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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한 이야기가 소설로, 게임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형태를 바꿀 때 원작의 어떤 요소가 해체되고 재창조되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넷플릭스 신작 시리즈 [위쳐] 또한 소설과 게임으로 널리 사랑받은 세계와 인물들을 스몰 스크린으로 옮겼다. 헨리 카빌이 ‘리비아의 게롤트’를 맡아, 사람들이 괴물만큼 두려워하는 ‘위쳐’의 운명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괴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그는 어떤 모험을 겪게 될까?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은 TV 시리즈 공개 전, 국내 출간된 소설 《위쳐: 이성의 목소리》를 통해 게롤트와 그의 세계를 먼저 만났다.

책 소개

《위쳐: 이성의 목소리》 ⓒ 제우미디어

안제이 사브콥스키가 집필한 소설 《위쳐》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8편(단편 연작집 2권, 본편 5권, 프리퀄 1편)이 출간됐다. 《위쳐: 이성의 목소리》는 ‘위쳐’ 세계관에 바탕한 시리즈 중 “먼저 읽으면 좋을” 단편집이다. ‘단편’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책 자체는 일련의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위쳐 ‘리비아의 게롤트’가 세상을 떠돌며 겪는 사람과 사건을 다룬다. ‘검과 마법’ 판타지 시리즈 중 세계관이 탄탄하고 ‘게롤트’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점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 [위쳐] 시즌 1은 이 소설에 등장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게롤트뿐 아니라 예니퍼, 시릴라 세 캐릭터의 여정을 그린다.

그럼 드라마를 보기 전, 책으로 《위쳐》를 먼저 접한 테일러콘텐츠 에디터의 감상을 살펴보자.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대너리스 없는 ‘왕좌의 게임’

소설을 읽고 나서 어둡고 축축하며 음울한 기운이 감도는 깊은 숲속 오솔길을 방황하며 걸어 다닌 것 같다. 중세시대풍에 북유럽의 미신과 신화 속의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관에서 리비아 출신의 위쳐 게롤트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 속 세계관의 분위기는 마치 왕좌의 게임과 반지의 제왕을 섞어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중세시대풍 의상을 걸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어두운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부분들과 여성을 성적으로 은근하거나 혹은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부분들도 여럿 등장하고, 괴물과 이종족들, 룬 문자로 이루어진 각종 마법이 등장하는 장면들의 묘사는 정통 판타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챕터마다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세계관을 확립하고 게롤트가 어떤 인물인지, 서사를 착실히 쌓아나가며 위쳐 이야기의 시작을 그린다.

소설에서 만난 게롤트 넷플릭스 시리즈 [위쳐] 스틸컷으로 먼저 만나 본 게롤트의 첫인상은 과묵하고 진중하며 고독한 전사 같은 느낌을 물씬 풍겼는데, 소설 속에서 만난 게롤트는 생각보다 훨씬 분위기가 가볍고 쾌활한 구석이 있다. 괴물들을 제거하는 존재인 위쳐를 필요로 하면서도 꺼리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위험한 순간에 위쳐로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진중한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생각 외로 말도 많고 농담과 비꼼, 직설적인 언사도 서슴없이 던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모에게서 떨어져 머리칼이 하얘지도록 위쳐로 길러진 기구한 운명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이 아니라 괴물에 가까운 신체 능력에 상황을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고 움직이는 냉철함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도 여정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인물이다.

소설 속 세계에서 인상깊은 요소는?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괴물을 처치하고 돈을 버는 위쳐인 만큼 등장하는 괴물들과 얽힌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다. 이 세계에서 위쳐에게 꼬리표처럼 붙은 악명과는 달리 게롤트는 무자비하게 맞닥뜨린 모든 괴물을 도륙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는 인간이었으나 저주를 받아 괴물처럼 되어버린 이들을 마주하고 대화와 상황 판단을 통해 결론적으로 그들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돕는다.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은 없고 최악과 차악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게롤트의 신념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게롤트의 무자비함은 주로 인간과 대치할 때 더욱 잘 드러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롤트 자신도 어떻게 보면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괴물에 가까운 존재인 위쳐이기 때문에 이 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위쳐: 이성의 목소리》 중 드라마에서 보고 싶은 내용? 영상화되면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에피소드는 ‘가격이 문제’ 챕터에서 등장하는 칼란테 왕비와 파베타 공주의 이야기다. 파베타 공주의 신랑감을 고르는 자리를 앞두고, 칼란테 왕비가 앞으로의 국력을 위해 게롤트를 데려와 몰래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 괴물 기사가 찾아와 먼 옛날 왕이 자신을 공주와 결혼시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파베타 공주가 기사와 함께 가겠다고 하면서 궁 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마법 능력을 발현한 공주와 괴물 기사 듀니 사이에서 게롤트는 역시나 빠른 상황 판단으로 결국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운명을 쟁취하고 만다. 동화 ‘미녀와 야수’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를 [위쳐] 세계관과 분위기에 어울리게 녹여낸 점이 인상적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만나서 반가워요, 그래서 다음은 뭔가요?

소설을 읽고 나서 소설은 ‘게롤트’라는 인물을 우리에게 먼저 던진다. 독자는 게롤트의 시각, 행동, 여정을 따라가며 각자 그가 속한 세계를 그린다. 밝고 희망 가득한 세상일 것이라 생각도 안 했지만, 예상보다 더 음울하다. 아마 괴물이 사라지는 세계에서 활동하는 ‘괴물 사냥꾼’이란 것이나 탁월한 능력 때문에 손가락질당해야 하는 게롤트의 처지가 반영되어 더 차갑고 냉소적이고 비관적일 수도 있다. 여러 에피소드를 묶은 책이라 큰 이야기가 ‘흐른다’라는 느낌은 없으나, 앞으로 드라마와 책으로 만날 세계와 인물을 먼저 만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TV 시리즈 [위쳐]의 주요 인물의 행적이 소설에서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어떻게 연관될까 궁금해하며 읽었다.

소설에서 만난 게롤트 처음엔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을 그의 ‘내면’이 얼마나 깊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여정을 차분히 따라가고서야 몇 가지 알게 되었다. 생존 본능이 강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며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안다. 영리하지만 실익만 따지지 않으며, 자신만의 원칙이 있고 다른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도 쉽게 떨치지 못한다. 그리고 예상보다 굉장히 달변이다. 소설 내 모든 인물이 말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 게롤트가 다른 이들보다 말이 많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은발의 괴물 사냥꾼’이란 설정에서 기대한 “과묵함”보다는 할 말은 꼭 하고 사는 전사를 만났다.

소설 속 세계에서 인상깊은 요소는? 게롤트가 ‘위쳐’라는 직업이자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제까지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괴물 사냥꾼은 괴물이 사라지면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다. 3백 년 전 암흑시대에 생명의 위협에서 사람들을 지켜주던 존재라도 평생 지속되진 못한다. 그래서 게롤트가 이를 고민할 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위쳐의 존재 의미가 희미해지는 과정이 인간의 이성과 인간 중심 사고가 발전한 것과 맥을 같이한단 점에서 실제 세계사도 읽어낼 수 있었다.

《위쳐: 이성의 목소리》 중 드라마에서 보고 싶은 내용? 드라마의 주요 인물과 연결될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위쳐판 ‘백설공주’ 렌프리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라, 어떤 방식으로든 영상화될 것 같다. 동화와 큰 틀은 비슷하지만 선과 악보단 악과 최악의 대결로 설정하고 렌프리에게서 ‘생존자’의 강한 의지를 씌운 것은 박수받을 만한 부분이다. ‘미녀와 야수’에서 모티프를 얻은 젠틀한(?) 돼지 괴물 니벨렌의 이야기는 게롤트의 “수다”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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