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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를 뒤쫓는 스릴러에 애틋한 멜로를 더했다. MBC 드라마 [더 게임 : 0시를 향하여(이하 ‘더 게임’]는 죽음 직전의 순간을 보는 남자 김태평이 강력반 형사 서준영이 수사하는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설정은 꼭 미드식 범죄 수사물 같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일반인이 형사와 함께 공조하며 사건 해결을 돕는다는 이야기. 죽음을 보는 신비한 능력까진 아니어도 비범한 재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멘탈리스트], [화이트 칼라], [엘리멘트리]부터 다른 차원의 능력자들이 활약하는 [아이좀비], [루시퍼] 등처럼 익숙한 수사물에 변화를 꾀해 신선함을 전한다.

인물들의 관계도 흥미롭다.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의 죽음까지 보는 김태평은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서준영을 만나면서 변화한다. 서준영은 운명론자 김태평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긴다. 예언했던 죽음이 처음으로 빗나갔고, 이제껏 만난 사람들 중 유일하게 서준영의 죽음만 보이지 않는다. 이 생소한 경험은 운명을 인정하는 게 편했던 김태평에게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설렘과 희망으로 다가온다. 이후에는 서준영의 죽음이 보이지 않았던 슬픈 비밀이 밝혀져 애틋한 감정을 자아낸다.

여기에 두 사람과 대척점을 이루는 두 얼굴의 법의관 구도경을 등장시켜 스릴러의 재미를 더한다. 그는 오래전 서준영의 아버지를 죽인 연쇄살인범 조필두의 아들로,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아버지를 위해 사적 복수를 실현하려 한다. 드라마는 대담하게도 일찌감치 범인을 공개하고 김태평과 서준영이 구도경과 대립하는 심리게임 구도를 형성해 몰입도를 높인다.

반면 흥미로운 뼈대를 완성해가는 이야기는 지지부진하다. 중반부까지 방영된 [더 게임]은 납치 사건을 수사하는 김태평과 서준영 앞에 구도경이 긴장감을 높이며 등장한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 쭉쭉 앞으로 뻗어가면 좋을 이야기가 자꾸만 뒤로 돌아가느라 바빠서다. 세 사람이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지, 오래전부터 이어진 인연을 강조하느라 탄력이 붙어야 할 서사가 질척거린다. 특히 살인범 구도경의 안타까운 과거에 지나치게 집중해 스릴러의 긴장감도 흐트러진다. 연민의 감정도 적당히 해야 애틋한 법인데, [더 게임]은 잘못된 선택으로 빚어진 비극의 감정선에 과하게 신경을 쓴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아쉽다. 김태평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죽음 직전의 순간을 보면서도 운명을 바꾸지 못한다는 자괴감을 평생 안고 살아왔고, 서준영은 살인범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언론의 표적이 되었던 고통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더라도 과거의 경험과 맞물린 살인사건은 분명 그들 내면에 복합적인 마음을 안겼을 텐데, 옥택연과 이연희의 연기에선 미세하게 요동칠 감정 변화를 느끼기 힘들다. 김태평이 서준영에 대한 마음을 깨달으면서 반환점을 돈 현재, 앞으로도 진한 감정선을 유지할 드라마에서 섬세한 내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미심쩍다. 그에 반해 구도경을 연기한 임주환은 두 얼굴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극의 흐름을 팽팽하게 뒤바꾸는 힘을 보여주며 늘어지는 서사를 안쓰럽게 지탱하고 있다. 기존 스릴러와 차별화되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했지만, 서사는 점차 길을 잃고 주연 배우의 연기력 부재가 느껴지는 [더 게임], 과연 중반 이후에는 그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