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 주 개봉작 리뷰

쥬만지: 넥스트 레벨(Jumanji: The Next Level) –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웃긴 게임이 돌아왔다

이미지: 소니 픽쳐스

에디터 혜란: ★★★ [쥬만지: 넥스트 레벨]은 비디오 게임으로 탈바꿈한 전편의 포맷을 유지하면서 새 요소를 첨가해 재미를 더한다. 게임과 현실 세계 모두에 새 캐릭터가 들어왔고, 게임 아바타의 강점과 약점이 추가됐으며, 여기저기 작은 업그레이드가 있다. 덕분에 배우들이 전편과 같지만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이 부분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다. 특히 드웨인 존슨, 케빈 하트, 새롭게 합류한 아콰피나의 연기에서 깔깔 웃음이 터진다. 온 가족용 블록버스터다운 과한데 유치한 맛은 여전하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스토리 진행은 게임 룰에 충실하고, 게임 아바타들의 활약은 이전보다 더 재미있으며, 정신없는 모험 속에서도 게임과 현실 세계의 간극을 고민하는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도 있어, 벌써부터 다음 영화에선 뭘 할까 궁금해진다. 훈훈하고 따뜻한 가족 블록버스터를 좋아한다면 신나고 유치하고 웃기고 재미있는 2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두 교황(The Two Popes) – 사실적이면서도 물 흐르듯 빨려들 수밖에 없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프란치스코, 두 교황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전기 영화. 먼저 교황으로 선출된 베네딕토로 시작해 추기경이었던 프란치스코가 교황이 되기까지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 가톨릭의 역사가 어떻게 변동되었는지 비춘다. 바티칸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내는 듯한 베네딕토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진보적인 시선으로 가톨릭의 미래를 바라보는 프란치스코의 모습이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놀라운 연기로 그대로 투영된다. 두 사람의 관계를 진지하게 담아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소소한 유머 덕에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또한 바티칸의 스캔들을 통해 두 사람이 묻어두었던 과거를 점차 드러내면서 드라마틱하고 입체적인 인물을 완성한다.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화면 가득 담긴 배우들의 얼굴로부터 전해지는 감정선이 영화에 절로 몰입하게 만든다. 가톨릭과 두 교황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카운트다운(Countdown) – 주인공이 핸드폰 볼 때마다 같이 꺼내 보고 싶더라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에디터 영준: ★★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엄청 순한 맛. 남은 수명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주인공이 얼마 남지 않은 죽음에 맞선다는 이야기다. 그저 기분 나쁜 장난쯤으로 여기던 이들이 ‘죽음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해하고, 예정된 운명에서 벗어나려다 상상치 못한 방식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제법 흥미롭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깜놀’ 요소는 많은 공포영화에서 봐온 것들이지만, 몇 번 겪어도 또 당하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카운트다운]의 빈약한 스토리텔링에 빛을 잃고 만다. 모든 죽음의 흑막과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설득력도 부족하고, 회심의 반전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속편에 대한 암시를 잔뜩 남겼는데, 관객의 입장에선 “굳이?”라는 말부터 나온다. 쿠키 영상이 하나 있지만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디에고(Diego Maradona) – 눈부시게 찬란하고, 한없이 씁쓸해지는 축구 영웅의 삶

이미지: 워터홀컴퍼니㈜, ㈜콘텐츠판다

에디터 현정: ★★★☆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축구 영웅 마라도나의 논쟁적인 생애를 생생하게 소환한 다큐멘터리. 떠들썩한 삶의 변곡점이 된 나폴리 시절로 돌아가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와, 스타와 개인의 삶에서 갈팡질팡했던 마라도나의 혼란스러운 삶을 재조명한다. 마라도라를 비롯해 당시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가 믿기 힘든 드라마틱한 실화에 힘을 싣지만, 그보다는 방대한 영상 자료를 축구 경기보다 더 활력 있게 재구성한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의 집념이 절로 감탄이 만큼 놀랍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도 느끼지 못한 역동적인 리듬감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와 악동의 모습부터 미처 알지 못했던 개인의 삶까지, 마음을 요동치게 하며 성공과 몰락의 드라마에 완벽하게 끌어들인다.

10년(Ten Years Japan) – 보편적인 이야기로 담아낸 일본의 자화상

이미지: 디오시네마

에디터 현정: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총괄 제작자로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각 5편의 이야기는 현재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국경을 넘어 보편적인 메시지로 귀결한다. 당장 한국도 피해 갈 수 없는 고령화 문제와 방사능 공포, 디지털 시대의 개인정보와 통제(감시), 전쟁과 자위대까지, 신예 감독 5명이 그려낸 10년 후 일본은 어둡고 불완전하지만, 비관적인 태도로 일관하기보다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따스한 인간애를 불어넣거나 현실을 예리하게 통찰하며,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질문을 던진다.

라 파미에(Lola & Her Brothers) – 맛깔스러운 대사와 따뜻한 드라마가 있는 가족 영화

이미지: (주)에스와이코마드

에디터 홍선: ★★★☆ 결혼만 세 번째인 장남 브누와, 하루아침에 실직했지만 자존심만큼은 지키고 싶은 둘째 피에르, 그리고 철없는 두 오빠들을 감싸주는 막내 롤라의 이야기를 담은 프랑스 가족 코미디. 그저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은 삼 남매에게 갑작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억지스러운 에피소드 없이 자연스럽게 일상의 드라마를 표현하는 솜씨가 좋다. 영화의 감독이자 첫째 브누아 역을 맡은 장 폴 루브를 비롯해, 배우들의 남매 케미가 빛나고 센스 넘치는 대사들로 즐겁다. 큰 사건 없는 평범한 이야기라 심심할 수도 있으나, 갈등이 천천히 해결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한 것은 화려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의 소중함이 아닐까. 

라스트 씬(Last Scene) – ‘라스트’의 그리움 또 다른 ‘오프닝’을 바라는 뜨거움

이미지: (주)시네마달

에디터 홍선: ★★★☆ 부산의 대표적인 독립예술전용극장 국도예술관의 마지막 한 달을 담은 다큐멘터리. 국도예술관을 자주 찾았던 관객들과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라지는 극장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말한다. 국도예술관에서 상영했던 영화의 포스터, 오래된 영사기, 색 바랜 필름 등을 정감 있게 담아내어 세월의 흐름을 표현한다. 작은 극장의 폐관을 힘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분노보다는 함께 했던 추억을 더 소중하게 여기며 담담하게 마지막을 그린다. 다행인 것은 [라스트 씬]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영화관을 그저 바라만 보지 않고 더 힘주어 이런 공간을 지켜야 함을 말한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의 힘으로 부활시킬 또 다른 ‘오프닝 씬’을 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