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생충]의 감격이 남아있지만, 할리우드는 이제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로튼토마토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오스카 레이스에 어떤 작품이 합류할지 전망했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된 작품부터 올해 공개될 예사롭지 않은 작품까지, 어떤 영화가 [기생충]의 엄청난 성과를 이을지(혹은 그럴 수 있을지), 로튼토마토가 선정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맹크(Mank)

이미지: RKO Radio Pictures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게리 올드만, 아만다 사이프리드, 찰스 댄스, 릴리 콜린스

오슨 웰즈 감독의 걸작 [시민 케인]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데이빗 핀처 감독의 흑백 영화 [맹크]는 [시민 케인]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허먼 J. 맨키비츠와 오슨 웰즈 감독의 일화를 다룬다. 각색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해 몇 차례 오스카의 관심을 받은 데이빗 핀처가 넷플릭스와 협업하는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거기에 [다키스트 아워]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게리 올드만이 가세해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인물의 이야기가 어떻게 재현될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프로미싱 영 우먼(Promising Young Woman) *신선도 지수 98%

이미지: Focus Features

감독: 에머럴드 페넬
출연: 캐리 멀리건, 보 번햄, 래번 콕스, 클랜시 브라운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어 호평받은 어둡고 선동적인 복수극. [킬링 이브] 시즌 2의 각본가 겸 쇼러너 에머럴드 페넬의 첫 장편 영화로,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여성이 뜻밖의 만남을 계기로 성범죄자에게 복수를 행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언에듀케이션]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캐리 멀리건이 인생 연기를 보여줬다는 이번 작품으로 후보에 오르길 기대해본다.

화이트 타이거(The White Tiger)

이미지: IMDB

감독: 라민 바흐라니
출연: 라지쿠마르 라오, 프리얀카 초프라

[라스트 홈]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라민 바흐라니 감독이 맨부커상을 수상한 아라빈드 아디가의 소설을 영화화한다. [화이트 타이거]는 가족의 강압에 의해 노예로 팔려간 소년이 자수성가한 기업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올해 아카데미를 휩쓴 [기생충]처럼 빈부격차, 불평등, 부유층의 위선과 함께 인물의 인생 여정을 그리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93회 아카데미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화이트 타이거]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며, 드라마 [콴티코]와 영화 [베이워치: SOS 해상 구조대]의 프리얀카 초프라가 주연으로 합류해 기대감을 높인다.

노마드랜드(Nomadland)

이미지: Searchlight Pictures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프란시스 맥도맨드, 데이비드 스트라탄

첫 영화 [로데오 카우보이]로 주목받은 클로이 자오 감독은 올해 두 편의 영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첫 번째는 하반기 개봉 예정인 마블 영화 [이터널스], 두 번째는 대형 프로젝트 전에 준비한 로드무비 [노마드랜드]다. 동명 논픽션을 각색한 영화는 [쓰리 빌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이 주연을 맡아 모든 것을 잃고 현대판 유목민처럼 벤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미국 서부를 가로지르는 여정을 그린다. 미국의 어두운 경제 현실이 영화의 배경에 자리하며, 실력 있는 감독과 배우의 만남이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듄(Dune)

이미지: Warner Bros. Pictures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샬라메, 데이브 바티스타, 레베카 퍼거슨, 하비에르 바르뎀, 제이슨 모모아, 젠다야 콜먼, 오스카 아이삭, 조슈 브롤린

데이비드 린치(사구, 1984)에 이어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이 두 번째로 영화로 만들어진다.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드니 빌뇌브가 연출을 맡아 우주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을 보호하려는 아트레이드 가문의 어린 후계자 폴의 여정을 그린다. “‘듄’을 어른들을 위한 ‘스타워즈’ 시리즈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감독의 바람은 실현될 수 있을까. 일단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한 화려한 라인업만 봐도 기대감이 고조된다. 실력 있는 감독과 쟁쟁한 출연진, 특히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할 것 같은 티모시 샬라메, 수많은 SF 작품에 영향을 미친 원작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다려보자.

더 40-이어-올드 버전(The 40-Year-Old Version) *신선도 지수 95%

이미지: 넷플릭스

감독: 라다 블랭크
출연: 라다 블랭크, 피터 Y. 킴, 리드 버니, 이마니 루이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감독상(미국 극영화)을 수상한 작품. [당신보다 그것이 좋아]의 각본가 라다 블랭크가 연출과 각본, 주연을 도맡아 한때는 촉망받던 40세의 극작가가 오랫동안 잊고 있는 랩을 통해 삶의 활기를 찾아가는 여정을 흑백 영상으로 담아냈다. 뉴욕을 배경으로 예술가의 고충을 그린 흑백 영화는 비평가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고, 넷플릭스가 배급권을 획득했다. 라다 블랭크의 첫 장편 영화가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오스카 레이스에 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네데타(Benedetta)

이미지: Pathé

감독: 폴 버호벤
출연: 샬롯 램플링, 비르지니 에피라, 램버트 윌슨

작품마다 도발적인 주제를 선보이는 폴 버호벤 감독이 [엘르] 이후 4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베네데타]는 17세기 이탈리아의 수녀원에서 벌어진 실화를 다룬 주디스 브라운의 논픽션(국내 출간명 ‘수녀원 스캔들)을 각색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베네데타는 종교적인 거짓말과 동성애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35년간 수감 생활을 하다 쓸쓸하게 삶을 마감했다. 영화는 종교적이고 에로틱한 환영에 휩싸인 수녀 베네데타가 또 다른 수녀와 열정적인 관계를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스카가 선호하는 주제에서 멀어 보이지만, [엘르]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골든글로브에서는 여우주연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리스펙트(Respect)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감독: 라이즐 토미
출연: 제니퍼 허드슨, 르로이 맥클레인, 포레스트 휘태커, 테이트 도노반, 마론 웨이언스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의 생애를 그린 [리스펙트]는 기대작이었던 [캣츠]가 참담하게 무너지면서 울적한 연말을 보냈을 유니버설의 굴육을 만회할 수 있을까. 연극과 TV 시리즈에서 실력을 쌓은 리슬 토미의 장편 데뷔작 [리스펙트]는 아버지의 성가대에서 노래를 시작한 프랭클린이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그린다. [드림걸즈]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며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제니퍼 허드슨이 존경 받는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내년 오스카를 기대하게 한다.

타미 페이의 눈(The Eyes of Tammy Faye)

이미지: (주)영화사 빅, (주)팝엔터테인먼트

감독: 마이클 쇼월터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빈센트 도노프리오, 앤드류 가필드

[타미 페이의 눈]은 2000년에 발표된 동명 다큐멘터리를 각색해 복음 설교자 짐과 타미 페이 바커의 성공과 추락, 구원의 여정을 그린다. [빅 식]의 마이클 쇼월터 감독이 연출을 맡고,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른 제시카 차스테인과 앤드류 가필드가 7-80년대에 세계 최대의 종교 방송을 만들어 명성을 얻지만,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을 일으킨 두 주인공을 연기한다. 오스카 후보에 지명된 감독과 배우의 만남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

이미지: Warner Bros. Pictures

감독: 존 추
출연: 안토니 라모스, 멜리사 바레사, 코리 호킨스, 레슬리 그레이스, 린 마누엘 미란다

[인 더 하이츠]는 올해 가장 기대되는 뮤지컬 영화다. 2008년 토니상을 수상한 동명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맨해튼 북서부의 워싱턴 하이츠에 사는 라틴계 이주민들의 삶을 그린다. 원작 각본가 치아라 알레그리아 우데스가 영화 각본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존 M. 추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201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존 추 감독이 완성도를 인정받은 뮤지컬 원작을 스크린에서 어떻게 재현할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힐빌리 엘레지(Hillbilly Elegy)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감독: 론 하워드
출연: 에이미 아담스, 글렌 클로즈, 헤일리 베넷, 가브리엘 바소, 프리다 핀토

[힐빌리 엘레지]는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J. D. 밴스의 회고록을 각색해 3대에 걸친 애팔래치아 가문의 아메리칸 드림을 탐구한다. 몰락한 공업 지역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가난과 폭력이 되물림되는 우울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성공에 이르기까지 여정을 담아낸다. 현재의 미국을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뷰티풀 마인드]와 [아폴로 13]으로 아카데미 수상의 영예를 안은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을 맡아 기대감을 높인다. 또한 지금까지 오스카와 유독 인연이 없던 에이미 아담스와 글렌 클로즈가 이번에는 수상권에 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힐빌리 엘레지]는 넷플릭스가 배급권을 획득했다.

테넷(Tenet)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딤플 카프디아

올해 가장 주목받는 영화를 언급할 때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테넷]을 빼놓을 수 없다. 놀란 감독이 “그동안 제작했던 작품 중 가장 야심찬 영화”라고 밝힌 [테넷]은 국제적인 규모의 첩보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공간의 이동을 통해 3차 세계대전을 막으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추측된다.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플롯을 교묘하게 배치하고 제어해왔던 감독의 작품이기에 이번에도 그의 장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메멘토], [인셉션], [덩케르크]로 오스카 후보에 지명됐던 놀란 감독이 아카데미 회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레이하운드(Greyhound)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감독: 아론 슈나이더
출연: 톰 행크스, 엘리자베스 슈, 스티븐 그레햄,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톰 행크스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이어 다시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 영화로 돌아온다. 작가 C. S. 포레스터의 소설 『더 굿 셰퍼드』를 원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연합군 함정이 나치 U보트의 맹렬한 추격을 받으며 북대서양을 건너는 이야기를 그린다. 톰 행크스는 이번 작품에서 주연과 더불어 각본 및 제작에도 참여했다. 2001년 [캐스트 어웨이] 이후 [어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로 오랜만에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그가 스릴 넘치는 전쟁영화로 또 한 번 노미네이션 될지 궁금하다.

프렌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

이미지: Searchlight Pictures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베네시오 델 토로, 티모시 샬라메, 프란시스 맥도맨드, 틸다 스윈튼, 빌 머레이, 제프리 라이트, 레아 세이두, 오웬 윌슨, 애드리언 브로디

얼마 전 공개된 짧은 예고편에서 웨스 앤더슨의 영화 미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프렌치 디스패치]도 올해 공개될 화제작 중 하나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웨스 앤더슨 사단이 총출동해, 20세기 프랑스의 가상의 도시에 상주하는 미국인 신문 기자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낸다.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고도 수상과는 연이 닿지 않았던 웨스 앤더슨이 이번에는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된다.

패싱(Passing)

이미지: 메가박스(주)플러스엠, Annapurna Pictures

감독: 레베카 홀
출연: 테사 톰슨, 루스 네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재능 있는 배우들의 연출 도전은 계속된다. 작년 [북스마트]로 호평받은 올리비아 와일드에 이어 올해는 레베카 홀이 넬라 라센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 [패싱]으로 감독 데뷔에 나선다. [패싱]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두 명의 흑인 여성이 서로에게 집착하면서 삶이 무너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레베카 홀이 직접 각색 작업을 했으며, 테사 톰슨과 루스 네가가 상호 집착적인 관계에 놓이는 두 인물을 연기한다. 할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넬라 라센의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것만으로 비평가들과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나리(Minari) *신선도 지수 100%

이미지: A24

감독: 정이삭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윌 패튼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미나리]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뜨겁다. 북미에서 활동하는 정이삭 감독(미국명 리 아이작 정)의 작품으로, 1980년대에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 아칸소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이민자 가족을 다룬 룰루 왕 감독이 [페어웰]이 호평에도 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시상식에서 외면을 받았는데, [미나리]가 선댄스영화제에서 모았던 관심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