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 주 개봉작 리뷰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The Truth) –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고레에다는 고레에다

이미지: 티캐스트

에디터 홍선: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보기 전 드는 걱정 하나, 프랑스가 배경이고 불어를 사용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품은 괜찮을까? 그런 걱정은 영화 30분만 봐도 싹 사라질 것이다. 겉으로는 괜찮지만 마음속에 앙금이 쌓여있는 엄마와 딸에게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처 몰랐던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화해의 손짓을 취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언어와 배경은 달라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정서는 여전하다. 위트 있는 유머와 무언가 부족해도 사랑스러운 캐릭터, 갈등과 위기를 부드럽게 감싸는 따뜻한 시선은 프랑스 버전 [걸어도 걸어도]를 보는 기분이다. 세계 어디에나 통용되는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테마를 다룬 영화는 결국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국적과 문화보다 사람과 마음이 더 중요함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포드 V 페라리(FORD v FERRAR) – 뜨겁고 짜릿하게 질주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디터 현정: ★★★☆ [포드 V 페라리]는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놀라운 실화를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르망 24시간 레이서를 소재로 제목만 보면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이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포드 v 포드’의 이야기에 가깝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갈등과 경쟁이 주된 서사다. 영화는 성격은 판이하게 다른 캐롤 셸비와 켄 마일스의 우정과 도전정신을 극의 엔진으로 삼고,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자존심 회복의 도구로 보는 포드 경영진의 비윤리적인 태도가 빚어낸 내부의 갈등을 양념처럼 배합한다. 트랙 위를 질주하기 전부터 이미 갈등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여기에 현장감을 생생하게 담아낸 촬영 기법이 더해져 더욱 짜릿한 쾌감을 끌어낸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 없이 탁월하고, 드라마와 유머, 카체이싱을 고르게 배합한 스토리텔링도 훌륭하다. 152분의 긴 러닝타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속도감 있게 질주하니 꼭 극장에서 체험하고 느끼길 바란다.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 유쾌한 혼돈 속 마지막까지 시선을 뗄 수 없는 반전

이미지: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원희: ★★★★ 복고풍 추리물 느낌을 물씬 풍기는 코믹 미스터리 스릴러. 유명한 미스터리 소설 작가 할란 트롬비의 죽음으로 가족들이 한데 모인 가운데, 그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사립 탐정 브누아 블랑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비밀로 묻어둔 할란과의 관계 때문에 가족들 모두가 용의자 목록에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진범을 밝혀두고 시작한다. 진범의 시선으로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블랑의 어딘지 엉성해 보이는 추리는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진범의 뒤를 쫓는다. 트롬비 가족을 통해 미국의 백인 사회를 위트있게 풍자하며 허를 찌르듯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배우들의 명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감각적이고 깔끔한 연출이 돋보인다.

감쪽 같은 그녀(A Little Princess) – 개연성은 사라졌지만 눈물은 흐른다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에디터 원희: ★★ 말순 할머니에게 자신이 손녀라며 갓난 동생 진주를 업은 공주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 드라마. 한 가족이 된 말순과 공주의 소소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일상은 말순에게 치매가 찾아오면서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노년의 치매를 다룬 점은 좋으나 소녀가장과 가정폭력, 가족을 잃은 슬픔 등 관객의 심금을 울릴 만한 소재가 여기저기 등장하고 엉성하게 엮이면서 어느 한 곳에 집중되지 못하고 이야기의 깊이도 더욱 얕아진다. 결말로 갈수록 개연성이 약해지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면도 올드한 느낌이라 아쉬움이 더 크다. 그래도 말순과 공주를 연기한 나문희, 김수안 배우의 연기가 빛을 발하며 관객의 눈물샘을 두드린다.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 – 연말 맞춤용 로맨틱 코미디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스

에디터 혜란: ★★☆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주인공이 특별한 사람과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로맨스로, 이때쯤 정말 많이 듣는 왬!의 히트곡 제목을 가져왔다. 영화의 단점이라면 전개 방향이 보인다는 건데, 꽤 둔감한 에디터마저 회심의 ‘반전’을 영화 1/3 지점에서 짐작했을 정도다. 하지만 [라스트 크리스마스]의 핵심은 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달콤한 로맨스 뒤엔 큰 변화를 겪고는 이전의 삶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여자가 있다. 직장에선 실수를 연발하고, 친구들과는 더 멀어지며, 가족은 서로 상처 주고 상처 받는다. 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남자와의 인연은 자신을 보살피는 기회이자, 주위 사람들과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다. 후반부에 비해 전반부는 몰입하기 어려운 편이지만, 에밀리아 클라크와 헨리 골딩 등 배우들의 매력 덕분에 넘어갈 수 있다. 연말을 맞아 누구와도 즐겁게 보고 대화할 만한 영화다.

굿 라이어(The Good Liar) – 뻔한 거짓말도 뻔하지 않게 만드는 배우들의 힘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디터 영준: ★★★☆ 두 주연이 헬렌 미렌과 이안 맥켈런이니까 가능한 범죄 스릴러. 한 사기꾼이 남편을 일찍 여읜 여성의 재산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굿 라이어]의 백미는 두 사람의 속고 속이는 거짓말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반전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굿 라이어]는 관객을 완벽히 속이는 거짓말쟁이가 되지는 못한다. 전개가 다소 뻔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인데, 헬렌 미렌과 이안 맥켈런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경이로운 연기력을 선보여 아쉬움을 달래준다. ‘모르면 모를수록 재미있는 작품’이기에 만약 영화를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사전 정보를 최대한 멀리하고 극장에 들어서길 추천한다. 15세 관람가지만 예상외로 잔인한 장면도 있으니 주의하길. 아, 이것도 너무 많이 말한 건가…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HOW TO LIVE IN THIS WORLD) – 블랙 코미디를 빙자한 B급 에로

이미지: (주)디스테이션

에디터 영준: ★ 사랑이 아닌 의리로 살아가는 중년 부부가 외도를 통해 서로에 대한 진심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그러나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메시지 전달에는 실패한 채 수위 높은 장면만 내세울 뿐이다. 불륜과 진정한 사랑이라는 소재는 많은 작품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다.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객이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이런 부분을 철저히 외면한다. 작중 인물들의 행동은 분명 과감하지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디테일이 부족해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니 단순히 성적 욕망에 눈이 먼 것처럼 묘사된다. 심지어 주변인물들은 이야기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부품처럼 허비되고 기억에서 사라진다. 김인권과 이나라, 서태화 배우의 연기력은 빛났지만 영화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