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5주차 개봉작 리뷰

성혜의 나라(The Land of Seonghye) – 청춘은 쉬고 싶다

이미지: 아이 엠(eye m)

에디터 현정: ★★★ 대한민국 청춘의 고단한 현실을 도발적인 메시지와 함께 담아낸, 2019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작. [성혜의 나라]는 막막한 현실에 놓인 스물아홉 취준생 성혜의 무기력한 일상을 비춘다. 대기업 인턴으로 입사했으나 부당한 사건으로 반강제 퇴사한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서글픈 처지. 그 꽉 막힌 삶에 부모님은 경제적인 도움을 청하고, 공시생 남친은 사람만 좋을 뿐 성혜와 비슷한 처지라 의지가 되지 않는다. 성혜의 하루는 빛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 자취방처럼 피로가 가득하지만, 차분한 흑백 영상은 암담한 현실을 감정적으로 소모하는 대신, 인물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공간을 만들어낸다. [성혜의 나라]가 흥미로운 지점은 예기치 못한 슬픈 사건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후반부다. 비극적인 상상력은 무섭도록 현실적이고, 성혜의 선택은 파격적이면서도 소박하며, 지금의 현실이 곪았다는 지표가 된다. 그의 선택을 응원하든 그렇지 않든, 경쟁과 치열함을 강조하는 사회가 건강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카잔자키스(Kazantzakis) – 작가 전기 영화의 모범 답안

이미지: (주)마노엔터테인먼트

에디터 혜란: ★★★ 우리에겐 《그리스인 조르바》로 알려진 그리스 국민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전기 영화로, 자서전 《영혼의 자서전》을 최종 편집하면서 그의 삶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그린다. 챕터를 하나씩 검토하듯 생의 중요한 순간과 소중한 사람들, 삶을 지배한 생각을 돌아보는데, 전쟁으로 얼룩진 현대 그리스의 역사나 카잔차키스의 생애나 작품을 잘 몰라도 영화 내용을 따라가는 데 무리는 없다. 오히려 격랑의 역사를 살았던 실존 인물이라 흥미가 생기고, 서점에서 그의 작품을 찾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연극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롭고,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 화면은 눈을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