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상상력이 녹아든 책은 드라마에 훌륭한 영감을 제공한다. 예전부터 사람들에게 잘 알려졌든 그렇지 않든 책 속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드라마로 꾸준히 개발되어 왔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미 완성도를 검증받은 작품을 옮기는 시도는 더 활발해질 것이다. 시청자에게도 소설 원작 드라마는 미처 몰랐던 책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거나 혹은 읽으면서 상상했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본다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책을 각색한 드라마들을 만나보자.

마녀의 발견(A Discovery Of Witches): 2018~시즌 2 예정

이미지: Sky1

마녀와 뱀파이어가 사랑에 빠진다. ‘데보라 하크니스‘의 『올 소울스』의 삼부작 첫 권을 옮긴 드라마 [마녀의 발견]은 금기된 로맨스로 강력하게 유혹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열광했던 기억이 있다면, 이 달콤하고 섹시한 로맨스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캐스팅도 탁월하다. 매튜 구드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강렬한 감정에 휘말리는 뱀파이어로, 테레사 팔머가 유서 깊은 마녀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자 대단한 힘을 가진 마녀로 출연해 짜릿한 호흡을 선보인다. 마녀의 능력을 거부했던 다이애나가 뱀파이어의 비밀이 담긴 고서를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시즌 3까지 제작 확정됐다.

위쳐(The Witcher): 2019~시즌 2 예정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준비한 [위쳐]는 비디오게임으로 유명한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동명 소설을 옮긴 작품이다. 헨리 카빌이 은발의 게롤트로 변신해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위쳐]는 엘프와 인간, 괴물이 공존하는 암흑의 시대를 배경으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괴물 사냥꾼 게롤트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왕족 시리, 마법사 예니퍼의 여정을 담아낸다. 다소 혼란스러운 전개와 낯선 세계관이 진입장벽으로 꼽혔지만 화제성 만큼은 대단했다. 배경지식이 없다면 한 번에 몰입이 어려울 수 있으니 조금만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각종 관련 정보를 참고하자. 혹은 책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접해도 좋겠다.

아웃랜더(Outlander): 2014~시즌 5 예정

이미지: 넷플릭스

[아웃랜더]는 1991년 출간된 이후 2600만 부가 팔린 ‘다이애너 개벌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역사와 판타지가 가미된 로맨스를 펼쳐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난 클레어가 우연히 고대의 돌을 만지고 1743년으로 타입 슬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쟁 중에 종군 간호사로 일했던 주체적인 여성 클레어와 잉글랜드인을 이방인 취급하는 스코틀랜드에서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면 청년 하이랜더 제이미의 드라마틱한 로맨스는 원작 팬을 물론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레이스(Alias Grace): 2017

이미지: 넷플릭스

2017년 공개된 6부작 드라마 [그레이스]는 2000년 부커상을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동명 소설을 옮긴 작품이다. 1840년대 캐나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영감을 받아 살인범으로 지목된 여성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16년 후 조던 박사가 그레이스를 찾아와 진술을 번복하다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의 사면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면서 사건 당시의 미스터리로 들어간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어린 나이에 살인범으로 몰린 그레이스는 시대의 희생양일까? 냉정한 살인마일까?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또 다른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처럼 여성을 억압하는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얼터드 카본(Altered Carbon): 2018~시즌 2 공개

이미지: 넷플릭스

인간의 영혼은 디지털화될 수 있고, 육체는 상호 변경이 가능하며, 죽음은 더 이상 영구적이지 않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를 탈바꿈시켰다. [얼터드 카본]은 ‘리처드 K. 모건‘의 소설을 각색해 영원불멸의 삶이 가능한 먼 미래의 이야기를 그린다. 2384년 과학기술은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을 만큼 발전했지만, 세상은 극심해진 양극화로 평균적인 삶의 질은 악화됐다. 드라마는 250년 만에 새로운 육체로 태어난 용병 타케시 코바치가 그를 되살린 거물 사업가에게 자신의 죽음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화려한 시각효과와 함께 선보인다. 최근 공개된 시즌 2는 조엘 킨나만에 이어 안소니 마키가 새로운 육체를 가진 타케시 코바치로 분한다.

익스팬스(The Expanse): 2015~시즌 5 예정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Syfy에서 아마존으로 채널을 옮긴 [익스팬스]는 ‘제임스 S. A. 코리‘의 동명 SF 시리즈를 각색한 스페이스 오페라다. 200년 후 지구는 UN이 지배하고, 척박한 환경의 화성은 독립 무장 세력으로 지구와 갈등을 빚고, 우주의 최하위 계급인 소행성대의 벨터인은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저항과 독립을 열망한다. 물과 공기가 부족한 미래에 지구와 화성, 소행성대 사이에 불안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젊은 여성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미지의 힘이 깨어난다. 음모론과 기이한 사건이 얽힌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SF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스트레인저(The Stranger): 2020

이미지: 넷플릭스

갑자기 낯선 사람이 다가와 미처 몰랐던 가족의 비밀을 폭로한다면? [스트레인저]는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던 남자 애덤이 우연히 낯선 여자로부터 부인 커린의 비밀을 듣고 혼란스러운 비극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빠른 속도감으로 펼쳐 보인다. 사실 여부를 추궁하자 커린은 갑자가 사라져버리고, 그때부터 애덤은 그 스스로 진실을 찾아 나서기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진다. ‘할런 코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2018년 그의 작품을 각색했던 [내 이웃의 비밀]처럼 중산층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무너뜨리고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본성을 드러낸다. 리처드 아미티지(호빗)와 해나 존 케이먼(앤트맨과 와스프)가 주연을 맡았다.

아웃사이더(The Outsider): 2020

이미지: HBO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영감이 된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초자연과 추리가 혼합된 미스터리를 선보인다. [아웃사이더]는 잔혹하게 살해된 어린 소년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목격자의 일관된 증언에 따라 곧바로 용의자가 잡히지만, 범행 추정 시간에 다른 도시에 있었다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드러나고, 이어 예상하지 못했던 비극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아웃사이더]는 잔혹하고 불가해한 사건에 점차 초자연적인 존재를 드리우면서 독특한 매력을 발한다. 첫 화에 깜짝 출연하는 제이슨 베이트먼을 비롯해 벤 멘델존, 줄리안 니콜슨, 신시아 에리보 등 연기력 탁월한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탄탄한 서사에 멈출 수 없는 몰입감을 자아낸다.

로크 앤 키(Locke & Key): 2020

이미지: 넷플릭스

[로크 앤 키]는 스티븐 킹의 아들인 작가 ‘조 힐‘과 일러스트레이터 ‘가브리엘 로드리게스‘가 발간한 동명 그래픽 노블을 각색한 판타지 호러 드라마다. 몇 차례에 걸쳐 드라마로 옮기려는 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프로젝트로, 2018년에 넷플릭스의 품으로 안착하면서 시리즈로 선보이게 됐다. [로크 앤 키]는 로크 가족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유산으로 남겨진 저택으로 이사 오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그린다. 집안 곳곳에 숨겨진 신비한 힘을 가진 열쇠를 발견하며 아버지의 비밀에 다가서는 타일러, 킨제이, 보디 삼 남매에게 도지라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끊임없이 위협하며 열쇠를 노린다. 다만, 갖가지 미스터리를 거의 그대로 남겨둔 채 끝나 후속 시즌이 나와 의혹을 해소해주길 바란다.

히스 다크 마테리얼(His Dark Materials): 2019~시즌 2 예정

이미지: HBO

2007년 니콜 키드먼과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영화로 나왔지만 그리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필립 풀먼‘의 『황금나침반』이 HBO를 통해 새롭게 부활했다. [로건]에서 날카로운 눈빛과 다부진 연기로 주목받았던 다프네 킨이 주연을 맡아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 차가운 북쪽으로 향하는 리라의 모험에 끌어들인다. 루스 윌슨, 제임스 맥어보이, 린-마누엘 미란다가 리라의 여정을 위협하거나 조력하는 어른들로 등장해 무게를 더하고, 데몬이라 불리는 CG로 구현된 갖가지 동물들이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다만 두 개의 차원이 공존하는 방대한 세계관이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아 원작을 잘 모른다면 불친절하게 느낄 수 있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2017-2019

이미지: 넷플릭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의 주인공은 어린 삼 남매지만, 지켜보는 어른들도 괴로운 어둡고 불행한 사건들로 빼곡하다. 2004년 짐 캐리 주연의 영화로도 나온 적 있는 드라마는 ‘다니엘 헨들러‘의 동명 시리즈가 원작이며, 총 세 시즌이 제작됐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보들레어 삼 남매가 호시탐탐 재산을 노리는 올라프 백작의 계략에 맞서는 이야기는 무능력하거나 사악한 어른들 때문에 속이 체한 것 같은 답답함을 동반하지만, 씩씩하고 총명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하고 흐뭇하기도 하다. 영화 버전의 짐 캐리 못지않게 비열한 악당 올라프 백작을 실감 나게 연기한 닐 패트릭 해리스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빨간 머리 앤(Anne With An E): 2017~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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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에겐 사람을 끄는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다. 얼핏 보기에 감성은 과하게 풍부하고 말은 끊이지 않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올곧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주변 사람도 때묻지 않은 시선에 동화되게 한다. 최근 시즌 3를 끝으로 아쉽게 종영한 [빨간 머리 앤]은 1908년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을 책 속에서 바로 끄집어낸 것처럼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커스버트 남매와 앤이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젠더, 인종 등 현재에도 통용되는 이야기가 녹아있어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아직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데, 세 시즌 만에 끝나서 무척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