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라는 말에서 시작된 논쟁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여러 행사에서 발언의 강도를 더하는데, 이번엔 “마블 영화가 산소를 모두 다 빨아들이고 있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도 스콜세지에 동의하며 “마블 영화는 비열하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제임스 건, 나탈리 포트만 등 마블 영화에 참여한 배우, 감독들은 두 거장의 발언 의도를 이해하면서도 영화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누가 이기고 질 수 있는 건이 아니지만, 영화 팬의 한 사람으로서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볼 만큼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이번 주는 “영화란 무엇인가?” 이슈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말들을 모았다.

※ [브레이킹 배드 무비: 엘 카미노], [좀비랜드: 더블 탭]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실력 좋고 성격 좋은 사람만 캐스팅해주세요 – 호아킨 피닉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호아킨 피닉스와 [조커] 아서 플렉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불친절하고 나쁜 사람을 싫어한다’라는 점이다. 사실 누구나 이런 류의 사람을 곱게 볼 리 없겠지만, 호아킨 피닉스는 같이 작품을 할 수 없다고 느낄 정도인 모양이다. 극중 아서 플렉의 직장 상사로 분한 조쉬 파이스가 [조커] 캐스팅 당시, 이러한 성격의 호아킨 피닉스가 내건 독특한 조건을 이야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디션을 마치자 토드 필립스가 찾아왔다고 말문을 연 파이스는 “토드는 내게 ‘영상 정말 잘 봤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나쁜 사람(asho*)이 아닌지 확인하고 싶다. 한 사람이 촬영 분위기를 전부 망칠 수도 있어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호아킨 피닉스가 ‘누구를 캐스팅해도 상관없지만 반드시 뛰어난 실력과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라며 부탁했던 것이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오디션을 통과했으니, 나 자신을 실력과 성격이 좋은 배우라고 여겨도 되는 모양이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출처: hollywoodreporter

구토 장면을 찍을 때 정말 토할 뻔했어요 – 엠마 스톤

이미지: 소니 픽쳐스

엠마 스톤이 [좀비랜드: 더블 탭]에서 구토 장면을 찍으려다 정말 토할 뻔했던 일화를 털어놨다. 원래 스톤의 입에서 쏟아져야 하는 물질은 오트밀, 요거트, 그레놀라를 섞은 것으로, 맛이야 이상하겠지만 그래도 입 속에 넣고 견딜 만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우디 해럴슨이 “토사물이 진짜 같지 않다”라고 지적했고, 제작진은 오렌지주스를 섞었다. 하지만 해럴슨은 또 진짜 같지 않다며 커피도 섞으라고 말했다. 결국 스톤은 오트밀, 요거트, 그레놀라, 오렌지 주스, 커피를 섞은, 상상만 해도 비위가 상하는 혼합물을 입 속에 넣고 촬영해야 했다. 인터뷰에서 스톤은 “원래 구토 자체를 싫어한다”라며 그날 가짜 토사물 때문에 정말 토할 뻔했다고 회상했고, 스톤의 고생길을 열어젖힌(?) 해럴슨은 “덩어리가 좀 있어야 했다”라고 자신의 제안을 변호했다.

출처: variety

브라이언 크랜스턴 캐스팅하려 연극 티켓을 전부 샀다고 하더라고요 – 아론 폴

이미지: 넷플릭스

[브레이킹 배드 무비: 엘 카미노]는 [브레이킹 배드]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드라마와 제시 핑크맨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드라마의 뒷이야기를 담은 회상 장면과 카메오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팬들을 가장 열광시킨 카메오는 당연하게도 월터 화이트인데,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턴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이 의외의 난관에 부딪혔었다고 한다. 바로 크랜스턴의 연극 공연 일정이 영화 촬영 시기와 겹친 것. 그렇다면 제작사 넷플릭스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제시 핑크맨 역의 아론 폴은 “넷플릭스가 브라이언 크랜스턴을 섭외하기 위해 하루치 공연 티켓을 전부 구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날 하루는 극장이 문을 열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들은 바로는 그렇다”라며 그 비밀을 밝혔다. 뒤이어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지 않기 위해 전용기까지 대동했다. 영화 내용이나 크랜스턴의 합류를 숨기려 촬영장에서 두건과 망토까지 착용했었다”라고 덧붙였는데,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 그리고 팬들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낸다.

출처: gamesradar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타이타닉’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다 – 폴 러드

이미지: 씨네힐, (주)영화사 오원

[타이타닉]은 10년 이상 깨지지 않았던 흥행 기록을 세웠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완연한 A급 스타로 만들었다. 하지만 폴 러드에 따르면, 디카프리오는 [타이타닉] 출연을 꽤 고심했다. 러드는 최근 토크쇼에서 러드는 디카프리오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함께 했던 20여 년 전 이야길 풀어놓았다. 촬영 마지막 날, 디카프리오는 러드에게 “[타이타닉]이란 영화 출연 제안을 받았는데 고민하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자칭 타칭 ‘타이타닉 전문가’인 아버지 덕분에 타이타닉에 대해 잘 알았던 폴 러드는 무조건 출연해야 된다고 권했다. 디카프리오의 결정에 러드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 아는가? 그의 강력한 권유가 명작 탄생한 결정적 밑거름이 됐을 수도 있다.

출처: 유튜브

스필버그에 동의하지 않아요. 극장이 망하는 건 극장 탓입니다 – 에드워드 노튼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마틴 스콜세지의 “마블 영화는 놀이공원 같다” 발언이 올 하반기 ‘영화감독의 말말말’이라면, 상반기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한마디가 있었다. 지난 3월, 스필버그는 넷플릭스 영화가 아카데미 수상 후보로 선정되는 것에 반대하며, 이들이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영화적 경험’을 해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에드워드 노튼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이 연출한 [머더리스 브루클린] 테스트 스크리닝 당시 극장 상영 퀄리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그는 영화적 경험이 사라지고 극장이 망하는 원인이 넷플릭스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북미 지역 극장 중 60%가 상영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라며 말문을 연 노튼은 “극장이 흐릿한 화면과 수준 낮은 음향을 제공하는데, 아무도 이들을 탓하지 않는다. 만약 극장이 할 일을 제대로 했더라면, 관객은 ‘집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이야’라며 기쁜 마음으로 극장으로 향할 것이다”라며 극장의 책임이 크다고 전했다. 뒤이어 “스티븐 스필버그를 존경하지만 그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그 어떤 스튜디오보다 [로마] 극장 상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스페인어로 된 흑백 영화를 전 세계 수백 개 극장에 말이다. 대부분의 메이저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이런 노력을 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출처: thedailybe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