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조커(Joker) – 좋거나 안 좋거나, 이 영화는 미쳤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에디터 영준: ★★★★ ‘조커’의 기원을 다룬 작품이나,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를 기대하고 가지는 않길 바란다. [조커]는 사회적인 폭력과 혼돈, 그리고 개인의 욕망과 상처(정신질환) 때문에 한 사람이 점차 뒤틀리고 망가지는 과정을 그린다. [블랙스완]이나 1973년작 [택시 드라이버]가 열 배쯤 ‘흑화’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우울하고 어둡고, 씁쓸함이 묻어 나는 영화다. 베니스에서 극찬과 함께 황금사자상을 건넨 이유, 반대로 북미에서 영화의 폭력성을 두고 우려를 표한 이유가 모두 납득이 갈 만큼 두 특징이 뚜렷하다. 그렇기에 관객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릴 것이 분명하다(개봉 당일인 오늘만 봐도 그렇다). 논란을 떠나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정말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준이라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그러나 ’15세이상관람가’ 등급만 믿고 보러 갔다가는 여러모로 깜짝 놀랄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고 가길…

가장 보통의 연애(Crazy Romance) – 소주 같은 연애담

이미지: (주)NEW

에디터 혜란: ★★★☆ 오랜만에 웃으며 즐길 만한 한국 로맨틱 코미디가 나왔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헤어진 애인에게 미련 두는 남자, 애인에게 배신당한 여자가 만나 벌이는 현실감 100% 썸을 담았다. 제목 그대로 ‘보통의 연애’를 이야기하는데, 연애할 만큼 해서 이제는 환상도 없는 30대 중반 두 남녀의 술 냄새 가득한 밀당이 펼쳐진다. 연애의 달콤 쌉싸름한 맛을 살리는 대사가 좋고, 연출은 담백하면서도 코믹한 순간은 제대로 포착한다. 로맨틱 코미디 장인 공효진, 김래원은 오랜만에 자기 옷을 입은 듯 날개를 달고 연기한다. 주말 단합대회, 단체 채팅방 뒷담화 등 하이퍼리얼 직장 생활은 소름 끼치고, 질척거리는 옛 연애와 헤어진 후 여성에게만 굴레가 씌워지는 상황은 씁쓸하다. 현실 연애에 설레고 괴로워했던 사람이라면 영화 속 상황과 감정 모두 공감할 것이다.

퍼펙트맨(Man of Men) – 그들만의 브로맨스 판타지

이미지: (주)쇼박스

에디터 현정: ★★☆ 한국 상업영화에서 브로맨스는 낯설지 않은 소재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한탕을 꿈꾸는 건달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변호사가 티격태격하면서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뜨거운 우정을 나눈다는 이야기. 가깝게는 [언터처블 : 1%의 우정]이 떠오르고, 촌스럽고 투박한 정서는 조폭 코미디에 가깝다. 한 마디로 새로울 게 없는 영화다. 진부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지탱하는 건 철저히 조진웅, 설경구 두 배우의 몫이다. 감칠맛 나는 부산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능청스럽게 코미디 연기를 하는 조진웅과 오직 표정만으로 인물의 모든 감정을 담아내는 설경구의 존재감이 거부감이 들 만큼 식상해지는 이야기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건 즐겁지만, 휴먼 코미디를 내세워 정당성을 부여하는 ‘싸나이’ 정서는 아무래도 와닿지 않는다. 다른 주변 캐릭터와 달리 납작하게 박제된듯한 은하(김사랑)는 끝까지 어떤 존재감도 남기지 못했으니, 더 말이 필요 있을까.

트루 시크릿(Who You Think I Am) – 욕망은 사그라들지 않아

이미지: 엠엔엠 인터내셔널

에디터 현정: ★★★☆ 줄리엣 비노쉬는 비수를 품은 여성의 욕망을 섬세하고 우아하게 보여주는 배우다. [트루 시크릿]은 작품마다 색을 바꿔 존재감을 각인하는 줄리엣 비노쉬의 매력을 1000% 활용한다. 겉보기엔 저명한 문학 교수의 완벽한 삶을 살아가지만, 속은 버림받은 상처로 가득한 중년 여성. 클레르는 본의 아니게 24세의 클라라라는 가짜 계정을 통해 씁쓸하고 공허한 내면을 채우고, 다시 삶의 활력을 얻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중생활에 흠뻑 빠진 클레르를 비추며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절박한 욕망과 익명성을 무기로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소셜미디어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상반된 모습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를 취하고,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영민한 시각적 구성을 통해 외로운 현실을 잊게 하는 가상의 인물에 압도되어 점차 파국으로 향하는 클레르의 이야기에 단단한 몰입감을 형성한다. 무엇보다 극단적인 선택마저 공감대를 형성하는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미드소마 감독판 (Midsommar) – 더욱 섬세하게 그려지는 감정과 관계도

이미지: 찬란, (주)팝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원희: ★★★☆ 햇살이 따가운 대낮에 벌어지는, 90년에 한 번 9일 동안 열리는 하지 축제가 감독판으로 돌아왔다. 본편에서 23분이 추가되어 총 러닝타임이 약 세 시간으로 늘어났다. 추가된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손꼽히는 ‘절벽’신에서 이어지며, 호르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의식을 그린다. 왜 굳이 이 장면이 들어간 것일까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 장면에서 대니가 의식에 대항하는 것에 사람들이 호응하면서 점차 호르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것을 암시한다. 이후에는 대니와 크리스티안이 대립하는데, 서로 간의 감정선이 두드러지면서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관계 변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니가 어떻게 기괴한 방식으로 마음의 위로를 얻는지 그리는 힐링물(?). [미드소마]를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