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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앞에 ‘웹툰 원작’이 붙으면 괜히 걱정부터 앞선다. [미생]이나 [타인은 지옥이다]처럼 원작만큼이나 좋은 작품도 정말 많다는 사실,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좋은 기억보다는 심한 내상을 입은 경우가 여러 차례 있어서인지, 웹툰이 원작이라고 하면 보기 전부터 기대감을 낮추는 편이었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니 말이다.

[이태원 클라쓰]도 비슷했다. [나를 기억해]로 알게 되고 [마녀]로 ‘입덕’한 배우 김다미의 차기작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드라마 방영 전 여러 사람이 ‘인생 웹툰’으로 꼽는 원작을 늦게나마 본 소감이 이들과 같았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이태원 클라쓰]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첫 방송 시청률 5%로 기분 좋게 시작하더니, 지금까지는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9회 시청률 14.903%). 케이블 채널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 보유자 [SKY 캐슬]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올 정도로 ‘핫’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소개한다.

[이태원 클라쓰]는 이태원동을 중심으로 각자의 가치관을 좇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 요식업계 1위 기업을 이끌며 약육강식을 모토로 삼은 장대희 일가와 이들 때문에 사회적 아웃사이더로 전락한 박새로이의 창업 스토리이자 복수극을 다루고 있으니, 이른바 ‘언더독의 반란’류의 작품이라 할 수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임에도 [이태원 클라쓰]가 이토록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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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조광진이 극본을 집필했다는 게 우선 큰 장점이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는 연재 당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여느 웹툰 원작과 마찬가지로 대중성은 어느 정도 보장된 셈이다. 그런데 실패한 웹툰 원작 드라마나 영화가 저지르는 흔한 실수는 ‘원작자 없는 무리한 각색’이다. 몇 년에 걸쳐 전개된 이야기를 16부작(혹은 20부작)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원작의 사건들이 지나치게 요약되면 원작 팬은 불만이 생기고, 일반 대중에게도 부족한 개연성 등을 이유로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태원 클라쓰]는 원작자가 직접 참여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원작 특유의 빠른 호흡과 긴장감을 유지한다. 원작에선 다소 적었던 오수아(권나라)의 분량이 늘어난 것이나 러브라인 추가 등 몇몇 설정이 바뀌긴 했지만, 모든 게 ‘이야기와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원작자의 철저히 계산된 변화다. 원작 팬과 일반 대중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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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드라마 캐릭터 간의 높은 싱크로율도 [이태원 클라쓰]의 인기에 한 한다.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몰입이 쉬워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실 원작과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작업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태원 클라쓰]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대표적으로 박서준은 누가 봐도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다. 웹툰 속 박새로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박서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둘의 인상이 비슷하다.

싱크로율만 뛰어나다고 해서 ‘좋은 캐릭터’는 아니다. 제아무리 비주얼이 원작과 빼다 박았다 해도, 배우의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태원 클라쓰]에 연기력 논란은 없었으니, 출연진 모두가 그만큼 캐릭터에 녹아들었다는 의미라 해석해도 될 것 같다. 박서준뿐만이 아니다. 권나라와 류경수, 이주영, 유재명, 안보현, 특히 김다미가 원작 캐릭터 이상의 매력을 선사하니,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흔한 소재임에도 자연스레 몰입도가 높아진다.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마현이(이주영)과 토니(크리스 라이언)를 다루는 방식이다. 중졸 범죄자, 소시오패스, 서자, 전직 조직폭력배 등 ‘단밤’ 멤버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아웃사이더다. 이들 중에서도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려는 마현이와 아프리카 혼혈인 토니는 특히 더 돋보이는데, 이들을 바라보는 드라마의 시선이 다소 불편하다. [이태원 클라쓰] 기획 의도에 “타인과 세상에 맞춰가는 삶이 정말 잘 사는 삶일까? 누구를 위한 삶인가?”라고 적힌 것과 달리, 정작 두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 타인의 인정을 받고 세상과 타협을 해야만 한다. 물론 마현이는 원작에서도 비슷한 장애물을 이겨내야 했지만, 토니라는 새로운 캐릭터까지 더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거나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면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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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태원 클라쓰]가 이토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역시 남녀노소 모두에게 통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TV 앞에 앉아 ‘본방사수’를 기다리고 있다. 29일 기준으로 아직 7편이나 남아있다는 게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벌써 중반부를 넘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제작진 여러분, 드라마 방영과 함께 공개된 웹툰 특별편도 추가로 만들어주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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