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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는 것,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이 아닐까. 사람들의 갈증을 예리하게 꿰뚫고 대리만족을 전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많은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그중 JTBC [트래블러]는 예능에 잘 노출되지 않은 배우와 지구 반대편으로 느껴지는 멀고 먼 땅 라틴 아메리카 대륙을 택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년 2월 선보였던 [트래블러 – 쿠바]는 류준열과 이제훈을, 이제 막 3회차 방영을 마친 [트래블러 – 아르헨티나]는 안재홍과 강하늘, 옹성우라는 신선한 조합을 내세워 낯설고 신비로운 매력이 가득한 곳으로 안내한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잔뜩 움츠러든 요즘, 세 사람이 발 딛고 있는 풍경은 더 멋지고 근사하고, 떠나고픈 마음을 부추긴다.

아르헨티나의 하늘처럼 쾌활하고 여유로운 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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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원희: 이번 [트래블러 – 아르헨티나]의 주인공은 강하늘, 안재홍, 옹성우다. 강하늘과 안재홍은 작품을 통해 이미 만난 적이 있고, 옹성우와는 첫 만남이다. 초면에 2주 동안 함께 아르헨티나를 여행하게 되어 어색할 법도 하지만, 서로 공통점을 발견하며 세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아르헨티나의 따사로운 하늘만큼이나 여유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이들은 비슷하면서 제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안재홍은 팀 내의 맏형으로, 동생들을 데리고 듬직하게 여행길을 이끈다. 강하늘은 늘 쾌활하게 농담을 던지며 여행에 활기를 더하는 분위기 메이커 역을 톡톡히 한다. 옹성우는 형들 뒤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는데, 조용히 멋진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익스트림 스포츠인 스카이다이빙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한다. 동생을 위해 3천 미터 상공에서 함께 뛰어내리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새기는 세 사람을 보니, 친구들과 함께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6/10)

떠나고 싶게 만든 것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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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준: 대단한 명소가 아니어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장소를 방문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헬스 키친을 거닐며 [데어데블]을 떠올리고, [사랑해, 파리]에 등장했던 튈르리 역 벤치에 앉아서 관광객 티를 팍팍 내보기도 했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트래블러 – 아르헨티나]를 보기 전 아르헨티나가 나오는 영화는 무엇이 있었는지부터 되짚었다. [여인의 향기]와 [트루 라이즈]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Por Una Cabeza’와 탱고의 나라라는 것만 떠올랐다. 그러나 안재홍, 강하늘, 옹성우의 발걸음을 쫓으며 부에노스아이레스가 [해피 투게더]의 촬영지였다는 걸 기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몇 번이나 보여주기도 했고). 7월 9일 대로 한가운데 우뚝 선 오벨리스크와 데펜사 거리의 바 수르, 이과수 폭포를 보고 있자니 아휘와 보영의 추억과 아픔이 서려있는 곳을 직접 간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아,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렸다. (6/10)

탱고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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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혜란: 아르헨티나라고 하면 ‘축구’보단 ‘탱고’를 떠올리는 에디터에게, [트래블러-아르헨티나]는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동경을 더 키운다. 그래서 여행자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과정을 가장 흥미롭게 보았다. 탱고의 탄생지 라 보카 항구에서 만난 탱고는 아르헨티나 대중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탱고의 위상을 보여줬다. 영화 [해피 투게더]에 나왔던 바 수르의 살롱 탱고는 왜 탱고를 ‘3분간의 연애’라 부르는지 알게 했다. 라이브 연주에 맞춘 노장 가수의 열창이나 댄서들의 움직임과 표정, 눈빛 등 모든 요소가 합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섹시한 순간을 빚어낸다. 그러나 [트래블러-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세 사람이 산 텔모 야외시장으로 가는 길에 광장에서 본 탱고 공연이다. 휠체어를 탄 댄서가 추는 섹시하고 애절한 탱고를 보면서, “서로 가슴을 맞대고 다리를 포개는” 춤이라도 그 리듬과 열정은 누구나 누릴 수 있음을 다시 깨달았다. (6/10)

아르헨티나도 식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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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홍선: [트래블러 –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먹거리 에피소드다. 아르헨티나 유명 맛집에서 식사를 할 때 세 배우의 모습은 연예인이 아니라 진짜 여행자다운 모습이었다. 이중 현지 전통 바비큐인 아사도를 먹을 때가 인상 깊은데, 먹음직스러운 비주얼로 입맛을 당긴 뒤. 세 배우는 맛을 표현할 때 한국 음식으로 예를 들어 공감대를 전한다. 탄성과 함성이 오고 가는 리액션은 현지 맛집을 발견한 기쁨이 연출이 아닌 리얼한 모습으로 그 감정이 전해졌다. 무엇보다 맛집 탐방이 좋았던 점은 세 배우가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진짜 친구처럼 어울려 프로그램을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트래블러-아르헨티나]는 잘 정리된 여행 가이드로는 좋지만 뭔가 어색하고 연출된 느낌이 들어 아쉬웠는데, 음식점에서 세 사람이 발현하는 자연스러운 에너지는 정체된 프로그램 이미지를 일순간에 바꾸고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6/10)

설레지만, 이벤트가 되어버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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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현정: 여행의 즐거움은 확실하다. 이미 알던 사이인 안재홍과 강하늘, 아르헨티나 여행을 계기로 만난 옹성우, 이 세 사람이 어색하지 않게 여정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가까워지는 게 한눈에 보인다. 낯선 여행지에서 가까워지는 세 사람을 보고 있으니 일상을 벗어나 떠나고픈 싶은 이유를 새삼 알 것 같다. 그래서 더, 언젠가 가고 싶은 곳으로 찜해두었던 아르헨티나 여행길이 부럽기만 하다. 여행의 설렘과 흥분은 확실하게 전해지지만, 이상하게도 회가 거듭될수록 아쉬움도 짙어진다. 작년 이맘때 방영한 쿠바 편과 비교하면, 이번 아르헨티나는 여행이란 이벤트 자체에 집중한 듯하다. 쿠바 편이 여행자의 블로그라면, 아르헨티나 편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같다. 한 시간 분량의 에피소드가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 위주로 흘러가면서 여행자의 목소리가 줄어든 탓이다. 물론 전처럼 내레이션으로 방송을 이끌지만, 여행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희미하다. 쁠라야 히론으로 향하는 올드카 택시 안에서 류준열과 이제훈이 나누던 대화가 그립다. 배우가 아닌 여행자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줬던 두 사람의 호흡이 이상하게 생각난다. 남은 방송에서 여행자의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5.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