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해외 영화와 드라마를 돌아보면 기성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미 탁월한 연기로 인정받은 배우들이 여전히 기량이 녹슬지 않는 모습으로 깊은 감명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틈에 반짝거리는 샛별이 있기 마련이다. 수많은 별들이 있는 할리우드에서 앞으로의 미래에 기대감을 품게 한 배우들을 소개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마야 호크(Maya Hawke)

우먼 서먼과 에단 호크의 딸, 마야 호크는 부모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로 부상했다. 2년 만에 돌아온 넷플릭스 대표작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에서 스티브(조 키어리)가 일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동료 로빈 역을 맡아 당차고 도전적인 매력으로 단숨에 전 세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부모의 장점을 골고루 물려받은 쿨하고 신비로운 비주얼과 극중 캐릭터의 흥미로운 성격이 마야 호크란 배우에 잔뜩 호기심을 불어넣었다. [기묘한 이야기] 이후에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짧은 분량에도 재밌는 인상을 남겼고, 현재 앤드류 가필드와 호흡을 맞춘 지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메인스트림]이 내년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메나 마수드(Mena Massoud) & 나오미 스콧(Naomi Scott)

메나 마수드는 치열한 오디션 경쟁을 뚫고 알라딘 역을 따냈고, 나오미 스콧은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의 부진을 만회할 자스민 공주 역에 낙점됐다. 개봉 전 일부 우려에도 두 젊은 배우가 윌 스미스와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인 [알라딘]은 전 세계 10억 달러라는 기대 이상의 흥행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두 배우에게 유명세를 안긴 [알라딘]의 성공이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메나 마수드는 최근 인터뷰에서 [알라딘] 이후 오디션 제의조차 없는 현실을 고백했고, 나오미 스콧 또한 별다른 차기작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최근에 공개된 두 배우의 작품은 [알라딘] 이전에 진행한 작품이라 또 한 번 도약을 이뤄낼 수 있는 차기작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 디즈니의 엉뚱한 스핀오프 계획을 기다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지: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아나 디 아르마스(Ana de Armas)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제이미 리 커티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나이브스 아웃]에서 유독 시선이 가는 배우가 있다. 이기적인 속물 가족과 명탐정에게 둘러싸여 사건의 전말이 들통날까 조마조마하면서도 특유의 선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간병인 마르타를 연기한 아나 디 아르마스다. 2년 전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무미건조하게 납작한 K의 홀로그램 조이로 왠지 모를 아쉬움을 남겼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마음껏 드러내며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앞으로 아나 디 아르마스의 재능은 계속해서 볼 수 있을 예정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시작으로 실화 바탕의 넷플릭스 영화 [세르지오], 범죄 드라마 [더 나이트 클라크], 마릴린 먼로 전기 영화 [블론드], 스릴러 [딥 워터]까지 다채로운 활약을 기대해본다.

이미지: 넷플릭스

데이빗 코렌스웻(David Corenswet)

넷플릭스 시리즈 [더 폴리티션]에서 주인공 페이튼(벤 플랫)의 절친 리버 역을 맡은 데이빗 코렌스웻은 아직까지 그 자신이 가진 잠재력보다 다른 이유로 더 유명하다. 배우 스스로도 인정하는 헨리 카빌을 묘하게 닮은 외모다. [더 폴리티션] 첫 등장 장면부터 헨리 카빌을 강하게 연상시키며, 배우와 극중 인물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불어넣는다. 극의 전개상 제한된 역할에 그치지만,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마지막까지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항간에 헨리 카빌의 [슈퍼맨]을 대체할 거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데이빗 코렌스웻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이미지: HBO

헌터 샤퍼(Hunter Schafer)

HBO가 새롭게 선보인 하이틴 드라마 [유포리아]는 아직 국내에는 정식 서비스되지 않았지만, 북미에서는 젊은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마약, 범죄, 섹스, 폭력, 소셜미디어에 둘러싸인 10대들의 우정과 사랑, 일탈을 그린 드라마로, HBO답게 과감하고 수위 높은 이야기가 특징이다. 마약중독자 루를 연기한 젠데이아 콜먼을 비롯해 젊고 재능 있는 배우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데, 그중에서도 헌터 샤퍼는 단연 잊을 수 없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기는 첫 작품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랍고, 신비로운 비주얼은 특별한 매력을 선사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그가 열광적인 반응에 힘입어 [유포리아] 차기 시즌을 넘어 다른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인디아 무어(Indya Moore)

[포즈]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위한 기능적인 역할이 대부분이었던 LGBTQ 캐릭터를 전면으로 내세워 꿈과 사랑이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드라마 성격에 맞게 실제 역에 부합하는 성소수자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그중 에인절을 연기한 인디아 무어는 [유포리아]의 헌터 샤퍼처럼 단숨에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시즌 1에서는 에인절이란 사랑스러운 이름과 상반되는 안타까운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시즌 2에서는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빠져드는 매력을 자아낸다. [포즈]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최근 북미에서 개봉한 [퀸 앤 슬림]에 출연했고, 내년에는 [이스케이프 룸] 속편과 넷플릭스 영화 [A Babysitter’s Guide to Monster Hunting]를 선보인다.

이미지: 찬란

플로렌스 퓨(Florence Pugh)

플로렌스 퓨는 일찌감치 데뷔작 [폴링]부터 강렬함을 전하는 능숙한 연기로 놀라움을 안겼다. 이후 영화 [레이디 맥베스],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등 차곡차곡 필모를 쌓으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더니 올해 다시 한번 도약을 이루어냈다. 주연을 맡은 독립영화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깜짝 성과를 거둔 뒤 연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리 애스터의 [미드소마]에서 고통에 울부짖는 대니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아직 국내에서는 볼 수 없지만 그레타 거윅의 두 번째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의 연기는 칭찬이 자자하다. 이제 내년이면 마블의 [블랙 위도우]에서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침없는 행보가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

이미지: 아마존

앤드류 스콧(Andrew Scott)

앤드류 스콧은 [셜록]의 모리아티로 이미 친숙했지만, [플리백]은 친근한 배우를 넘어 하나의 아이콘으로 그의 위치를 바꾸어 놓았다. [플리백] 시즌 2에서 피비 월러-브릿지를 사로잡은 마성의 매력을 가진 신부님으로 출연해 시청자까지 단단히 홀렸다. 다정하고 친절하며 인간적인 허점도 있는 [플리백]의 신부는 종교적 권위가 우선인 그동안의 신부와 달라도 많이 다르고, 앤드류 스콧은 계속해서 보고 싶은 매력을 드러낸다. 핫한 신부로 2019년을 뜨겁게 보낸 그는 내년 2월 (국내) 개봉하는 전쟁 영화 [1917]에 출연했으며, 이후에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각색한 TV 시리즈 [리플리]와 필립 풀먼의 판타지 소설을 옮긴 [히스 다크 마테리얼] 시즌 2로 돌아온다.

이미지: 넷플릭스

케이틀린 데버(Kaitlyn Dever)

11살 아역 배우로 데뷔한 케이틀린 데버에게 2019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상반기는 올리바이 와일드의 성공적인 데뷔작 [북스마트]를, 하반기는 넷플릭스 시리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재능을 마음껏 발산했다. 아직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지 않은 [북스마트]는 일단 제쳐두고라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 마리는 쉽게 잊기 힘든 여운을 남긴다. 성폭행을 당하고도 허위신고로 고발당하는 마리의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내면을 세심하게 포착해 강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현재 각종 시상식에서 연기상 후보에 올라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까. 설령 후보로만 그친다 해도 케이틀린 데버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