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서 표현을 위해 틀린 문법을 일부 허용하는 것을 ‘시적 허용’이라 일컫는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실제와는 다르게 일부러 과장된 시퀀스를 영화에 추가하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은데, 이는 관객이 경험할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나 재미를 위해 더한 요소가 클리셰가 되고, 여러 작품에서 이를 사용하다 보면 관객들이 이를 ‘진짜’라고 여기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영화 때문에 오해하기 쉬운, 그리고 그동안 잘못 알았던 과학 상식들을 살펴보자.

1.형형색색의 레이저는 없다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흔히 ‘레이저’라고 부르는 광학 병기는 SF 장르의 단골 무기다. 인체를 순식간에 절단하거나 철갑도 뚫어버리는 위력도 위력이지만, 다양한 색상으로 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판 중인 레이저 포인터를 다뤄본 -혹은 어린 시절 놀아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현실은 반대편에 덩그러니 보이는 빨간 점 하나가 전부다. 영화처럼 레이저가 보이려면 대기 중에 먼지와 같은 이물질이 있어야 하는데, 빛이 보일 정도로 이물질이 많으면 에너지가 흡수되어 위력이 반감한다. 또한 실제로 광학 병기가 실용화된다면, 이론상 투사체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설령 보인다 한들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아두자.

2. 푸슝! 파슝! 푸슝!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실제로 광선의 잔상을 보지 못한다는 소식에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스타 트렉]이나 [스타워즈] 속 전투 시퀀스에서 흔히 듣던 특유의 ‘푸슝’ 하는 발사음을 현실에선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리가 물체의 떨림으로 전달된다는 것은 기본적인 과학 상식이다. 우주에 공기와 같은 매질(소리를 전달하는 물질)이 아주 적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광학병기를 이용한 우주 전쟁이 발발한다 한들, 현실에선 총성 없는(?) 전투가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그나마 현실적인 우주 전투 장면은 최근 개봉한 [애드 아스트라]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작품도 재미를 위해 투사체가 보이고, 소리도 들리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상당히 자제한 편이다.

3. 우주에서의 폭발은 그리 멋지지 않다

이미지: Twentieth Century Fox

위와 같은 이유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폭발도 영화처럼 역동적이지 않다. 산소가 거의 없어 폭발음도 들리지 않으며, 비교적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힘들다. 실제 우주에서 폭발이 일어난다면 풍선 터지듯 순식간에 벌어질 텐데, 혹시라도 그 장면을 구경하겠다고 근처에서 서성거리다간 큰일이 날 것이다. 잔해가 날아오는 속도를 저지할 공기 저항이 없기 때문에 ‘아차’하는 순간 잔해와 같이 우주를 떠돌게 될 테니 말이다.

4. 호박석은 훌륭한 DNA 보존 도구다?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호박석 안에 보존된 모기 한 마리’가 쥬라기 공원의 시작이었다. 사업가 존 해먼드는 최신 과학 기술을 이용해 모기로부터 비교적 온전한 공룡의 DNA를 추출한 뒤 양서류나 파충류 유전자와 결합해 다양한 공룡들을 복원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오랜 세월 호박 내에 보존된 생물로부터 DNA를 분리하고, 나아가 복제까지 할 수 있을까? 현재의 기술력은 추출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물론 추출도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호박이 DNA 붕괴를 방지한다고는 하나, 몇억 년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손상이 발생해서 추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5. 티라노사우루스 앞에서 가만히 있으면 살 수 있다?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쥬라기 공원]의 앨런 박사는 ‘티라노사우루스는 움직임을 포착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살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실제로 티라노사우루스 앞에서 이렇게 행동하면 그대로 한 끼 식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눈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정면에 위치하고 있어 대상과의 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시력은 인간보다 13배 뛰어나기 때문에 ‘움직임’에 반응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멀다고. 하마터면 앨런 박사가 자신을 포함해 차안에 갇혔던 모두를 큰 위험에 빠뜨릴 뻔한 셈이다.

6. 상어는 뛰어난 후각으로 수백 km 밖의 피 냄새도 맡는다?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상어의 후각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피 냄새를 감지하고 수 km를 쫓아왔다’라는 식의 소문은 그저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0년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교에서 직접 실험한 결과, 올림픽 사이즈 수영장(길이 50m)에 풀어놓은 상어가 소량의 피 냄새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상어의 후각은 미국 가정 뒤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영장(올림픽 수영장 기준 1/30 규모)에서는 한 방울의 피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하니, 상어가 눈 앞에 있지 않는 이상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

7. 퀵 샌드는 정말 죽음의 수렁일까?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극중 등장인물이 퀵 샌드에 빠질 경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바로 빠져나오려 몸부림치는 것이다. 몸부림칠수록 모래늪에 더 깊이 빠지고, 결국 온몸이 잠겨서 죽는 장면을 여러 작품에서 목격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람이 퀵 샌드에 완전히 잠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래의 밀도가 인간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실제론 절반 정도가 잠기는 게 최대라고 하는데, 퀵 샌드에 빠져 사망한 사례 중 대부분이 탈출하지 못해 아사하는 것이라고. 만약 살면서 퀵 샌드에 빠지는 일이 생긴다면, 물을 부어서 몸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뒤 도움을 받아 빠져나오도록 하자.

8. 산탄총에 맞으면 뒤로 날아간다?

이미지: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나 드라마에서 누군가 산탄총을 들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클리셰가 있다. 묵직한 ‘탕’ 소리와 함께 총에 맞은 상대방이 저 멀리 날아가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것은 과장된 연출이다. 우선 대부분의 총기와 마찬가지로 산탄총도 사람을 날려버릴 정도의 물리력을 갖추지 못한다. 설령 그만한 물리력을 갖춘다 한들, 피격자보다 산탄총을 쥔 사람이 더 먼 거리를 밀려나야 하는 것이 맞다. 총알은 날아가면서 공기의 저항을 받기에 에너지가 감소하지만, 총을 쏜 사람의 경우 반동을 그대로 몸으로 받기 때문이다.

9. 클로로포름으로 순식간에 기절시키기?

이미지: Columbia Pictures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납치법 중 하나가 바로 ‘클로로포름’을 이용한 방법이다. 클로로포름을 적신 손수건 등으로 상대의 코와 입을 막으면 수 초 내로 의식을 잃는 장면을 수없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건장한 성인의 경우 최대 5분은 노출되어야 의식을 잃는데, 그 사이에 클로로포름의 대부분이 기화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범죄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클로로포름이 마취제로 상용화되었던 20세기 초에 범죄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몇 차례 범죄에도 이용되었기 때문에 이런 클리셰가 생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