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위쳐]가 마침내 세상에 선을 보였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화제다. 드라마를 기다린 시청자들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 아니면 ‘슈퍼맨’ 헨리 카빌의 연기 변신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가 공개되자 “전개가 불친절하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야기가 중구난방 같고, 1화에 죽은 사람이 4화에 멀쩡하게 살아있어 나온다. 게임이나 소설로 ‘위쳐’ 세계관을 먼저 접해도 시리즈를 잘 이해하면서 보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혹시 그런 분이 있다면 혼자가 아니니 안심하시라. 이렇게 구성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뒤죽박죽 타임라인의 영감은 ‘덩케르크’

[위쳐]의 주인공은 ‘위쳐’ 리비아의 게롤트, ‘마법사’ 벤거버그의 예니퍼, ‘운명의 아이’ 신트라의 시릴라 공주로, 이들의 이야기가 시즌 1 전체에 개별적으로 진행된다. 어느 시점에서 게롤트와 예니퍼가 만나고, 게롤트와 시릴라가 만날 수 있었던 순간이 있지만, 세 사람의 이야기는 이들이 같은 시기, 인접한 공간에 모이는 시즌 말미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속도로 흘러간다. 결정적으로 각 이야기는 시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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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불친절한 전개 방식을 차용한 이유가 있다. [위쳐] 시즌 1은 소설 ‘더 위쳐’ 시리즈의 1권 격인 《위쳐: 이성의 목소리》를 토대로 하는데, 책은 게롤트의 모험담을 모은 단편 소설에 가깝다. 게롤트의 모험에 종속되지 않은 예니퍼와 시릴라만의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다. 제작자 로렌 슈미트 히스리치는 “게롤트의 여정이 중심이 되면 두 캐릭터, 특히 시릴라는 시즌 1의 마지막에 가야 등장한다.”라며 “두 캐릭터를 시리즈 초반에 소개하는 게 중요했다.”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리즈는 에피소드마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나란히 전개한다. 이에 영감을 준 작품이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다.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연합군의 탈출 작전을 다루는데, 세 개의 이야기가 영화 말미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덩케르크 해변에서 탈출을 기다리는 군인들의 일주일, 이들을 구하려 영불 해협을 건너는 작은 요트의 하루, 항공 엄호를 위해 출격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한 시간은 영화 내내 매끄럽게 교차된다. 관객은 결말에서 각 인물들이 만나거나 교차하는 순간을 목격하지만, 그전까지 이야기가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모른다. 히스리치는 교차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병렬 구조가 세 사람이 겪는 여정을 그리기에 적절한 방식이라 판단했다.

‘위쳐’ 시즌 1 시간 순서대로 이해하기

이야기가 뒤죽박죽 진행되는 [위쳐] 시즌 1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편에 벌어지는 ‘신트라의 멸망’이 세 인물의 운명을 하나로 모으는 중요한 사건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신트라의 멸망 100여 년 전

게롤트의 어머니 비세나가 아들을 위쳐 훈련 학교에 버린다 (8화 회상 장면). 위쳐는 실험을 거치며 돌연변이가 되고, 노화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에 외모만으로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게롤트의 나이가 100살 이상이란 것은 히스리치가 인터뷰에서 공개했다.

신트라의 멸망 70여 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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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얼굴에 기형이 있는 소녀 예니퍼가 마녀 티사이아에게 팔려 아레투자 마법학교에 입학한다. 예니퍼는 자신의 재능과 욕망을 발견하고, 화려한 궁정에서 왕의 조언자로 사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닐프가드로 배속되자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변신 과정을 거쳐 미모를 얻는다. 이미 내정된 동료 마법사 프란질라를 제치고 에이단의 왕의 마음을 산다. (에피소드 2~3)

신트라의 멸망 40여 년 전

에이단 왕의 마법사인 예니퍼는 리리아의 칼리스 여왕과 갓 태어난 공주를 호위한다. 암살자의 추격을 받으면서 예니퍼는 포털을 열고 여왕과 공주를 피신시키지만, 암살자는 이들을 끝까지 따라온다. 지친 여왕은 공주를 예니퍼에게 맡기고 암살자의 손에 죽고, 공주도 결국 사망한다. 예니퍼는 왕가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기로 결심한다. (에피소드 4)

신트라의 멸망 20~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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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롤트는 블라비켄에서 마법사 스트레보어와 공주 렌프리를 만나 각자 서로의 상대방을 제거하라고 제안받는다.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게롤트는 렌프리와 일당을 죽이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블라비켄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는다 (에피소드 1). 술집에서 음유시인 에스키에르를 만나고, 근심에 빠진 농민들을 구하려다 엘프들과 마주친다 (에피소드 2). 테메리아의 버려진 성에 있는 스트리가의 저주를 풀고 왕의 유일한 공주를 구하고 (에피소드 3), 신트라의 궁정 연회에 참석했다가 파베아 공주와 고슴도치 기사 듀니의 사랑을 지켜준다. 신세를 갚겠다는 듀니에게 ‘의외성의 법칙’을 주장하고, 그 자리에서 공주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된다 (에피소드 4).

신트라의 멸망 13년 전부터 직전까지의 어느 시점

불면증에 시달린 게롤트가 건진 정령에 에스키에르가 부상을 입자, 게롤트는 린데에 머무르는 마법사 예니퍼에게 치료를 부탁한다. 예니퍼는 게롤트와 에스키에르를 이용해 정령을 잡으려 하고, 게롤트는 정령에게 소원을 써서 예니퍼를 구한다(에피소드 5). 짧은 인연을 뒤로한 둘은 이후 드래곤 사냥대에서 다시 만나고, 곧 부화할 알을 지키려는 용의 뜻에 감화해 사냥꾼들과 맞서 싸운다. 예니퍼는 게롤트에게 느끼는 감정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정령의 소원 때문인 것을 알고 게롤트를 떠난다. 게롤트는 그를 위로하려는 에스키에르까지 쫓아낸다 (에피소드 6).

신트라의 멸망 직전

닐프가드 군이 산을 넘는 것을 본 게롤트는 신트라를 찾아와 운명의 아이를 요구한다. 아이의 할머니인 칼란테 여왕은 아이를 넘기지 않으려 하고, 게롤트는 신트라 지하 감옥에 갇힌다(에피소드 7). 예니퍼는 로게빈의 빌게포츠에게 설득되어 아레투자 마법학교로 돌아가고, 스승 티사이아와 일부 마법사와 함께 닐프가드의 침략에 대항하기로 결의한다 (에피소드 7).

신트라의 멸망

닐프가드가 신트라의 성을 함락하고, 칼란테 여왕은 궁정마법사 모이스작에게 시릴라 공주를 부탁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에피소드 1, 8). 모이스작은 시릴라를 게롤트에게 데려가지만, 게롤트는 혼란을 틈타 이미 탈옥했다 (에피소드 8).

신트라의 멸망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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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릴라의 이야기는 사건 직후 약 2주 간에 걸쳐 있다. 모이스작은 시릴라를 피난시키고 포로가 되고(에피소드 2), 엘프 소년 다라의 도움으로 난관을 극복한 시릴라는 추격자를 피하려다 자신도 몰랐던 마법의 힘을 발산한다(에피소드 1). 드라이어드의 영역인 브로킬론 숲에 들어간 시리는 거목의 환영을 보고 그곳에 남을까 생각하지만(에피소드 4), 모이스작이 자신을 찾아오자 함께 떠난다. 하지만 시리를 찾으러 온 모이스작은 도플러가 변신한 가짜였다. 도플러는 시릴라를 잡아오라는 닐프가드 장교 카히르의 명령을 거부하고, 시릴라는 가까스로 탈출한다. 시릴라는 다라와도 헤어져 혼자 스켈리게로 향하고, 한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는다(에피소드 7~8).

예니퍼와 마법사들은 소든의 낡은 성채에서 닐프가드 군대와 맞선다. 프란질라가 금지된 주술을 사용하면서 동료 마법사들은 모두 큰 부상을 입거나 죽는다. 성채가 결국 무너지고 티사이아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예니퍼는 내면의 혼돈을 개방해 닐프가드 병사들을 불태우고 사라진다 (에피소드 8).

게롤트는 학살된 신트라 사람들을 매장해 주려던 시골 상인을 구하려다 구울에게 큰 부상을 입는다. 상인은 그를 구해 수레에 태우고, 게롤트는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어머니의 환영을 본다. 상인은 게롤트에게 의외성의 법칙으로 목숨빚을 갚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상인의 부인은 시릴라를 구한 아주머니였다. 게롤트는 집 뒤 숲으로 발길을 옮기고, 운명의 아이 시릴라를 만난다(에피소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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