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화관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일러콘텐츠은 매주 수요일에 발행하던 신작 리뷰 코너를 당분간 넷플릭스 신작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어서 빨리 혼란스러운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며 지난 26일(수) 이후 공개된 넷플릭스 신작을 감상한 에디터들의 후기를 소개한다.

얼터드 카본(Altered Carbon) 시즌 2 – 기대 이상의 업그레이드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얼터드 카본]이 시즌 2로 돌아왔다. 시즌 1은 설정과 캐릭터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 갈팡질팡했지만, 시즌 2는 이미 쌓아놓은 것 위에서 타케시 코바치의 진짜 목표, 연인이자 반란군 리더인 퀠크리스트 팔코너를 찾아가는 과정을 펼친다. 이전 시즌과의 결정적 차이점은 시리즈에 “온기가 돈다”라는 것이다. 주인공의 슬리브(육체)가 조엘 킨나만에서 앤서니 매키로 바뀐 것 이상의 변화다. 시즌 2에선 타케시의 과거와 현재의 인연들이 얽히고, 몇백 년 동안 지속된 음모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타케시가 아닌 캐릭터들이 전면에 나서고, ‘친구’ 타케시, ‘연인’ 타케시처럼 시즌 1의 주인공에게선 보지 못한 새로운 면모가 드러난다. 시즌 2의 새 캐릭터 ‘트렙’은 [얼터드 카본]에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가져왔다. 빌런의 성격이 전형적인 게 단점이지만, 시즌 2의 엔딩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의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

아이 엠 낫 오케이(I Am Not Okay with This) – 앞으로가 기대되는 청소년 초능력자의 기원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하이틴 코미디 TV 시리즈. 아버지를 잃은 후 가족, 친구 관계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시드니가 자신의 숨겨진 초능력을 깨달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연인 소피아 릴리스와 와이엇 올레프의 영향인지 [그것] 생각도 나고, 영상 속 분위기는 [기묘한 이야기]를, 초능력에 대한 서사의 흐름은 [리전]을 연상시킨다. 총 에피소드는 7개로 각각 러닝타임이 약 20분 정도로 짧지만, 여성 청소년 초능력자의 기원을 알차게 담아냈으며 중간에 멈출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화를 조절하지 못할 때마다 소피아의 능력이 발현되는데, 일종의 멘토 역할을 하는 스탠리와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나의 관계, 소원했던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점차 소피아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다음 시즌이 정말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팔로워들(Followers) –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현정: ★★★☆ 도쿄 여성들의 이야기를 패션 화보집을 보는 듯 강렬한 색채의 화려한 영상으로 담아낸 일본 오리지널 시리즈. 성공한 사진작가 리미와 배우 지망생 나츠메를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과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일과 사랑, 고민을 담아낸다.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에 깊이 들어가지 않고 가볍고 쉽게 다룬다는 인상도 들지만, 동시대 여성이 가질 법한 고민을 다각도로 탐구하며 공감의 여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리미와 절친 그룹이 일과 사랑 사이에서 자존감을 지키며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에 절로 응원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소 얕은 서사를 세심한 감정 연기로 채우는 배우들은 제 몫을 다하는데, 분주한 일상으로 초대하는 나카타니 미키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씨름하는 이케다 에라이자의 신비로운 매력이 중도에 멈출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판타지 같은 결말로 안착하긴 해도 끝까지 여성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기분 좋게 볼 수 있다.

스파이 퀸(Queen Sono) – ‘여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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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준: ★★★☆ 넷플릭스의 첫 아프리카 오리지널 시리즈. ‘최초’라는 단어 때문에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본 [스파이 퀸]은 에피소드가 여섯 편 밖에 없다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의 웰메이드 첩보 드라마다. 장르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첩보전과 액션도 맛깔나게 잘 살렸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은 배경이 되는 ‘아프리카’ 그 자체다. 광활한 대륙의 면모와 그곳의 사람들, 그들의 문화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극에 더하면서 뻔한 액션 첩보 스릴러가 아닌, ‘아프리카이기에 가능하고 더 매력적인’ 정치 첩보 스릴러가 될 수 있었다. 주연을 맡은 [콴티코] 펄 투시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피지컬로 보여줘야 하는 액션 시퀀스뿐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와 상대하는 동시에 개인의 아픈 과거를 청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내면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퀸 소노’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다음 시즌이 공개되지 않는 건, ‘여왕 소노(Queen Sono)’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F1, 본능의 질주(Formula 1: Drive to Survive) 시즌 2 – 미칠듯한 스피드란 바로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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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홍선: ★★★☆ [F1, 본능의 질주] 시즌 2는 뼛속 깊이 스피드를 갈구하는 F1 레이싱팀들이 달려온 인생과 치열한 승부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레이서와 감독, 스태프 인터뷰를 중심으로 F1 시즌 전체를 카메라에 담았다. 얼마나 치열하게 이야기를 담았는지 현장 스태프가 “이거 넷플릭스에서 촬영하지?”라고 농담도 건넬 정도다. 총성 없는 전쟁인 시즌 준비부터 손에 땀을 쥐는 레이싱 경주까지 F1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매 에피소드마다 마치 짜인 각본(?)처럼 흘러가는 전개와 배우보다 더 극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레이서들을 보면서, ‘연출되지 않은 연출력’이 탄성을 자아낸다. 이 중에서도 가장 손꼽는 장면은 역시 레이싱이다. 속도감 넘치는 비주얼은 기본, 자동차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숨 막히는 1인칭 시점을 제공한다. 레이서와 스태프들의 긴박한 대화를 듣다 보면, 직접 운전대를 잡은 것 같은 체험의 영역까지 도달한다. [F1, 본능의 질주] 시즌 2는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부수고 웬만한 스포츠 영화 뺨칠 재미와 짜릿함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