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독립영화인에겐 자신의 작품이 극장 개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 DVD와 VOD 서비스가 잘 되어 있어도 영화를 창작자 의도대로 온전하게 즐기는 경험은 극장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해 제작되는 독립영화 중 관객이 시간을 내 볼 수 있는 작품은 몇 편이나 될까? 이미 예상하겠지만, 답은 ‘정말 적다’이다.

한국의 경우 한 해 약 1,200편 정도 제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발간한 「독립영화 생태계 구조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12년~2016년 동안 1년에 50~70편 내외만 극장 상영에 성공했다. 어렵게 재원을 확보해 만들어도 유료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는 영화는 극소수일 뿐이다.

영화 시장이 우리나라보다 큰 미국의 사정은 어떨까? 아메리칸 필름 마켓은 11월 마켓 개최를 앞두고 독립 영화 극장 개봉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스티븐 펄로우스와 브루스 내쉬는 2017년 미국 내에서 촬영된 장편 내러티브 극영화 전체를 대상으로 해당 영화의 배급 결과를 살폈다. 메이저 스튜디오 배급 영화가 아닌 독립 영화만이 해당되며, 결과는 아래 4가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미개봉: 시사회 개최, 영화제 공개는 했으나 유료 관객 대상으로 정식 상영은 하지 못한 작품
  • 명목 개봉: 정식 개봉했으나 개봉관 1~2개로 한정되어 박스오피스 결과가 집계되지 않은 작품
  • 소규모 개봉: 정식 개봉했으며 수익이 1~10만 달러 사이인 작품
  • 대규모 개봉: 정식 개봉해 수익 1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한 작품

이에 따라 분류한 결과, 2017년 미국 독립 영화 887편 중 39.6%가 미개봉으로 남았고, 35.3%는 1~2개 관에 명목 개봉했다. 소규모 개봉은 전체의 8.1%, 대규모 개봉은 17.0%이었다. 2017년 제작된 장편 내러티브 극영화 887편 중 1/4 규모인 220편만 박스오피스 기록이 집계될 만큼 관객을 만날 기회를 잡는다.

연구자들은 각 영화의 장르를 분류해 개봉 결과를 확인했다. 미개봉작은 모험(71%), 액션(51%), 호러(47%) 장르 순서대로 비중이 크다. 대부분 DVD로 출시되거나 TV나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서비스된다. 명목 개봉의 경우 스릴러(45%), 호러(42%), 코미디(41%) 순서다. 1~2개 관에 개봉하는 건 주로 몇몇 관객의 입소문을 탄 후 확대 개봉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 개봉은 스릴러(11%), 드라마(10%), 코미디(9%) 순이며, 대규모 개봉은 드라마(23%), 코미디(16%), 스릴러(15%) 순으로 크다. 소위 ‘장르 영화’로 분류되는 액션, 호러는 대규모 상영은 거의 되지 않는 반면, 드라마 장르는 대규모 개봉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 박스오피스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 다수는 원작이 있다. 독립 영화 중에서도 소설, 희곡 등 원작이 있는 영화와 순수 창작물 모두 제작된다. 원작이 있고 없고는 개봉 규모와 성적에 어떤 차이를 가져올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규모 개봉을 한 작품은 원작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3배 더 많았다. 다만 원작 유무와 개봉 규모는 상관관계에 가깝다. 원작이 있는 것이 배급사가 자원 투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독립 영화가 스크린에 걸릴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고, 수익을 낼 기회는 더 드물다. 미국 시장에서도 전체 영화의 1/6 정도만 극장 상영으로 제작비를 회수할 ‘가능성’을 얻는다. 홈비디오 시장에서 선전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스트리밍 서비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닌 이상 영화를 알릴 최고의 마케팅은 극장 개봉이다. 끊기 어려운 순환을 보며 한국이든 미국이든 독립 영화 제작자의 한숨은 오늘도 깊어진다.


서 혜란

장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걸 좋아합니다. 비평과 팬심의 균형을 찾으려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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