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안방극장이 대세가 됐다. 영화는 보고 싶은데 외출이 불안하니 넷플릭스나 왓챠, VOD처럼 손쉽게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찾기 때문이다. 그중 넷플릭스의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탐험하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소개한다. 유명 배우들이 나왔다고 해서 100% 재미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영화를 확인해보자.

유니콘 스토어(Unicorn Store)

이미지: 넷플릭스

연출에 도전하는 배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브리 라슨도 그중 한 명이다. 작년 4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유니콘 스토어]는 브리 라슨이 연출한 첫 장편 영화다. [유니콘 스토어]는 어른의 경계에서 머뭇거리는 좌절한 청춘 키트의 성장담을 ‘유니콘’이라는 동화 같은 설정을 끌어와 포근하게 담아낸다. 이야기는 다소 헐겁지만 나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면, 브리 라슨의 섬세한 연기가 더해진 키트의 희망 어린 성장기는 따스한 위로가 된다.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방황하고 있다면,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키트와 그의 상상 속 친구 유니콘을 만나보자.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All the Bright Places)

이미지: 넷플릭스

엘르 패닝과 저스티스 스미스가 상처 입은 청춘으로 나섰다.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는 제니퍼 니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불안한 10대 바이올렛과 핀치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급생들에게 ‘괴물’이라 불리는 문제아 핀치가 사고로 언니를 잃고 마음의 문을 닫은 바이올렛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면서 어둡고 우울했던 바이올렛의 세상에 점차 밝고 환한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다소 갑작스러운 결말에도 엘르 패닝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마지막까지 아련한 여운을 자아낸다.

샤프트(Shaft)

이미지: 넷플릭스

1970년대 흑인 관객을 위한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대표적인 영화 [샤프트]가 19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다. 사립탐정이 된 존 샤프트가 25년 만에 만난 FBI 분석가 아들 JJ와 함께 티격태격하면서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00년 리부트작의 주연을 맡았던 사무엘 L. 잭슨과 원조 샤프트 리차드 라운트리가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하며 3대에 걸친 부전자전 케미를 보여준다. 예상 가능한 뻔한 전개에도 90년대 액션 영화 감성에 사무엘 L. 잭슨의 지칠 줄 모르는 걸쭉한 입담이 더해지니 킬링타임으로 보기엔 제격이다. 여유가 된다면, [샤프트]처럼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결을 잇는 [돌러마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루디 레이 무어의 이야기를 다룬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도 보자.

클로즈(Close)

이미지: 넷플릭스

실제 여성 경호원의 삶에 영감을 받은 누미 라파스 주연의 액션 영화. [클로즈]는 위험한 전장에서 대테러 전문가로 일해온 샘이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조이의 경호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음모에 휘말린 두 사람이 정체 모를 적들에게 쫓기는 과정에서 신뢰를 쌓아가고 연대하며 위기에 맞서는 모습을 담아낸다. 치밀함이 부족한 각본이 아쉽긴 하지만, [밀레니엄] 시리즈를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누미 라파스의 단단한 존재감은 [클로즈]에서도 여전히 멋스럽다. 누미 라파스가 등장하는 또 다른 스트리밍 오리지널 작품을 찾는다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잭 라이언] 시즌 2가 있다.

지진새(Earthquake Bird)

이미지: 넷플릭스

수잔나 존스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지진새]는 이색적인 설정으로 호기심을 부른다. 1980년대 버블경제 시대의 도쿄를 무대로 삼아 낯선 도시에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여성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일어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사랑과 집착, 배신이 얽힌 어둡고 모호한 미스터리를 이끈다. 영화는 번역가로 일하는 루시와 일본인 사진작가 테이지의 로맨스에 훼방꾼처럼 끼어든 릴리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룬다. 모호하고 불친절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고립된 루시를 연기한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존재감은 탁월하다.

쏘리 투 보더 유(Sorry to Bother You)

이미지: 넷플릭스

색다른 영화에 목말라 있다면, 낯설고 기묘한 것에 열려있다고 생각한다면, [쏘리 투 보더 유]를 보자. 래퍼 부츠 라일리의 장편 데뷔작 [쏘리 투 보더 유]는 텔레마케터로 입사한 흑인 남성이 실적을 위해 백인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자본과 노동, 인종 문제를 날카롭고 기발한 시선으로 풍자하며 마지막까지 재기 발랄하게 질주한다. [아틀란타]의 라케이스 스탠필드가 성공을 위해 정체성을 놓아버리는 주인공 캐시를 연기하고, 테사 톰슨, 스티븐 연, 아미 해머 등이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다. 그중 비호감 백인 자본가로 분한 아미 해머의 괴랄한 캐릭터가 인상적인데, 내친김에 더 기묘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신경쇠약에 걸린듯한 아미 해머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상처의 해석]이 있다. 단, 음침하고 지저분한 공간을 견디고 볼 수 있다면.

복수의 사도(Apostle)

이미지: 넷플릭스

사이비 종교 집단에 납치된 동생을 구하기 위해 신도로 위장 잠입한다. 새롭진 않아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설정이다. 영화 [복수의 사도]는 [레이드] 시리즈의 가렛 에반스 감독이 연출을 맡아 비밀과 거짓말로 둘러싸인 외딴섬에서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거칠고 기괴한 이미지로 담아낸다. 오컬트, 고어, 액션, 판타지 등 여러 장르를 배합해 129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가는데,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댄 스티븐스, 마이클 쉰, 루시 보인턴 등이 출연해 광기와 믿음이 불러온 비극을 펼쳐 보인다.

세컨드 액트(Second Act)

이미지: 넷플릭스

[허슬러]에서 강한 카리스마로 건재함을 증명했던 제니퍼 로페즈. [세컨드 액트]는 강렬함 대신 친근한 모습으로 훈훈한 성공 스토리를 보여준다. 실력은 좋지만 학력 때문에 승진의 벽에 부딪힌 대형마트 부지점장 마야가 뜻하지 않게 가짜 이력으로 대기업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마야의 고군분투에 출생의 비밀이 얽힌 가족 드라마로 확장되면서 학벌지상주의에 맞서는 후련함이 반감되기도 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스토리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다.

덤플링(DUMPLIN’)

이미지: 넷플릭스

미인대회 우승자 출신 엄마에게 ‘덤플링’(만두)이라고 불리는 10대 윌로딘이 자신의 방식대로 미인대회에 도전하는 이야기. 줄리 머피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며, 제니퍼 애니스톤과 다니엘 맥도널드가 대조적인 모녀로 호흡을 맞춘다. 극중에서 윌로딘이 좋아하는 가수 돌리 파튼이 실제 영화의 주제가와 음악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여성이 미인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을 회복한다는 내용은 예상 가능한 수순으로 흘러가지만, 그 뻔함에도 내면의 가치를 깨닫고 성장하는 모습은 흐뭇한 감동을 선사한다. 윌로딘과 갈등하면서도 딸을 걱정하는 엄마 로지를 연기했던 제니퍼 애니스톤은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머더 미스터리]에서 아담 샌들러와 함께했다.

레드 씨 다이빙 리조트(The Red Sea Diving Resort)

이미지: 넷플릭스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위장 작전으로 난민 수천 명을 탈출시킨 비밀 요원으로 변신했다. [레드 씨 다이빙 리조트]는 1980년대 초반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위험에 처한 에티오피아계 유대인을 구출한 실화를 옮긴 작품이다. 크리스 에반스를 비롯해 헤일리 베넷, 미힐 하위스만, 벤 킹슬리, 그렉 키니어 등 멀티캐스팅으로 시선을 끌고, 극적인 실화를 차분히 펼쳐 보인다. 흔한 영웅담으로 재현했다는 아쉬운 평가도 있지만, 실화 바탕 영화를 선호한다면 도전해보자. 기데온 라프 감독은 드라마에서도 이스라엘 정보기관을 다뤘는데, 사업가로 위장해 시리아의 권력층 내부로 잠입했던 엘리 코헨을 다룬 6부작 드라마 [더 스파이]가 있다.

오퍼레이션 피날레(Operation Finale)

이미지: 넷플릭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지휘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추적한 실화를 옮긴 영화. [오퍼레이션 피날레]는 신분을 위장한 아이히만을 생포하기 위해 비밀리에 작전을 계획한 뒤, 아르헨티나에서 납치해 이스라엘 법정에 세우기까지 여정을 담아낸다. 오스카 아이삭과 벤 킹슬리가 ‘쫓는 자’와 ‘쫓기는 자’로 분해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넷플릭스에는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꽤 있는데, 영화로 부족하다면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과 [공포의 이반]을 권한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이미지: 넷플릭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일하게 독일에 점령당한 영국 건지섬.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전쟁 중 부모를 잃은 아픔이 있는 작가 줄리엣이 한 통의 편지를 계기로 건지섬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줄리엣이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견딘 사람들과 소통하며 용기를 얻고 회복하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메리 앤 셰퍼와 애니 배로우즈의 동명 소설을 원작이며, 줄리엣과 건지섬 사람들을 이어주고, 혹독한 시련을 버티고 아픔과 상처를 치유한 글(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릴리 콜린스, 미힐 하위스만, 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 글렌 파웰, 매튜 구드, 캐서린 파키슨 등 멀티 캐스팅도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다.

아웃로 킹(Outlaw King)

이미지: 넷플릭스

작년 하반기에 티모시 샬라메의 [더 킹: 헨리 5세]가 화제를 모았다면, 재작년에는 크리스 파인의 [아웃로 킹]이 있었다. 토론토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주목을 받았던 [아웃로 킹]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의 지배를 받던 시절,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맞선 로버트 더 브루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로스트 인 더스트]의 데비잇 맥켄지 감독과 크리스 파인의 두 번째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으며(이후에는 크리스 파인의 신체 노출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사실적인 전투 묘사와 배우들의 열연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엘리자베스 러버 역을 맡아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플로렌스 퓨가 반갑다. 덧붙여 넷플릭스에 플로렌스 퓨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있긴 한데, 팬심이 가득해야 볼 수 있다. [침묵의 비명]이라고.

시크릿 세탁소(The Laundromat)

이미지: 넷플릭스

파나마 페이퍼스, [시크릿 세탁소]는 언젠가 뉴스에서 지나치듯 들어봤을 어마어마한 돈세탁 사건을 다룬 영화다. 재기 넘치는 범죄영화 [오션스] 시리즈를 연출했던 소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메릴 스트립, 게리 올드만,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유명 배우와 함께. 이 같은 조합만으로 솔깃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넘치는 기대에 비하면 영화는 의외로 평범하지만. 부자들을 위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파나마의 로펌과 터무니없는 보험료 때문에 엄청난 비리를 알게 된 엘런의 이야기가 빠르고 경쾌한 리듬으로 흘러간다. 제이크 번스타인의 『시크리시 월드: 자본가들의 비밀 세탁소』가 원작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시크릿 세탁소] 외에도 아이폰으로 촬영한 [높이 나는 새]를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