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2개월이나 남았지만 할리우드는 벌써부터 2020년 아카데미 후보작을 거론하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가 될 가능성이 어느 해보다 높기에 관심이 간다. 비록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아카데미는 로컬 영화제”라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지긴 했지만, 영화 시상식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 유력 매체 등에서 슬슬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작을 미리 만나본다.

1917

이미지: 유니버설 픽처스

주요 스펙

– 공개 전 (북미 12월 25일 개봉)

첫 번째 작품은 데뷔작 [아메리카 뷰티]로 이미 아카데미를 석권한(작품상, 감독상 외 3개 부문) 샘 멘데스 감독의 전쟁 영화 [1917]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젊은 군인들의 이야기로, 샘 멘데스 감독이 [007] 시리즈 이후 4년 만에 연출하는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12월 25일 북미 개봉 후 기대감을 만족시키는 반응을 얻을지 궁금하다.

어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

이미지: 소니 픽처스 릴리징

주요 스펙

– 로튼 토마토: 96%

– 메타 크리틱: 82점

– 2019 토론토국제영화제 초청

34년 동안 어린이 TV 프로그램 ‘미스터 로저스 네이버후드’를 진행했던 프레드 로저스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톰 행크스가 프레드 로저스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펼쳐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되는데, 특이하게 남우주연상이 아닌 남우조연상 후보로 오를 것으로 보아 영화는 프레드 로저스의 인생 이야기 이상으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줬던 일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어 호평을 받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 페어웰(The Farewell)

이미지: A24

주요 스펙

– 로튼 토마토: 99%

– 메타 크리틱: 89점

– 2019 선댄스영화제 초청

[더 페어웰]은 2019년 선댄스영화제에서 배급사들 간의 판권 전쟁이 붙을 정도의 인기작이었다.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 감독의 실제 가정사를 다룬 영화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주인공 빌리와 가족들이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이어 감독, 출연진 대부분 아시아계 사람들로 모여 화제를 낳았고, 7월 12일 북미에서 개봉해 웃음과 감동이 함께한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조 래빗(Jojo Rabbit)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요 스펙

– 로튼 토마토: 80%

– 메타 크리틱: 52점

– 2019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토르: 라그나로크]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신작으로 크리스틴 루넨스의 소설 ‘Caging Skies’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 치하의 독일을 배경으로 왕따를 당하던 소년이 상상 속 친구 히틀러를 만들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9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결혼 이야기], [기생충]을 제치고 실질적인 대상인 ‘관객상’을 수상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아이리시맨(The Irishman)

이미지: 넷플릭스

주요 스펙

– 로튼 토마토: 100%

– 메타 크리틱: 92점

– 2019 뉴욕영화제 초청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2019년 작품으로 미국의 유명한 미제 사건 중 하나인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다룬다. 지미 호파 실종사건은 당시 전미트럭운송조합 위원장 지미 호파가 뉴욕 마피아로부터 살해당했다는 심증은 있지만, 현재까지도 시체를 찾지 못해 미제로 남은 사건이다. 로버르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하비 케이텔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참여하고, [쉰들러 리스트]의 각본가 스티븐 제일리언이 집필해 작품의 무게감을 더한다. [아이리시맨]은 2019년 뉴욕영화제에서 공개되어 큰 호평을 받았으며, 넷플릭스 영화지만 아카데미가 작품상 후보까지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리틀 우먼(Little Women)

이미지: 소니 픽처스 릴리징

주요 스펙

– 공개 전 (북미 12월 25일 개봉 예정)

[레이디 버드]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출신 감독 그레타 거윅이 연출한 [리틀 우먼]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루이자 메이 올콧의 소설 [작은 아씨들]을 원작으로 수차례 영화화되기도 한 이 작품은 남북전쟁 이후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네 자매의 성장과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메릴 스트립, 로라 던, 플로렌스 퓨, 티모시 샬라메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고전이라는 점과 [레이디 버드]로 인정받은 그레타 거윅의 신작, 쟁쟁한 출연진들로 벌써부터 작품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12월 25일 북미 개봉.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이미지: 넷플릭스

주요 스펙

– 로튼 토마토: 99%

– 메타 크리틱: 95점

– 2019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 2019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퍼스트 수상

[프란시스 하]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 [결혼 이야기]는 파경을 맞지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가족을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가 부부로 출연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정도로 좋은 연기를 펼쳤다고 한다. 2019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고,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실질적인 2등상인 ‘관객상-퍼스트’를 수상했다. [아이리시맨]과 마찬가지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라는 점이 걸리지만 해외 영화제에서 이미 인정받고 평단의 반응을 얻고 있어, 어쩌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넷플릭스 영화가 두 작품이나 오르는 일을 볼 지도 모른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주요 스펙

– 로튼 토마토: 85%

– 메타 크리틱: 83점

– 2019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9번째 작품이다. 1969년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때 잘 나갔던 서부극 전문 배우와 스턴트맨을 중심으로 지금까지도 할리우드의 가슴 아픈 비극으로 남은 샤론 테이트 사건을 담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등 할리우드의 대표 아이콘들이 캐스팅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과 함께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꼽혔으며, 타란티노 영화 중 가장 감성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조커(Joker)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주요 스펙

– 로튼 토마토: 68%

– 메타 크리틱: 59점

– 2019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작품 [조커]도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토드 필립스 감독이 연출을 맡아 DC 코믹스의 인기 빌런 조커의 탄생 기원을 다룬 작품이다. 201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으며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북미 개봉 전 [조커]가 가진 부정적인 파급력에 영화계, 언론, 사회 모두가 주목했지만 개봉 후 다행히 우려했던 큰 사고 없이 흥행 순항 중이다. 호아킨 피닉스의 광기 어린 연기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초반의 조심스러웠던 작품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한 영화에서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호아킨 피닉스가 과연 오스카 트로피를 받을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기생충(PARASITE)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주요 스펙

– 로튼 토마토: 99%

– 메타 크리틱: 95점

– 2019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 2019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세컨드 수상

설레발이 아닐까 조심스럽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지금 할리우드에서 [기생충]에 대한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다. IMDB, 벌처, 할리우드 리포터 등 미국 유력 영화 매체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유력 후보’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며, 로튼토마토 99%, 메타크리틱 95점이라는 역대급 평점을 받았다. 2019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실질적인 3등상인 관객상-세컨드 등 굵직한 수상 결과도 있다. (참고로 작년 토론토국제영화제 같은 부문에 수상한 작품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다)

[기생충]은 북미에서 10월 11일 3개 극장에서 정식 개봉 후 스크린 당 $128,072을 벌어들였는데, 이것은 2016년 [라라랜드] 이후 최고 기록이다. 평단과 관객 반응 모두 폭발적이라 한국영화 최초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가능성은 어느 해보다 높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또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와 함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과연 [기생충]은 2001년 [와호장룡]에 이후 아시아에서 만든 영화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