Pictures Releasing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B급 정서가 물씬한 예측 불가한 스토리와 쉼 없이 이어지는 대사로 유명하다. 여러 장르를 뒤섞어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의 영화에서 사운드 디자인과 음악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운드 디자인은 항상 폭발적인 클라이맥스가 포함된 강렬한 시각적 요소를 더욱 실감 나게 하고, 음악은 작품이 지닌 날 것의 분위기와 시대 배경을 한껏 고무시킨다.

타란티노의 아홉 번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베테랑 폴리 아티스트 게리 A. 헤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화를 완성하는 사운드 디자인을 맡았다. 폴리 아티스트란 대사와 배경음악을 제외한 모든 소리를 다양한 소품이나 행동을 통해 직접 만드는 일을 한다. 헤커는 타란티노의 전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 [헤이트풀 8]을 비롯해 [스타워즈], [저스티스 리그] 등 수많은 작품의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했다. 영화 음악은 타란티노와 모든 작품을 함께 해온 음악감독 메리 라모스가 진행했다. 그는 타란티노 영화 외에 드라마 [콘스탄틴]과 영화 [스포트라이트], [하드코어 헨리] 등의 음악을 맡아왔다.

타란티노의 오랜 파트너 헤커와 라모스가 참여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하드코어한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리가 어떻게 탄생했고, 영화 속 느낌 충만한 음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되었는지 살펴본다.

사운드 디자인

이미지: Sony Pictures Releasing

영화는 1969년을 배경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은 한물간 액션스타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스턴트 배우 겸 매니저 클리프 부스(브레드 피트)의 이야기에 히피 집단 맨슨 패밀리 사건을 녹여낸다. 후반부 분위기가 고조되는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익숙하게 우리가 잘 아는 타란티노 스타일의 유혈 낭자한 폭력이 펼쳐진다. 맨슨 패밀리가 릭과 클리프가 있는 저택을 습격하면서 전화로 머리 깨부수기, 개가 물어뜯기, 화염방사기 등 거칠고 잔인한 폭력이 이어진다. 가장 ‘타란티노’스러운 장면에서 각각의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맨슨 패밀리는 릭을 살해할 목적으로 그의 집으로 걸어가면서 칼과 총을 꺼내는데, 이때 들리는 ‘스르릉’ 소리는 헤커가 날이 넓고 무거운 칼을 손가락으로 살짝 쳐서 만들었다. 작은 소리였기 때문에 칼날을 치는 강도가 중요하다고. 릭의 집에서 약을 하고 있던 클리프는 무단으로 침입한 맨슨 패밀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개 브랜디에게 신호를 보낸다. 브랜디가 물어뜯는 소리는 청바지와 두꺼운 바지, 트레이닝복을 찢어 완성했다. 곧이어 클리프는 맨슨 패밀리를 문에 집어던지는데, 헤커는 보다 과장된 소리를 연출하기 위해 직접 자신의 몸을 문에 던졌다.

클리프가 전화기에 맨슨 패밀리 일원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박는 장면에서는 옛날 전화기와 나무 탁자를 사용했다. 당시에 사용했던 전화기는 내부에 벨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 전화기가 필수였다. 또한 폭력적인 사운드를 원하는 감독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전화기를 수차례 탁자에 내려치기도 했다. 이때 마지막 한방을 내려칠 때 전화기의 벨이 이상하게 울렸는데, 영화에서 약을 한 클리프의 상황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바로 다음 머리를 부수는 장면에서 얼굴의 살이 짓이기면서 나는 소리는 헤커가 마이크를 아주 가까이 두고 시멘트 덩어리에 손이 아플 만큼 강하게 내려쳐 만들었다. 얼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의 사운드는 축축한 타월을 짜며 입에 물을 머금고 뿜어내 만들었다. 마무리로 머리가 박살 나면서 이가 해골에 박히는 소리는 치아 개수만큼의 샐러리를 모아 부러뜨렸다.

집이 난장판이 되어가는 동안 뒷마당의 풀장에 있던 릭은 거대한 유리 창문을 뚫고 나와 도망치는 맨슨 패밀리 일원을 발견한다. 헤커는 실제로 영화 속 크기에 맞는 유리를 제작해 산산조각 냈다. 이후 당황한 릭은 화염방사기를 꺼내 화끈하게 마무리하는데, 이때 화염방사기에서 내뿜는 소리는 해커가 실제로 불을 이용해 소리를 만드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에 사운드 이펙트를 활용했다. 헤커는 타란티노 감독이 디테일에 예민하고 사운드 디자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음악

이미지: Sony Pictures Releasing

타란티노와 라모스는 배경이 1969년 LA인 만큼 그 이후에 나온 음악은 사용하지 않고, 당시 인기 있던 라디오 방송국 KHJ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영화에 들어갈 노래를 선정했다. KHJ 방송이 녹음된 테이프들을 구해 계속해서 듣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1969년 미국의 팝 음악은 장르와 스타일이 상당히 다채로웠는데,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음악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던 KHJ와 같은 라디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취향과 개성이 확고한 DJ들 덕분에 라디오에는 늘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러한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해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로 채웠다. 1969년 당시 6살 꼬마였던 타란티노 감독이 즐겨 들었던 라디오 KHJ에 대한 추억이 OST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당시의 광고와 CM송이 영화음악에 포함됐다. 라모스가 노래를 선택할 때 실제 당시 LA의 사람들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북미에서 7월 26일 개봉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흥행 성적을 보이며, 타란티노 작품 중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 역시 전체적으로 훌륭하지만,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1960년대 LA를 멋스럽게 표현한 타란티노의 비전과 자극적인 오락성만큼은 부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