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의 인기가 가실 줄을 모른다. 프로야구를 주요 소재로 삼았지만 야구보다 시스템, 더 나아가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의 중요성을 말하며 제목 그대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많은 스포츠 드라마가 승리를 향한 노력과 열정을 강조하는 점에서 [스토브리그]가 그리는 이야기는 참신하다.  한국영화도 스포츠를 다룬 영화가 많다. 대부분 우승과 승리를 강조하지만, [스토브리그]처럼 성공보다 더 소중한 순간을 말하는 작품도 있다.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한국영화들을 모아 본다.

족구왕

이미지: KT&G 상상마당 , (주)황금물고기

답 안 나오는 스펙을 가진 복학생 만섭이 캠퍼스 퀸 안나에게 반하면서 교내 족구 대회 우승을 향해 달려간다. [소림축구]처럼 물리법칙을 무시한 과장된 족구 기술과 명랑만화 속 주인공을 스크린에 옮긴 듯한 캐릭터와 개그는 큰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족구왕]의 가치는 스펙 쌓기와 취업 고민으로 지친 캠퍼스 청춘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더욱 빛난다. ‘앞으로 뭘 하고 싶냐’는 선배의 질문에 ‘연애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복학생 만섭은 세상에 주눅 들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당당히 나서는 젊은 에너지를 보여준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엔딩곡 ‘청춘’까지 들으면 왜 많은 영화 팬들이 스포츠 코미디 이상으로 [족구왕]에 열광했는지 깨닫게 된다. 

스카우트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198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고교야구 유망주 선동열을 잡기 위해 광주로 내려간 대학 야구부 스카우터 호창의 이야기. 줄거리만 보면 스카우터가 유망주를 잡기 위한 고군분투를 코믹하게 그린 것 같지만, 의외로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어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호창은 광주로 내려가 대학 시절 연인이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 곁을 떠난 세영을 만난다. 세영이 호창을 떠난 이유가 나중에 밝혀지는데 여기에는 가슴 아픈 시대의 비극과 애잔한 마음이 겹쳐 긴 여운을 건넨다. 전체적으로 야구 스카우터와 80년 광주라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 소재를 자연스럽게 이어 재미와 뜻밖의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임창정은 웃음과 눈물을 넘나들며 연기를 펼치고, 화투를 통해 자신만의 순정을 보여준 박철민의 존재감도 빛난다. 

주먹이 운다

이미지: 쇼이스트

인생 밑바닥까지 떨어진 두 주인공이 프로 복싱 신인왕을 꿈꾸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담은 스포츠 드라마. 왕년에 복싱스타지만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해 인간 샌드백이 된 최민식, 패싸움으로 소년원에 수감되지만 복싱을 배우며 희망을 찾고자 하는 류승범의 모습을 교차하며 흘러간다. 파트 별로 다른 이야기와 캐릭터가 출연해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보는 듯한 모습과 아찔할 정도로 주먹이 오고 가는 모습을 실감 나게 담은 복싱 장면이 인상적이다. 절박한 심정에도 가족을 위해 묵묵히 훈련을 견디는 모습을 공감가게 그려내 영화에 더욱 빠져든다. 결승에서 한 명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 안타깝지만, 희망을 향해 끝까지 싸운 두 주인공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게 된다. 

반칙왕

이미지: 시네마서비스

어느 날 소심한 은행원 임대호가 쓰러져가는 체육관에 들어가 레슬링을 배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포츠 코미디. [넘버 3], [초록물고기]에서 감초 조연으로 활약한 송강호가 단독 주연을 맡은 최초의 영화로 그의 연기 경력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반칙왕]은 복면을 쓰고 자신을 감추는 레슬러와 복면을 쓰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은행원으로서 삶을 대비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주인공 임대호가 배우는 레슬링은 다름 아닌 반칙. 처음에는 반칙을 배운다는 점에서 걸끄러웠지만 배울수록 짜릿한 재미를 느끼고 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까지 풀리면서 푹 빠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는 송강호의 맛깔스러운 연기와 맞물려 큰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세상은 정글’이라며 살아남기 위해 반칙마저 강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애환을 레슬링 경기와 함께 담아내 웃음 뒤에 짠한 여운을 자아낸다.

4등

이미지: (주)프레인글로벌 , CGV아트하우스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대회에선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이 수영선수 준호가 전 국가대표 출신 광수에게 배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았다. [4등]이라는 제목처럼 1등 지상주의를 꼬집으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수영을 좋아하지만 1등을 하지 못해 혼나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좋은 성적을 내라고 강요하는 부모, 그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체벌까지 행하는 코치의 모습을 세심하게 담아내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관객에게 질문을 건넨다. 자칫 심각한 이야기로 흘러갈 수 있지만 일상적인 에피소드와 베테랑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로 공감 있게 그려내, 영화의 주제의식을 더욱 와 닿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