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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TV+ 서비스 론칭을 향한 험난한 길

애플 TV+가 11월 1일 공개된다. 이용료는 월 4.99달러이며, 9월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등 기기를 구입한 고객은 1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기부터 서비스까지 특유의 생태계와 문화를 만드는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것 자체가 미디어 산업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미래를 발견했다는 증거다.

그동안 할리우드에 도전했던 다른 실리콘 밸리 기업들 중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시행착오나 실패를 겪고 물러났다. 성공보단 실패 사례가 많은 과거를 고려하면 애플의 행보는 더 과감하고, 더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2023년까지 전 세계 가입자 1억 명, 매출 70억~100억 달러를 달성한다면 애플이 건 리스크의 대가는 충분한 듯하다.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달리 애플은 처음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거금을 투자하며 할리우드 A급 창작자들을 끌어들였다. 제니퍼 애니스톤을 TV 시리즈에 복귀시켰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고전 명작을 되살렸으며,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을 애플 생태계 안으로 옮겨왔다.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앞으로 더 많이 투자할 텐데, 할리우드는 여전히 애플을 넷플릭스나 다른 스튜디오만큼 크게 신뢰하진 않는 듯하다.

최근 할리우드리포터는 애플의 TV+ 서비스 론칭 과정을 짚으며 큰 돈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원하는 만큼 빠른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할리우드와 실리콘 밸리의 일하는 방식이 다르며, 애플은 지금보다 더 큰 리스크를 걸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TV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할리우드 리포터는 지난 3월 애플의 TV+ 서비스 발표를 마치 ‘아이폰 신제품 발표’ 같았다고 지적한다. 이날 애니스톤, 리즈 위더스푼, 스티븐 카렐, J.J. 에이브럼스, 제니퍼 가너 등 할리우드 A급 크리에이터가 출동했으나 기자들은 발표 자체가 “알려준 게 없다.”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TV+ 오리지널 콘텐츠 창작자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지만, 서비스의 가격이나 서비스 국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 ‘더 모닝 쇼’ 티저 트레일러

애플이 현재 TV+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 TV+는 애플에겐 아이폰과 같은 상품이며, 그들은 그동안 해온 방식대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업계 사람들의 말을 빌어 “영상 콘텐츠를 바라보는 방식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라고 지적하지만, 문화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만드는 애플의 장기는 오히려 할리우드에서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더 모닝 쇼]의 티저 예고편을 세트장과 목소리로만 채워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일주일 후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예고편만 유튜브에서 2,480만 뷰를 기록한 걸 보면, 애플의 감각은 TV 콘텐츠 프로모션에도 발휘될 수 있을 듯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간섭

할리우드 리포터는 콘텐츠 개발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개발 과정에서 애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맞는 시리즈가 나오도록 제작에 크게 간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즈니+처럼 가족 친화적 성격을 강조하진 않으나, 애플이 동경과 열망(aspirational)의 브랜드인 만큼 콘텐츠도 이에 맞게 제작되도록 압박한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가 직접 콘텐츠 개발을 챙긴다는 설, 중국을 부정적으로 그리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설도 있다. 애플은 명확한 입장 표현을 거부했다.

애플이 처음 TV+ 서비스 론칭을 발표한 후, “우리는 앱을 만들고 마케팅은 할 줄 알지만, TV 제작은 잘 모른다.(에디 큐 서비스 & 소프트웨어 담당 선임 부사장)”라고 인정했다. 그래서 애플은 소니 텔레비전 스튜디오를 운영했던 제이미 얼릭트, 잭 반 앰버그를 월드와이드 비디오팀 수장으로 임명했고, 두 사람은 두둑한 자본을 바탕으로 오프라부터 스티븐 스필버그까지 A급 창작자를 포섭했다. 2021년에는 로스앤젤레스 근교 컬버 시티에 사무실도 열어, 실리콘 밸리와 할리우드 간의 간격을 메우려 한다. 하지만 예산을 많이 들였음에도 제작이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애플의 “할리우드적 감각이 부족하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지: Apple

몇몇 콘텐츠 제작 창작자가 잇달아 떠난 것도 우려를 키웠다. [더 모닝 쇼]는 각본 집필이 지지부진했던 작가 제이 카슨을 해고하고, 베테랑 TV 작가 케리 에린에게 제작을 맡겼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자로 나선 [어메이징 스토리]는 쇼러너 브라이언 퓰러와 하트 핸슨이 모두 하차하면서 11월 1일 론칭과 동시에 서비스하려는 계획이 변경됐다. 제이슨 모모아 주연 [씨] 또한 곧 쇼러너 교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작 단계에서 창작적 이견으로 쇼러너가 하차하는 일은 종종 있으며, 베테랑 임원에게 부서 경영을 맡겨도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은 누구에게든 큰 도전이다. 시간이 해결할 거라 기대해야 하겠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너무 빨리 바뀌는 지금은 시간마저 애플의 편은 아니다.

애플이 더 큰 리스크를 걸어야 할까?

이미지: Apple

애플 TV+가 넷플릭스나 아마존, 훌루뿐 아니라 디즈니+, NBCU 피콕, 워너미디어 HBO 맥스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라이브러리’가 없다는 것이다. 음악이나 게임, 뉴스 서비스와 달리 애플TV 서비스는 개별 서비스(스키니 번들)을 전시하는 진열장이며, TV+는 그중 하나로 애플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한다. 디즈니, 워너미디어, NBCU가 수십 년간 구축한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뽐내는 동안 애플 TV+는 접근성과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고, 이는 기업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무리 화려하게 시작해도 오리지널 콘텐츠 몇 편으로는 사용자들이 구독을 지속하지 않는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서비스와 브랜드 구축에 큰 역할을 하지만 결국 승부는 저렴한 가격에 얼마나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지에 달렸다. 그점에서 매출의 막대한 부분을 오리지널 제작에 쏟는 넷플릭스와 애플의 행보가 비교된다. 애플은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에 충분히 투자했으며 앞으로도 투자할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기 위해 중소 할리우드 스튜디오 인수를 추천한다. 이미 제작 파트너십을 맺은 A24나 소니뿐 아니라 MGM, 라이온스게이트 등은 시가총액 1조 원의 애플이라면 충분히 인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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