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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이 주요소재인 ‘한국’ 드라마. 채널A 신작 [터치]를 설명하는 이 한 문장은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첫째, 남자도 화장을 하는 그루밍 시대라지만 본인은 평생을 스킨과 로션, 선크림만으로 살아온 이른바 메이크업 문외한이다. 메이크업의 세계는 그동안 파고들 생각조차 없었던 미지의 영역이었다. 둘째, 마지막으로 정주행 한 작품이 2016년작 [시그널]일 정도로 국내 드라마와 담을 쌓고 살았다. 최근 핫하다는 [낭만닥터 김사부 2], [스토브리그]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방영된 수많은 인기 시리즈들을 정주행 하기는커녕 한 에피소드조차 끝까지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반성하는 부분이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마음으로 시작한 [터치], 어느덧 이야기의 중반부인 8화까지 함께 달려왔다(왓챠플레이 기준).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나를 아끼는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로 시청자의 마음을 ‘터치’하겠다는 드라마는 과연 원하는 바를 이루었을까? 메이크업과 한국 드라마 ‘알못’인 에디터의 솔직한 소감을 나눠본다.

첫인상 – 어?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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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혁(주상욱)은 처음 본 사람의 피부 상태만 보고도 식/생활습관을 파악하고 어울리는 화장품을 추천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한수연(김보라)은 다섯 명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결승을 앞둔 인기투표 7위의 10년차 아이돌 연습생이다.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다. 참가자 중 유일하게 정혁의 메이크업을 받는 영광(?)을 얻은 수연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화장을 고친 채 무대에 오른다. 이를 발견한 정혁은 자신의 메이크업을 수정한 수연을 보곤 뒷목을 부여잡고 떨어지라고 저주를 퍼붓지만, 수연은 결국 최종 선발되어 꿈에 그리던 아이돌 데뷔에 성공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같은 소속사의 슈퍼스타이자 오랜 친구 강도진(이태환)의 열애설을 덮기 위해 소속사에서 수연을 버리기로 결정한 것. 결국 억울하게 폭행 누명을 쓴 수연은 도진의 간곡한 부탁에도 그룹과 소속사에서 퇴출되고 만다. 수연은 1년의 잠적 이후 차뷰티 어시스턴트로 지원해 정혁의 반대에도 입사에 성공, ‘아이돌 연습생’이 아닌 ‘메이크업 어시스턴트’ 한수연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터치]의 초반부는 흥미롭고 몰입감이 있다. 겉으로는 툴툴거리고 일 밖에 모르는 사람이지만 내면은 착한 정혁과 내성적인 듯 은근히 할 말은 하는 수연의 케미스트리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고, 소비자/상사의 갑질 등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사회 문제를 보여주며, 승자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비즈니스의 세계로 시청자를 초대한다. 각각의 소재에 깊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메이크업 외에도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다. ‘메이크업 드라마’답게 유용한 피부 트러블 관리 요령도 몇 개 얻었다. 드라마와 뷰티 유튜버의 영상을 동시에 보는 신선한 기분이다.

중반 – 매력 없는 서브 캐릭터와 기승전’로맨스’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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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선함은 3화를 기점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정확히는 정혁의 옛 연인 백지윤(한다감)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몇 년 전 오래도록 만난 정혁을 떠나 한동 그룹 부사장 민강호(송재희)와 결혼한 지윤은 정혁에게 다시 접근한다. 배우 복귀를 할 계획이라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필요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사실은 강호의 가정폭력과 문란한 사생활을 견디지 못해 본인이 밀어내고 큰 상처를 준 ‘구남친’을 찾아간 것이다. 단순히 도움을 청하는 게 아니라 다시 관계를 시작할 의향으로 말이다. 정혁-지윤-수연의 삼각구도는 이후 극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으로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 백지윤이라는 캐릭터가 전개를 단순히 소비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이 없다.

백지윤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지만 사실 정혁과 수연을 제외한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이러한 대우를 받는다. 홍석천이 연기한 차뷰티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동민은 ‘예술계에 종사하는 게이’를 묘사할 때 드러나는 선입견과 클리셰로 가득하고, 등장해서는 별다른 활약 없이 “~레따”로 끝나는 이상한 말투만 남발한다. 흔히 ‘서브남주’라 부르는 도진은 본인의 실수 때문에 아이돌의 꿈을 접은 수연에게 뜬금없이 사랑을 고백한다.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도 모자란 판에 도대체 무슨 염치로? 물론 수연의 방출은 소속사가 결정한 일이지만, 도진의 사생활이 깨끗했다면 수연이 고생할 일은 애초에 없었을 테다. 이외에도 민강호, 오시크릿 대표 오시은(변정수) 등 주요 인물들이 철저하게 소모품으로 전락하는데, 아무리 한수연과 차정혁이 [터치]의 중심이라 해도 두 사람만큼이나 서브 캐릭터의 매력이 있어야 재미있는 드라마가 되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국 드라마의 큰 특징은 어떤 이야기건 간에 로맨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부분이다. 의학드라마에서는 환자를 치료하다 사랑에 빠지고, 수사극에서는 범죄자를 찾다가 사랑에 빠진다. 많은 한국 드라마의 플롯이 기승전’로맨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물론 [터치]는 ‘초밀착 뷰티 로맨스’라는 슬로건을 내건 작품이기에 당연히 로맨스가 중요하겠지만, 설득력이 없는 로맨스는 도리어 몰입을 방해할 뿐이다. 앞서 언급한 ‘수연-도진’ 라인도 그렇고, 드라마의 메인 커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수연-정혁’ 라인도 마찬가지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한 나이 많은 남성과 어린 여성의 로맨스라는 설정도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지고,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도 그다지 납득이 되지 않아 아쉽다.

앞으로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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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작 [터치] 종영까지 이제 에피소드 6편이 남았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시청하는 입장이라 본방송과 일주일(에피소드 2편)의 격차가 있지만, 지금까지 본 [터치]는 초반의 기대와 달리 아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7화에서 최저 시청률(0.623%)을 기록한 이후 9화에서 어느정도 회복했다는 것이다. 과연 [터치]는 중반부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시청자의 마음을 살살 간지럽히는 로맨스와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을까? 오랜만에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꼭 그럴 수 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