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조심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감염 위험 때문에 공공장소에 발걸음을 하는 사람이 줄었고, 극장은 관객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모쪼록 마스크와 손소독제 꼭 챙기시길 바란다. 한편 할리우드는 숨 쉴 여유도 없이 흘러가던 시상식 시즌의 마무리를 눈앞에 뒀다. 작가조합상, 감독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상(BAFTA) 결과가 나왔고, 이제 인디펜던트 스피릿 상과 오스카만 남았다. 다음 주엔 오스카의 말들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전에, 1월의 유타에서 관객들을 뒤집어 놓은 주인공, 대한민국의 전설을 만나보자.

‘미나리’ 안하고 싶었어요. 고생할 걸 아니까 – 윤여정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된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감독의 자전적 영화다. 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아칸소 주에 정착한 한 가족의 이야기로,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 등이 출연했다. 월드 프리미어 자리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과 인사를 가졌는데, 대한민국 레전드 배우, 윤여정이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말로 박수를 받았다. 윤여정은 앞서 스티븐 연과 한예리의 발언 후 “쟤네 너무 진지하네요, 난 그렇게 안 진지해요.”라고 말하면 분위기를 풀었다. 그리고 “사실 이 영화 안 하고 싶었다. 독립영화라 고생할 걸 알았기 때문이다.”라며 관객들을 껄껄 웃게 만들었다. 윤여정은 돈을 아끼려고 같이 먹고 같이 살다시피 하면서 가족이 되었다고 말하며, “나이 든 배우로서 정말 기억에 남는 경험을 했다.”라며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같이 밥을 먹으며 가족이 된 덕분일까? [미나리]는 미국 극영화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정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우리말로 “윤여정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식민지 출신으로서 이 상을 받으니 좋네요 – 타이카 와이티티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의미 있는 발언들과 재치 넘치는 소감이 나왔다. 하지만 관객들이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소감을 꼽자면 그중 하나는 타이카 와이티티일 것이다. [조조 래빗]으로 각색상을 받은 와이티티는 “식민지 출신으로서 영국에서 이 상을 받으니 참 좋네요.”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서 얼마 전 브렉시트가 완료된 것에 대해 “요즘 여러분 참 많이 힘드실 텐데”라고 하더니, “여러분이 뺏아간 금을 일부 찾아가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라며 영국의 뉴질랜드 식민 지배 시대를 꼬집었다. 관객들이 웃기 어려웠던 수상소감의 또 다른 주인공은 브래드 피트다. 그의 불참으로 마고 로비가 소감을 대신 읽었는데, BAFTA 트로피에 “이젠 미국에 영원히 데려갈 수 있으니” 해리라는 이름을 붙이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왕족의 권한을 내놓은 해리 왕자 부부를 의미한 것인데, 이 자리에 있던 윌리엄 왕자 부부는 표정관리깨나 힘들었을 것이다.

비싼 광고 만드는 대신, 무료 체험을 제공합니다 – 라이언 레이놀즈

이미지: 라이언 레이놀즈 트위터

지난 일요일(미국 시각) 열린 슈퍼볼은 경기나 하프타임만큼 각 기업의 특별 광고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30초 광고 슬롯 단가가 엄청나게 비싸지만, 그만큼의 노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올해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버드와이저, 현대차 등이 A급 셀럽들이 등장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하지만 선불 모바일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트 모바일의 슈퍼볼 마케팅은 달랐다. 민트 모바일은 뉴욕타임스에 실은 전면 광고에 “슈퍼볼 광고에 5백만 달러를 쓸 순 없다.”라며 그 돈으로 무료 체험권을 나눠주겠다고 선언했다. 사용자들은 슈퍼볼 경기 시작 버저가 울린 순간부터 경기 종료까지 민트 모바일에 접속하면 3개월 사용권을 받을 수 있다. 이 파격적인 결정은 지난해 민트 모바일의 새 소유주가 된 라이언 레이놀즈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레이놀즈는 본인의 이름으로 광고를 싣고, SNS로 홍보도 했다.

출처: twitter

TMZ가 왜 아직 업계에서 퇴출되지 않은 거죠? – 엘렌 폼페오

이미지: TMZ

지난 26일(미국 시각), 농구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와 그의 딸, 친구 등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너무 일찍 생을 마감한 그와 그의 딸, 남은 가족들을 위해 진심 어린 추모와 위로를 보냈다. 그 와중에 헬기 추락 사고를 가장 먼저 보도한 미국 타블로이드지 TMZ가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담당 경찰이 가족에게 브라이언트와 딸 지아나의 사망을 알리기 전에 먼저 기사화했기 때문이다. TMZ 또한 코비 브라이언트의 대리인과 소통했지만, 가족과는 접촉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네티즌들은 TMZ을 거세게 비판했고, 청원 웹사이트 Change.org 에는 TMZ 모기업 폭스에 회사를 없애라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배우 엘렌 폼페오 또한 트위터를 통해 “가족들이 경찰이 아니라 타블로이드지로 사망 사실을 알게 했다.”라며 TMZ가 업계에서 퇴출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출처: deadline

시얼샤와는 늙어서도 영화를 함께 만들면 좋겠어요 – 그레타 거윅

[레이디 버드]에 이어 [작은 아씨들]까지, 그레타 거윅 감독과 시얼샤 로넌은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작품을 함께 만들어냈다. 거윅의 감독 커리어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로넌의 역할이 컸다. 로넌 또한 거윅의 작품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고 골든글로브상을 받으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만나면 언제나 좋은 작품만 만들어내니, 팬들이라면 두 사람이 언제나 함께 일하기를 바랄 테고, 거윅 또한 그렇다. 거윅은 최근 인터뷰에서 “시얼샤와는 늙어서도 영화를 함께 만들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피력했다. 다만 로넌을 원하는 감독이 거윅만 있는 건 아니다. 거윅은 “웨스 앤더슨 감독이 시얼샤와 내가 작품 하는 걸 마냥 좋아하진 않더라.”라며 앤더슨이 언제든 로넌을 데려갈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시얼샤를 차지하려면 웨스와 조 라이트 감독과 리그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농담을 덧붙였다.

출처: hollywoodrepo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