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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TV 산업을 바꾼 ‘다운튼 애비’를 영화로 만나다

영국 시골에 우뚝 서 있는 화려한 대저택, 그곳에 사는 귀족들과 그들에게 봉사하는 하인들. 시간이 정지된 곳 같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평화롭고 다채로운 세계. [다운튼 애비]가 작은 스크린 위에 펼친 우주에 전 세계 사람들이 매료됐다. 2015년 시즌 6로 여정을 일단락한 후, 드라마는 장편 영화로 돌아왔다. 그랜섬 백작가 사람들과 다운튼 사람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이번에도 팬들을 매료시키는 데 충분했다.

영국 영화와 TV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운튼 애비]의 인기는 독특하다. 가장 ‘영국다운’ 작품이지만 국경을 넘어 사랑받았고, 엄청난 인기는 영국 TV 산업의 지형을 바꿀 정도였다. 이 글에선 [다운튼 애비] 제작자인 카니발 필름 대표 개러스 님(Gareth Neame)의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의 탄생과 영향력을 알아본다. 원문은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운튼 애비의 탄생

이미지: ITV

[다운튼 애비]는 영국 전원(시골) 배경 드라마, 일명 ‘컨트리 하우스 드라마’다. ‘영국 시대극’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많이 제작되었으며,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물부터 제인 오스틴의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로 변주되어 왔다. 지역, 저택, 사람은 바뀌지만 특유의 스타일과 정서가 있고, 오로지 영국에서만 할 수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장르’라 할 만하다.

개러스 님은 어느 날 1970년대 인기 시리즈 [업스테어스, 다운스테어스(Upstairs, Downstairs)]를 다시 보면서 “가장 영국적이면서도 전 세계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TV 시리즈로 컨트리 하우스 드라마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시골 저택의 귀족과 하인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TV 시리즈가 제작된 지 오래되어 “최소한 두 세대 정도는 이런 이야기를 모를 테니, 지금이 새롭게 풀어갈 적기”이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는 곧바로 작가를 찾았고, 영화 [고스포드 파크]를 쓴 줄리안 펠로우스(Julian Fellows)를 적임자로 판단했다. 그는 펠로우에게 머천트-아이보리 프로덕션* 영화 같은 퀄리티에 [웨스트 윙]만큼 빠른 속도의 스토리텔링을 푸는 주 단위 시리즈를 제안했다. 펠로우즈는 [고스포드 파크]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지만, 님은 그가 “가장 잘하는 장르에 다시 뛰어드는 데 꽤 오랜 설득이 필요했다.” 몇 주 뒤, 펠로우스는 님에게 극의 모든 캐릭터가 적힌 목록을 이메일로 보냈다. “그때는 캐릭터 이름도 없었고, [다운튼 애비]라는 제목도 없었지만, 영국 귀족과 미국인 부인, 아들이 없어서 후계자가 없는 상황 등은 모두 잡혀 있었다.” 그렇게 [다운튼 애비] 기획이 시작됐다.

*이스마일 머천트와 제임스 아이보리가 설립한 제작사로 20세기 초, 저택 등 호화로운 배경에서 귀족이나 높은 신분의 인물들이 겪는 갈등을 주로 다루는 영화를 많이 제작했다. 대표작으로 [모리스],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등이 있다.

ITV 편성

님은 영국 방송사에 프로젝트를 피칭했고, ITV는 펠로우스가 작가임을 알고 바로 편성을 결정했다. 반응이 꽤 즉각적이었는데, 당시 방송 시장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이례적인 결정이다. 경제 불황으로 영국 방송 광고 시장 상황은 최악이었고, ITV는 2009년 새 드라마 제작을 거의 하지 않을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다운튼 애비]도 편성은 받았으나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시즌 1은 계획된 8편보다 1편 줄인 7편만 제작했다. 다행히 제작사는 적자 예산 운영이 가능했는데, 그때 카니발 필름이 유니버설에 매각되고, 뒤이어 [다운튼 애비]도 PBS 마스터피스에 판매됐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의 성공

2010년 9월, [다운튼 애비]의 첫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개러스 님은 “첫 방영 다음날 아침부터 히트작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라고 말했지만, [다운튼 애비]는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2편은 1편보다 시청률이 20% 상승했는데, 일반적으로 첫 방송보다 15~20% 하락하는 방송 패턴을 깬,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시즌 1 방영이 끝난 후 [다운튼 애비]는 가장 화제가 된 TV 시리즈로 등극했고, 1981년 [브라이즈헤드 리비지티드] 이후 가장 성공한 드라마 시리즈가 되었다.

[다운튼 애비]는 2011년 1월 미국 방영을 시작해 영국 드라마로는 드물게 큰 성공을 거뒀다. [다운튼 애비]는 미국 외 지역에서 제작한 시리즈로는 최초로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후보 지명을 가장 많이 받았고(2개 시즌, 27편), 골든글로브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시즌 3가 방영될 즈음 전 세계 거의 모든 시장에 판매되었다.

‘다운튼 애비’, 영국 TV 시리즈 산업을 바꾸다

[다운튼 애비]는 영국 TV 방영용 시대극 시리즈로는 독특한 점이 있다. 일단 찰스 디킨스나 제인 오스틴 등 문학 작품이 원작이 아닌, ‘순수 오리지널’ 작품으로 성공을 일궜다. 그리고 TV 시리즈이지만 ITV 스튜디오나 BBC 월드와이드 등 영국 채널의 콘텐츠 판매 회사가 아니라 미국 회사인 NBC유니버설이 판매를 담당했다.

NBCU가 [다운튼 애비]를 전 세계 바이어에게 처음 공개했을 때 반응은 매우 뜨거웠고, 바로 판매로 연결됐다. 님은 인기 드라마 [하우스]를 함께 판매했던 NBCU가 “[다운튼 애비]가 [하우스]만큼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면 [하우스]를 산 금액만큼 [다운튼 애비]에도 지불해야 한다.”라는 논리를 폈다고 회상했다. 그 덕분에 [다운튼 애비]는 영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드라마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됐다. 영국 TV 프로그램 판매 전략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언어는 비슷하지만 미국드라마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바이어들에게 어필했던 영국 드라마가 프로덕션 퀄리티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다운튼 애비]가 성공하자 미국의 여러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영국을 제작 거점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님은 넷플릭스가 [더 크라운]에 오리지널 시리즈로는 최대 제작비를 투입한 것도 [다운튼 애비]가 성공했기 때문이라 본다. 그는 “[다운튼 애비]가 영국 시대극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에” [더 크라운]이 탄생한 것이라 생각한다. [다운튼 애비]로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다른 나라의 TV 시리즈를 사는 데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장편 영화도 성공! 속편 제작 가능성은?

[다운튼 애비] 영화화 논의는 시즌 4 제작 초반에 시작됐다. 님과 펠로우스는 “이 정도 규모와 퀄리티라면 장편영화 제작도 가능성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계획한 것보다 1년 앞당겨 시즌 6로 시리즈를 마무리했고, 갑작스러운 종영에 놀란 팬들에게 장편 영화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펠로우스는 시즌 6를 마무리하면서 바로 영화 각본 집필을 시작했다.

[다운튼 애비] 영화는 2018년 8월 말부터 11월까지 주 배경인 하이클레어 캐슬과 런던, 윌트셔 라콕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드라마 시리즈에 출연한 거의 모든 배우들이 등장하고, 이멜다 스탠턴, 제랄딘 제임스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가 너무 많아 스케줄 조절이 힘들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영화는 영국과 미국에서 2019년 9월 개봉했고, 지금까지 전 세계 1억 867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특히 미국 개봉 첫 주말, 3,100만 달러라는 예측치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다운튼 애비]는 미국 배급사 포커스 피쳐스 작품 중 개봉 첫 주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영화가 되었다.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으니, 속편 제작에 욕심을 낼 만하다. 개러스 님은 “주요 출연진 몇 명과 펠로우스, 나는 속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는다. 영화가 잘 되고 적절한 때가 되면 논의할 준비는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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