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 주 개봉작 리뷰

미드웨이(Midway) – 블록버스터의 한계에 갇힌 전쟁영화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에디터 혜란: ★★★ 제2차 세계 대전의 흐름을 바꾼 ‘미드웨이 해전’을 소재로 한 전쟁 영화이지만, 전쟁이나 전투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즐기는 데 무리는 없다. ‘파괴지왕’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답게 입이 떡 벌어지는 스펙터클과 비주얼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미국의 일본 본토 공격, 미드웨이 해전까지 다루기 때문에 영화 초, 중, 후반부 모두 전투가 벌어진다. 그중 해전에서 전투기가 급강하하며 항공모함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CGI임을 알고 봐도 놀랍다. 다만 고증에 충실한 전투 장면을 만든다고 해서 훌륭한 전쟁 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미드웨이]는 일본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거나, 전투만큼 치열한 양국의 첩보전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지만, 본질적으로 전투라는 ‘그림’에 집중하면서 캐릭터의 깊이는 놓쳤다. 실존 인물이라 해석할 공간이 부족함을 감안해도, 인물 모두가 블록버스터 영화의 무매력 캐릭터가 된 건 아쉽다.

파바로티(Pavarotti) – 인간 파바로티가 선사하는 시네마 뮤직 드라마
이미지: 오드 AUD

에디터 현정: ★★★ 제이 지-비틀스에 이어 론 하워드 감독이 또 한 명의 대형 스타를 스크린에 불러들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클래식에 정통하지 않아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설적인 테너 파바로티의 화려한 무대 밖 이야기를 생전 그와 관계를 맺었던 가족과 지인의 인터뷰와 미공개 영상 등을 조합해 음악이 흐르는 다큐멘터리로 완성했다. 인물의 삶을 조명하는 방식은 새로울 게 없지만,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와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파바로티를 향한 경의와 애정 어린 시선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이다. 천재적인 재능은 물론, 떠들썩했던 개인의 삶에서 발견한 인간성을 상기시키는 러브레터처럼 느껴진다. 음악인을 다룬 만큼 파바로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인데, 1990년 ‘쓰리 테너 공연 실황 하이라이트를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 감격스럽다.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21 Bridges) – 테러도, 특별함도 없지만 묘하게 재미있네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에디터 영준: ★★☆ 경찰관 여럿을 살해한 범인을 검거하려 맨해튼 전체를 봉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스릴러. 루소 형제와 채드윅 보스만, 이른바 ‘마블 사단’이 제작과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은 내용만 봐선 특별할 게 없다. 숨겨진 흑막, 내부 비리 등의 소재는 범죄 스릴러나 경찰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의 향연이고, 몇몇 인물의 행동에 개연성이 없어 영화가 준비한 결정적인 한 방에 힘이 실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이 ‘나쁘지 않은 팝콘 영화’라 생각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화끈한 액션에 있다. 연말연시 스트레스 받은 일이 있었다면 이 작품으로 날려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나저나 극중 ‘테러’라는 단어가 단 한 차례도 언급이 안 됐던 것 같은데 왜 제목에 ‘테러 셧다운’이 붙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디어스킨(Deerskin) – 다시는 내 재킷을 무시하지 마라
이미지: 엠엔엠 인터내셔널

에디터 홍선: ★★★ ‘100% 사슴가죽’에 목숨 건 주인공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재킷을 입은 사람이 되길 원하며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다. 프랑스의 ‘타란티노’라고 불리는 쿠엔틴 듀피유 감독이 연출하고 [아티스트] 장 뒤자르댕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아델 하에넬이 출연해 색다른 드라마를 선보인다. 남들보다 사슴 가죽에 조금 집착하고, 영화감독이라고 살짝 거짓말만 했을 뿐인데 이야기는 막장 고속도로를 제대로 타며 브레이크 없이 질주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낸다. [디어스킨]은 컬트적인 감성이 전부가 아니다. 물질에 집착해 점점 파괴되는 내면의 모습을 섬뜩하게 그려내 웬만한 사이코패스 영화 못지않게 무섭기 때문이다. 초현실적인 주인공을 설정하면서 현실적인 비판을 잊지 않는 감독의 연출력이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빛난다. 다만 사슴가죽에 집착하는 주인공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기생충]처럼 특정 사건을 기점으로 장르의 화끈한 기어 변속은 좋지만, 공감대를 잃고 점점 산으로 가는 이야기는 많은 호불호를 남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