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할리우드 말말말’의 서문은 [기생충]이 연다. 올해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작품상 격인 영화 앙상블 상을 받으며,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 수상이란 거대한 기록을 세웠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기생충] 배우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광경을 유튜브로 보며 일개 관객도 마음속으로 태극기를 수십 번 흔들었다. [기생충] 팀의 입담은 시상식에서도 빛났다. 송강호가 “영화를 잘 못 만들지는 않은 것 같다.”나 이선균이 “우리가 할리우드에 기생하는 것 같아 민망하다”라는 말은 사람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말하며 섣부른 예상을 경계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진 않다. 평범한 관객 1인은 오늘도 기대를 억누르며, 한 주 동안 나온 주목할 말을 정리했다.

헬로 키티처럼 하라고요? 걘 입이 없는데요? – 라나 콘도르

이미지: 넷플릭스

2018년을 강타한 하이틴 로맨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주연 라나 콘도르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아시아계 여성 배우로서 할리우드 영화, 특히 히트작 주연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영화의 주연이 되었어도 콘도르도 다른 배우들처럼 오디션에서 떨어지거나 캐스팅 과정에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 캐스팅 담당자가 “헬로 키디답게 하라.”라고 말했던 일을 회상했다. 입이 없는 일본 캐릭터답게 행동하라는 모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그는 “걔는 목소리가 없어요.”라고 받아쳤다. 최근 [기생충]이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등 아시아계 주역들이 활약하는 영화가 히트하면서, 콘도르는 아시아계나 여성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한 번씩 있을 때마다 힘이 빠지고, 아직 갈 길이 멀단 걸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variety

제 영화가 마음에 안 들어도 억지로 좋은 티를 낸 적도 있어요 – 윌 스미스

이미지: 소니 픽쳐스

배우와 연출자는 작품에 대해 언제나 솔직할 수 없는 입장이다. 관객의 선택이 곧 영화의 흥행, 나아가 경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홍보에 임하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 극장으로 인도해야만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객이라면 이들의 ‘강력 추천’을 믿고 영화를 택했다가 낭패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기 마련인데, 윌 스미스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작품을 억지로 칭찬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려보면, 어떤 작품이었을지 대충 감이 온다. 최근 윌 스미스는 [투나잇 쇼]에서 “여러분이 싫어할 걸 알면서도 ‘끝내주는 작품이에요!’라고 거짓말한 적도 많아요. 사실 제작비가 한두 푼이 아니잖아요”라며 돈 문제가 이러한 홍보 활동에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고백했다. 뒤이어 17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어 모두를 웃게 했는데, 현재 영화가 흥행과 평가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그의 말을 믿어도 될 듯하다. 물론 선택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지만 말이다.

출처: heroichollywood

예술에서 다양성은 평가의 기준이 아닙니다. 오로지 작품성만 고려해야죠 – 스티븐 킹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도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신시아 에리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후보가 백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몇 년째 지속된 ‘여성 감독을 외면하는 행보’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이러한 비판론자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각본상의 투표권을 가진 스티븐 킹은 “다양성 이슈는 투표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았어요”라며 자신의 후보 선정 철학을 밝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킹은 “대부부의 배우와 감독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을 거예요. 저는 예술에 있어서 ‘다양성’은 평가의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봐요. 오직 작품성과 퀄리티만을 따져야죠. 다른 요소를 염두한다면 예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며 확고한 입장을 취했는데, 그의 발언 이후 아바 두버네이, 록산느 게이 등 수많은 인사들이 실망스럽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출처: indiewire

러셀 시몬스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그만두라고 압박했어요 – 오프라 윈프리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여성뿐 아니라 끔찍한 일을 겪었던 수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연대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했다. 하비 와인스타인, 케빈 스페이시, 루이스 C. K. 등 많은 유명인사들의 추악한 실태가 고발되었는데, ‘힙합계의 대부’ 러셀 시몬스도 이 중 한 명이다. 시몬스는 과거에도 몇 차례 성범죄 의혹이 있었음에도 혐의를 부정해왔는데, 최근 행보로 보아 자신의 만행이 전 세계에 알려질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다큐멘터리 [온 더 타이틀(가제)]에 총괄 제작자로 합류했다가 얼마 전 하차한 오프라 윈프리가 러셀 시몬스가 몇 차례나 다큐멘터리 제작을 저지하려 압박을 가했다고 털어놓은 것. 윈프리는 시몬스의 방해가 아닌 창작적 견해 차이로 총괄 제작자에서 물러났다고 밝혔지만, 러셀 시몬스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과거 러셀 시몬스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한 드루 딕슨은 “오프라 윈프리의 하차 소식을 듣고 다시 범죄의 피해자가 된 기분이네요. 저는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이 위협을 당했다”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출처: variety

제 이름을 건 영화상을 만들었어요. 다른 영화상이 별로라서요 – 엘시 피셔

이미지: Sony Pictures Releasing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 목록은 진보와 평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할리우드도 다양성 면에선 갈 길이 멀다는 걸 증명했다. 사람들이 다양한 영화가 주목받지 못하는 현재의 시상식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에이스 그레이드]로 주목받은 배우 엘시 피셔는 자신의 불만을 재미있는 이벤트로 바꿨다. “가끔씩 별로인 다른 시상식(아카데미)”을 대신할 제1회 “엘시 어워드”는 피셔 본인이 시상 부문, 후보, 수상자를 결정하는 매우 주관적인 시상식으로, 아카데미엔 없는 아역상, 호러영화상, 독립영화상 부문이 눈에 띈다. 후보 목록을 본 트위터 사용자들은 [조커]가 후보에 없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는데, 피셔는 [조커]를 볼 시간이 없었다며 “내 시상식이니까 내 맘대로 한다”라고 응수했다. 15일 최종 결과가 발표됐고, 작품상의 영광은 [페어웰]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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