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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은 끝났지만, [기생충] 열풍은 여전하다. 한국과 미국 모두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 배우들, 심지어 통역 담당 샤론 최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이 귀국하는 날 백여 개의 매체가 새벽에 인천 공항에서 취재 경쟁을 벌였다. 백인, 중년, 남성 중심의 미국 영화과학아카데미가 보수적 색채를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기생충]으로 증명해 보였다는 분석 기사,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의 발언 하나하나를 담은 기사도 나왔다. 시상식 후 처음 돌아온 주말, [기생충]은 재개봉으로 한국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선 전주보다 티켓 판매 수입이 234% 증가해, [글래디에이터] 이후 ‘오스카 작품상’ 홍보 효과를 최대치로 받았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드라마틱한 [기생충]의 성공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감독, 배우, 제작자, 한국 투자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북미 배급사 네온 등 다양한 이름이 거론된다. 그중 이 글에선 [기생충]의 시상식 시즌 캠페인을 담당한 북미 홍보담당자 마라 벅스바움(Mara Buxbaum)과 미국 영화매체 인디와이어의 인터뷰를 통해 [기생충]의 캠페인 스토리를 살펴본다. 원문은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Behind the Scenes of Bong Joon Ho’s Oscar-Winning ‘Parasite’ PR Campaign

벅스바움은 2019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손님으로 초청되어 [기생충]을 처음 봤다. 할리우드 홍보대행사 ID-PR의 대표이자 홍보 베테랑인 그는 작년 [더 페이버릿]을 담당했고,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여우주연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모두 올리비아 콜맨)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처음 [기생충]을 보고 “말을 잃었고,” 영화가 끝난 후 우연히 마주친 봉준호 감독에게 “정말 훌륭했어요!”라고 말했다. 영화의 가능성을 알아본 그는 며칠간 봉준호 감독의 에이전트, 매니저, [기생충] 제작자와 CJ 엔터테인먼트 담당자까지 모두 접촉했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지 몇 달 후, 벅스바움은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홍보 계약을 체결했다. 8월 말 열리는 텔루라이드 영화제부터 캠페인이 시작됐다. 벅스바움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캠페인을 생각하며, 비영어 영화는 작품상을 탈 수 없다는 속설을 믿길 거부 했다. 2018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 [로마]도 이루지 못한 ‘작품상’ 수상의 영예를 [기생충]이 가져갈 수 있을까? 벅스바움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영화를 정말 사랑하고, 상을 탈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요. 우리가 할 일은 영화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국제영화상’ 이상의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죠.

[기생충] 토론토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 출처: Youtube TIFF

네온은 10월 11일 미국 개봉 전후로 봉준호 감독의 홍보 스케줄을 짜 놓았지만, 중요한 건 당사자의 의지였다. 토론토, 뉴욕, 런던 영화제 이후 진행되는 홍보 스케줄을 봉 감독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봉 감독의 가족은 LA의 한 아파트를 빌렸고, 봉 감독은 북미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기생충]을 알리기 위해 돌아다녔다. 네온은 ID-PR 외에도 오스카 캠페인 컨설팅 전문 Perception PR, 감독 중심 영화의 홍보 및 마케팅 전문사 Cinetic, 다큐멘터리 및 외국어영화 전문 홍보 에이전시 Acme PR와 계약하며 캠프를 꾸렸다.

11월 3일,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에서 [기생충] 시상식 캠페인이 정식으로 시작됐다. 영화가 북미에서 상영관을 확대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은 눈덩이 불어나듯 점점 커졌다. 8~9월 영화제 때 진행한 미국 주요 매체와의 인터뷰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다른 매체도 영화에 관심을 가졌다. 벅스바움은 [기생충]의 매력을 “의미 있는” 포지셔닝에서 찾았다.

‘기생충’엔 풀뿌리 느낌이 있어요. … 사람들이 너도나도 참여하고 싶어 했어요. 영화 자체가 언더독이었거든요. 그래서 ‘기생충’을 지원하면서 자신들도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기생충]이 시상식 시즌 프런트 러너가 된 것은 미국 배우조합상 앙상블상 후보 지명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오스카상 유권자의 15%를 차지하는 배우조합이 [기생충]을 후보에 올린 건 홍보담당자도 예상하지 못한 큰 성과였다. 시상식에서도 참석자들은 [기생충]에 열광했다. 앙상블상 수상작으로 발표된 순간, 함성의 크기는 남달랐다.

[기생충] 미국배우조합상 영화 앙상블상 수상 영상 | 출처: Youtube TNT

[기생충]의 시상식 캠페인을 특별하게 만든 존재는 봉준호 감독이었다. 봉 감독의 편안함 덕분에 사람들은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벅스바움은 “사람들은 봉준호 감독과 그의 목소리에 반하고 또 반했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시즌 동안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토드 필립스, 타이카 와이티티 등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경쟁자들에게도 사랑받았으며, 함께 어울려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통역을 담당한 샤론 최(최성재)는 봉 감독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다. 화자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샤론 최의 통역 덕분에 봉 감독은 우리말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루는 최가 몸이 좋지 않아서 봉 감독은 예정된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작 패널 행사에 다른 통역사와 참석해야 했는데, 그날 캠페인 중 영어를 가장 많이 말했다.

[기생충]만큼 봉준호 감독의 태도와 수상소감도 화제가 되었다.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동료들과 경쟁자들을 존중하며, 매번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봉 감독은 수상 소감을 직접 집필했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시상식 시즌의 빽빽한 일정 때문에 수상 소감 대필 서비스를 이용하는 배우나 감독들도 있는 걸 생각하면 봉 감독이 쏟은 노력을 짐작할 만하다. 벅스바움은 봉 감독이 “매우 피곤해했지만 언제나 100% 상태로 나타나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라며 극찬했다.

[기생충] 아프리칸 아메리칸 비평가협회 (AAFCA) 수상 소감 | 출처: Youtube AAFCA

서 혜란

장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걸 좋아합니다. 비평과 팬심의 균형을 찾으려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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