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퀴어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매해 퀴어영화 팬들과 시네필들을 설레게 하는 2019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오는 11월 7일(목)부터 13일(수)까지 7일간 개최된다.
올해부터 본 영화제에 경쟁부문이 신설되며 ‘국제영화제’로서의 규모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경쟁부문이 포함된 아시아프라이드섹션에 대한 기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프라이드섹션은 아시아장편경쟁 작품들과 아시아프라이드-비경쟁 작품들로 구분된다. 한국, 대만, 베트남, 인도,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퀴어 영화를 ‘2019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 프로그래머들이 추천한 아시아 퀴어 영화를 소개한다.
아시아프라이드섹션 프로그래머 추천작

아시아 전역에서는 대만 동성결혼 합법화 이슈가 주변 국가의 퀴어영화 경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되는데, 특히 올해 대만 영화들이 주요 추천작으로 선정되며 대만 내에서 퀴어 이슈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군견]은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된 작품으로, 군인 남자와의 BSDM 롤플레잉을 소재로 했다. 군대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스릴을 느끼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대만 작품 [친친]은 엄마와 딸, 그 딸의 연인 간의 미묘한 관계를 담았다. 딸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여성은 딸과 함께 온 또 다른 여성이 영 의심스럽기만 하다.
백발의 노인이 지닌 은밀한 성적 판타지를 담은 [늙은 나르키소스]도 화제작 중 하나다. 노인은 누군가 자신을 결박하고 엉덩이를 때려 주길 바라는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데, 한 청년을 만나게 되며 그의 욕망이 점점 발현된다. [늙은 나르키소스]는 노년 세대의 성적 욕망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긴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올해 아시아프라이드섹션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의 삶이 집중 조명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작품 [선물]은 남장을 하고 남자 친구들 무리에서 어울려서 노는 10대 소녀가 사춘기를 지나며 겪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을 다뤘다. 특히,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단편상을 수상한 해당 영화를 통해 사춘기 시절만이 아닌 모든 세대가 지닐 수 있는 성적 지향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외에도 십녀 소년들의 성장을 통해 ‘다름’을 극복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블루 스카이], [랑깃 부닥 비루] 등의 작품도 아시아프라이드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질문이 많아요]는 아시아프라이드섹션의 유일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트랜스젠더 여성이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겪게 되는 차별과 한계에 대해 다뤘다. 본 작품을 통해 당연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성소수자에게는 어려움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아시아장편경쟁작 6편

총 6편의 경쟁 작품들이 아시아프라이드섹션에 이름을 올렸다. 2019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 심사상을 수상한 [달을 향해 짖는 개]는 동성애자로 밝혀진 아버지와 신경질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가족의 위기를 겪어온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며 발생하는 이야기다. [브레이크]는 아시아장편경쟁 부분 중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유약하고 소심한 고등학생 시우의 잔잔하던 삶에 찾아온 변화를 다뤘으며 주연을 맡은 장유상 배우의 호연이 인상깊다.

[빌리와 엠마]는 카톨릭 여학교에 전학 온 보이시한 여학생 빌리와 모범생 엠마와의 관계성을 담으며 성장기 소녀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엄마, 안녕]은 커밍아웃하지 않은 커플이 가족과 함께 지내며 발생하는 헤프닝을 그렸는데, 특히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자신의 손자를 오해하며 웃지 못할 사건들을 주목할 만하다.

일본 작품 [운동선수 ~ 내가 그에게 빠진 나날]은 외로운 중년 이혼남과 게이 청년과의 만남으로, 일본 퀴어영화의 색채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트레이시]는 갑작스러운 친구의 비보를 듣게 된 중년 남성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점차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드러내는 변화를 담았다.
*PRIDE: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드러내고 모든 성소수자 LGBTAIQ 등을 포괄하는 상징적 단어
(제공: 2019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