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조이앤시네마

[허슬러]는 최악의 경제 불황이 닥친 후, 뉴욕의 스트리퍼들이 생존을 위해 월 스트리트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담한 범죄를 벌인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2015년 뉴욕 매거진에 기고된 칼럼 ‘The Hustlers at Scores’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로린 스카파리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제니퍼 로페즈, 콘스탄스 우, 릴리 라인하트, 줄리아 스타일스, 케케 파머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내용상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실제 월 스트리트 사람들을 상대로 범죄를 벌이는 모습 이전엔 경제 불황 전 데스티니(우)와 라모나(로페즈)가 고객들의 마음을 빼앗고 돈을 벌어들이는 과정을 묘사한다. 지금까지 ‘스트리퍼’를 그린 영화들이 댄서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만 그린 것과 다르게, [허슬러]의 댄서들은 섹시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탐욕의 대상보다는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처럼 보인다.

영화가 스트립티즈와 댄서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영화 초반 댄스 시퀀스에서 드러난다. 라모나가 피오나 애플의 ‘Criminal’에 맞춰 폴 댄스를 추는데, 로페즈가 폴에 매달리고 오르는 모습을 보면 섹시함보다 미끄러운 봉에 매달려 자세를 유지하는 근력에 놀란다. 비평가와 관객 모두를 감탄하게 한, 2019년 가장 섹시하면서도 투지 넘치는 장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촬영 준비

원래 댄스 장면은 대본에 없었다. 스카파리아는 “각본엔 ‘라모나가 화려한 동작으로 공연을 마무리한 후 무대에서 내려와 클럽을 가로질러 걷는다’라고 되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로페즈가 라모나 역을 맡고 제작에도 참여하면서, 라모나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로 했다.

How I Mastered the Pole Dance | Hustlers BTS Part 1 | 출처: 제니퍼 로페즈 Youtube 채널

로페즈는 영화 촬영 두 달 반 전부터 폴댄스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댄서 출신 로페즈는 지금까지 30년 넘게 췄지만, 폴 댄스는 “그동안 존재를 몰랐던 근육을 쓰게 할 정도로” 생소했다. 로페즈는 폴 댄스 안무가 요아나 사파키의 지도를 받았다. 사파키의 목표는 “라모나가 폴에 거꾸로 매달리는 장면을 찍는 것”이었다. 그는 “댄서가 팔의 힘만으로 지탱해야 하는 고급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라모나가 폴댄스라는 예술을 마스터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투어와 앨범 녹음 등 바쁜 스케줄 속에서 로페즈는 훈련에 매진했다.

스카파리아는 사파키, 촬영감독 토드 벤하지와 함께 안무를 사전 점검했다. 그는 “남자들을 사로잡을 힘이 있고, 자아와 의지가 있는 여성을 보여주는” 안무에 감탄했고, 안무의 난도 때문에 여러 번 촬영이 어려운 만큼 계획을 더욱 꼼꼼하게 짜야했다고 설명했다.

촬영

촬영은 롱 아일랜드의 한 스트립클럽에서 진행됐다. 평소 카메라는 2대만 썼지만, 댄스 시퀀스 촬영엔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했다. 스카파리아는 “매번 춤을 출 수 없기 때문에 빠르게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그래서 마치 스포츠 중계를 하는 것처럼 찍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미지: STX Entertainment/조이앤시네마

촬영장은 제작진, 촬영 크루, 보조출연자 등으로 꽉 찼다. 클럽 촬영 장면에선 로페즈뿐 아니라 백그라운드에도 댄서들이 투입된다. 직원과 댄서 역의 보조출연자 50명 중 대부분은 실제 스트리퍼다. 스카파리아와 제작자들은 안심 컨설턴트(Comfort Consultant)와 스트리퍼 컨설턴트를 배치해 많은 사람 앞에서 반복해서 신체를 노출하고 춤을 춰야 하는 댄서들을 배려했다. 특히 촬영장에서 ‘손님’ 앞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선 본인이 ‘손님’을 직접 고르라고 지시했다.

라모나의 무대에 열광하는 손님 역 보조출연자 250명은 꼼꼼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톱스터 제니퍼 로페즈가 노출이 심한 레오타드를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이기 때문에 매너 있고 촬영에 협조적인 사람이 필요했다. 스카파리아는 보조출연자를 선정할 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좋은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스트립클럽 촬영장에선 프로듀서 일레인 골드스미스 토마스가 매일 촬영에 들어갈 때마다 보조출연자에게 “영화는 배우와 제작진의 것만큼이나 당신들의 것이다.”라고 연설했다.

춤은 많은 것을 말한다

이미지: 조이앤시네마

[허슬러]에서 데스티니와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댄스 장면은 라모나가 아름답고 섹시할 뿐 아니라 폴 댄스라는 고난도 기술을 완전히 마스터했음을 보여준다. 라모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클럽을 지배하고, 데스티니의 동경을 받으며, 관객들을 놀라게 만든다. 그 장면 덕분에 [허슬러]가 그리는 주체적 여성 캐릭터와 그들의 생존 본능을 이해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의 생각과 논리도 무조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하지 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