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는 지난 12월 초, 스튜디오 배급사와 극장 사업 겸영을 금지하는 규제의 철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948년 제정된 일명 ‘파라마운트 합의 명령’은 미 법무부는 최근 1,200여 개의 “해묵은 규제”를 철폐하려는 결정에 따라 폐지의 기로에 섰다. 합의 명령은 영화 산업 각 부문 간 기업의 수직 결합을 금지함으로써 미국 내 영화 산업의 현재를 구축한 가장 결정적인 규제로 꼽히며, 영화 산업 독점 이슈 논의에선 항상 인용된다. 72년 만에 폐지 기로에 선 지금, 영화계는 어떻게 반응했을지 찬반 입장을 정리했다.

파라마운트 합의 명령

이미지: 20세기폭스코리아

1900년대 초, 영화 스튜디오는 대규모 극장들이 연합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응해 극장을 소유했다. 다른 극장과 협상해야 하는 불확실성을 차단하고 자금 낭비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우회책이 큰 효과를 얻자, 스튜디오는 독점적 행위를 일삼았다.

스튜디오는 대도시 지역에 최초 상영이 가능한 극장 확보에 주력했고, 자신들의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한 후 다른 극장에 배급했다. 독립 상영관이 영화를 개봉할 때는 이미 스튜디오의 극장이 박스오피스 수입의 70%를 가져간 뒤였다. 게다가 스튜디오는 영화 상영을 무기로 흥행작과 비흥행작을 한 번에 라이선싱하는 ‘블록 부킹’을 일삼았으며, 상영관에게 자사 영화 상영에는 티켓값을 인상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독점 행위를 일삼던 스튜디오는 결국 소송에 휘말렸다. 1948년 미 대법원이 미 정부 대 파라마운트 픽쳐스의 반독점법 소송 사건에서 영화 산업의 제작, 배급, 상영을 한 회사가 독점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스튜디오에 소유한 극장을 매각하라고 명령한 결과, 극장은 제작 및 배급과 분리되어 운영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법무부 “파라마운트 명령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미국 법무부 반독점규제팀 담당자 마크 델라힘은 파라마운트 합의 명령을 ‘구시대의 규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직적 결합 규제를 가져온 실제 위반 사례는 더 이상 시행되지 않”으며, 규제가 계속된다면 “혁신의 방해 요인이 되며 미국 소비자의 이익을 해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이미 1980년대에 명령이 완화되어 스튜디오가 특수한 경우 극장을 소유할 수 있으나, 실제 극장 체인을 매입하는 경우는 기대보다 활발하지 않았다.

법무부의 주장대로 명령이 제정된 1948년에 비해 영화 산업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최근 몇 년간 스트리밍 서비스가 부상하고, 스튜디오도 앞다투어 독자적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반면 극장 산업은 홈 엔터테인먼트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명령 폐지에 찬성하는 이들은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스튜디오가 극장 시장 장악에 힘을 쏟을 여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극장, “‘만약’이란 가능성이 더 걱정이다

극장 업계는 명령 폐지 논의에 우려를 표한다. 2018년 8월, 법무부는 파라마운트 합의 명령에 대한 공개 의견을 60일간 접수받았는데, 대부분의 의견은 작은 규모의 극장에서 나왔다. ‘스튜디오가 직접 극장 체인을 열거나 대형 멀티플렉스를 인수한다면?’ ‘스튜디오가 블록 부킹을 극장에 강요한다면?’ 등 스튜디오가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명령이 영화 문화에 미친 영향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중소 규모 극장은 지금까지 직접 상영작을 큐레이팅하며 브랜딩과 마케팅을 해 왔는데, 블록 부킹이 부활하면 원하는 영화를 상영하려고 메이저 블록버스터를 상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감독조합, 미국작가조합 등 창작자 조합도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감독조합은 성명을 통해 “명령 폐지는 경제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라 비판한다. 명령이 없어지면 스튜디오가 영화를 일부 상영관에만 배급할 것이며,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존치가 더 이익이란 논리다. 지금까지 “배급사가 최소한의 티켓 가격을 설정함으로써 같은 영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여러 영화의 가격 경쟁을 사전 차단해 왔다.” 감독조합은 “현재의 반독점법은 미래의 반경쟁적 행위를 감시하는 데 중요”하며 넷플릭스, 애플 등 기술 기업이 미디어 산업에 진입한 지금은 명령을 폐지할 게 아니라 “더 강력한 반독점 감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스튜디오는 명령 폐지를 노골적으로 환영하진 않지만, 반대하지도 않는다. 명령이 사라지면 “이론적으로” 디즈니, 넷플릭스, 또는 다른 스튜디오가 대형 극장 체인을 인수, 자신들의 영화를 그곳에서만 틀 수 있다. 그들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이익을 더 많이 보전할 길이 열리는 걸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규제의 부재가 가져올 영향력을 고려해야

이미지: 넷플릭스

명령이 폐지되면 스튜디오가 극장 사업을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시대가 바뀌면서 극장 산업이 예전만큼 호황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튜디오는 극장보다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배포 창구인 스트리밍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극장 상영 기간을 줄이려고 시도하거나 스트리밍 서비스 독점 콘텐츠를 만든다. 오히려 콘텐츠 마케팅을 위해 극장을 이용한다. 넷플릭스가 LA의 이집션 극장, 뉴욕의 파리 극장을 장기 대여하려 한 건 각 영화를 홍보하고 A급 필름메이커를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중소 극장과 유관 단체가 제기한 반론도 무시해선 안 된다. 거대 자본을 등에 입은 기업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떤 일을 할지 속단은 금물이다. 법은 규제가, 또는 규제의 부재가 가져올 영향력을 고려해 경계를 정해야 한다. 당장 벌어질 일이 아니라 해도 현재보다 미래, 실체보단 가능성을 중점에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