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칼렛 요한슨은 포브스에서 발표한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19년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남녀 배우 순위에서 2년 연속 여성 배우 1위를 차지했다. 집계 결과에 따르면, 스칼렛 요한슨은 지난 1년간 5600만 달러의 소득을 올려 4410만 달러로 2위를 기록한 소피아 베르가라를 제외하고 3위부터 10위까지 오른 다른 여성 배우들의 수입을 월등히 앞선다.

다만, 스칼렛 요한슨의 수익을 남성 배우 순위에 대입하면, 할리우드에서 남녀 배우의 임금차별 논란을 실감할 수 있다. 먼저 1위 드웨인 존슨이 거둔 8940만 달러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에 그칠뿐더러 5700만 달러를 벌어 7위를 기록한 아담 샌들러의 소득보다 낮다. 더 나아가 3500만 달러로 남성 배우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한 윌 스미스는 여성 배우 순위에서 3위를 기록한 리즈 위더스푼과 수입이 같다.

최근 몇 년 사이 할리우드는 어느 때보다 여성 배우들의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다. 많은 배우들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불합리한 제작 환경에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개선을 요구한다. 아직도 여성 배우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면, 아래의 사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 판씨네마㈜

미셸 윌리엄스

얼마 전 열린 2019년 에미상에서 미셸 윌리엄스는 [포시/버든]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남성 배우와 동등한 출연료를 책정한 방송사와 스튜디오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미셸의 수상 소감이 평소보다 더 깊게 와 닿는 이유는 [올 더 머니]에서 불공정한 출연료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성추문 논란으로 케빈 스페이시 촬영분이 폐기되고 재촬영에 들어갔을 때, 미셸은 15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은 마크 월버그에 한참 못 미치는 고작 1000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는데, 그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크 월버그와 소속사는 50만 달러를 더해 출연료 전액을 타임즈 업 재단에 기부했다. 미셸 윌리엄스와 마크 월버그는 같은 에이전시 소속이었다.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제니퍼 로렌스 & 에이미 아담스

2014년 11월, 소니 픽쳐스 해킹 사건으로 내부 자료가 유출됐을 때 [아메리칸 허슬]의 출연료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에이미 아담스와 제니퍼 로렌스가 함께 출연한 남성 배우 크리스찬 베일, 브래들리 쿠퍼, 제레미 러너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겼을 때 받는 러닝 개런티가 두 여성 배우는 수익의 7%, 남성 배우는 수익의 9%로 책정됐던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제니퍼 로렌스는 일찌감치 소니와 협상을 포기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은 [아메리칸 허슬]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다이앤 키튼은 2011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 출연했을 때 공동 주연을 맡은 잭 니콜슨이 흥행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았음에도 자신은 받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시카 차스테인

제시카 차스테인은 2015년 허핑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영화 [마션]의 출연료가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그의 출연료는 700만 달러로 보도되었는데, 실제 받은 금액은 25%도 안 된다는 것. 주연을 맡은 맷 데이먼은 1500~25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는데, 제시카 차스테인은 남녀 배우의 임금 성차별이 심각함을 지적했다. 또한 성차별뿐 아니라 할리우드에 만연한 인종차별에도 관심을 가졌다. [헬프]로 인연을 맺은 옥타비아 스펜서가 유색인종이란 이유로 더욱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를 개선하려고 애쓴 사실이 알려졌다.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샤를리즈 테론

여성 배우들이 남성 배우와 임금 격차를 좁히려고 애쓰는 이유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샤를리즈 테론은 속편 [헌츠맨: 윈터스 워]에서 크리스 헴스워스와 동일한 10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는데, 합당한 임금을 받기 위해 스튜디오와 협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출연료 인상 소식이 화제가 된 후, 샤를리즈 테론은 남성과 같은 일을 한다면 동등한 권리를 받을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소니 해킹으로 [아메리칸 허슬]에 출연한 여성 배우들의 불공정한 계약 사실이 알려졌을 때 화가 났다는 고백도 덧붙였다.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아만다 사이프리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2015년 매체 인터뷰에서 과거 출연작에서 남성 배우보다 턱없이 적은 출연료를 받은 사실을 밝혔다. 예산이 큰 영화에 남성 배우와 비슷한 비중으로 출연했음에도 그들의 10% 수준에 불과한 출연료를 받아야 했다고 말하며, 출연료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작품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해외 팬들은 [디어 존]과 [인 타임]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두 작품에서 채닝 테이텀,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함께 공연했다.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나탈리 포트만

나탈리 포트만은 2017년 마리끌레르와 인터뷰에서 애쉬튼 커쳐와 호흡을 맞춘 [친구와 연인사이] 출연 당시 임금 격차를 알고 있음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당시 애쉬튼 커쳐는 나탈리 포트만보다 3배 높은 출연료를 받았다고. 당시에는 불공정한 처사에 화를 내지 못했지만, 뒤늦게나마 할리우드의 공공연한 비밀이 된 남녀 임금 차별 풍토를 비난했다. 한편 애쉬튼 커쳐는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지지하는 발언을 남겼다.

이미지: 넷플릭스

클레어 포이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생애를 다룬 드라마 [더 크라운]은 시즌 1, 2에서 젊은 시절의 여왕을 연기한 클레어 포이가 필립 마운트배튼공 역의 맷 스미스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맷 스미스에게 임금 차액분을 기부하라는 청원이 등장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제작사는”배우의 책임이 아닌 전적으로 자신들의 책임”이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논란이 발생하고 한 달 후 맷 스미스는 클레어 포이가 동일한 출연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적절한 사후조치가 이루어져 기쁘다고 밝혔는데, 상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출연료 보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ABC

엘렌 폼페오

포브스에서 선정한 2019년 여성 배우 수입 10위를 차지한 엘렌 폼페오는 [그레이 아나토미]가 배출한 스타다. 십수 년간 메레디스 그레이 역으로 활약하며 최고 출연료를 받는 배우로 올라섰지만, 그 역시도 공동 주연 패트릭 뎀시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엘렌 폼페오는 2017년 말 재계약 협상에서 최고 대우를 받게 됐는데, 할리우드 리포트와 인터뷰에서 14년간 같은 인물을 연기하며 지금의 대우를 받을 수 있기까지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여성이 권력을 가지는 게 유일한 답은 아니며, 부패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여성은 더 많은 권력을 가져야 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지: FOX

질리언 앤더슨

2016년 긴 휴식기를 지나 시즌 10으로 돌아왔던 [X파일] 계약 협상 당시 질리언 앤더슨은 공동 주연 데이비드 듀코브니 출연료의 절반을 제안받았다. 질리언 앤더슨은 자신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제작자의 조건을 거절했고, 협상 끝에 동등한 출연료를 받을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임금 성차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장수 인기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는 2017년 재계약 당시 난항을 거듭했는데, 시즌 1부터 출연해온 커스틴 뱅스니스와 A.J. 쿡이 남성 배우와 동등한 임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시즌 방영을 앞두고 있지만 재계약 때마다 남성 배우를 우선시하는 제작 풍토는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