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화관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일러콘텐츠은 매주 수요일에 발행하던 신작 리뷰 코너를 당분간 넷플릭스 신작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어서 빨리 혼란스러운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며, 최근 일주일 사이에 공개된 넷플릭스 신작 후기를 소개한다.

그리고 베를린에서(Unorthodox) – 이 세상 수많은 ‘에스티’들을 위하여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데보라 펠드먼의 회고록에서 모티브를 딴 작품. 뉴욕 하시디즘 공동체를 탈출한 여성의 여정을 그린다. 에스티는 결혼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렇게 배웠고, 실제 공동체 내에서 여성의 역할이 출산과 내조뿐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은커녕, 마음 놓고 노래조차 부르지 못하는 세계에서 ‘특이한 애’로 살아온 에스티의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그렇게 그는 베를린행 비행기에 올라 꿈과 자유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전통과 규율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악습을 자행한 ’21세기’ 하시디즘 공동체의 민낯을 드러낸다. 에스티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그의 어머니가 겪은 억압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한데, 에스티의 모든 감정을 세심하게 묘사한 시라 하스의 열연이 몰입에 정말 큰 역할을 한다. 자신의 꿈을 발견한 에스티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자유를 스스로 쟁취한 그 앞에 어떠한 장애물도 방해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에서 출발한 에스티의 여정을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레이디스 업(Ladies Up) – 인도의 여성 코미디언 4인이 선보이는 유쾌한 스탠드업 코미디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인도의 여성 코미디언 네 명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탠드업 코미디. 연애, 결혼, 성(性), 문화 등을 주제로 인도의 여성으로 살면서 직접 겪은 사건들을 유쾌하게 소개한다. 네 사람은 비슷한 소재를 이야기하면서도 나이, 체격, 주변 환경 등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자신만의 특징을 코미디에 녹여낸다. 인도의 지역과 사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웃을 타이밍을 놓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보편적인 문화 속에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일화를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언어와 문화가 다를지라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새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에피소드당 러닝타임이 15분 정도로 짧아 가볍게 보기 좋다.

카 마스터: 튜닝의 신(Car Masters: Rust to Riches) 시즌 2 – 자동차 판 ‘러브하우스’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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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홍선: ★★★☆ 고담 카센터를 이끄는 마크와 숀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폐차 직전의 자동차를 튜닝을 통해 슈퍼카 수준으로 만드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러브하우스’의 자동차 버전이라고 해도 아주 다른 말은 아닐 듯하다. 말이 튜닝이지,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의 과정을 보여줘 매 에피소드마다 탄성을 자아낸다. 도색은 기본, 엔진과 각종 기기를 거뜬하게 설치하는 전문가들의 솜씨는 하나의 예술작업을 보는 기분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작업이 힘들어지자 기발한 방법을 고안해 끝내 튜닝을 완성하는 모습에서는 짜릿한 쾌감도 느낄 수 있다. [카 마스터]의 재미는 튜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팀의 리더 마크와 동료들이 작업하면서 나누는 농담도 유쾌하고, 멋지게 튜닝한 차를 숀이 구매자와 흥정해 높은 가격으로 파는 솜씨도 볼만하다. (이들의 목표는 멋진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비싸게 파는 것이다) 무엇보다 차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도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고철이 명품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재기 발랄한 영상으로 보여줘 눈길을 끄는 데다,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가 대부분 완결되어 시청에 부담이 없다.

와인을 딸 시간(Uncorked) – 꿈을 좇는 청년의 뒤엔 가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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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혜란: ★★★☆ 대를 이어 바비큐 장사를 할 것인가, 꿈을 좇아 마스터 소믈리에가 될 것인가? 청년 일라이자의 고민과 도전을 담은 [와인을 딸 시간]은 섬세하고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다. 일라이자는 가업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묵묵히 한 발씩 나아간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 좌절도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려는 유혹을 견디며 꿋꿋하게 버틴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지지와 응원은 일라이자에게 큰 힘이 된다. 영화 속 일라이자의 삶이 에디터의 경험과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까? 영화는 기대한 것보다 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했고, 에디터의 삶도 돌아보게 만들었다. 마무두 아티와 코트니 V. 밴스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부자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바비큐 향기와 재즈 선율이 흐르는 멤피스의 지역적 특색이 영화에 풍미를 더한다.

진실의 늪(The Mire) – 모호함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드라마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현정: ★★ [진실의 늪]은 제목처럼 사건에 빠져들수록 깊고 모호한 어둠에 잠식되는 이야기다. 1980년대 공산주의 정권 시절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동시기에 벌어진 이중 살인사건과 10대들의 자살에 얽힌 미스터리를 따라간다. 잇따라 죽음이 발생한 을씨년스러운 숲처럼 침전된 분위기 속에 폴란드를 떠나려는 베테랑 기자와 의욕 넘치는 신입 기자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죽음의 진실을 추적한다.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설정은 꽤 흥미롭지만, 안타깝게도 범죄 스릴러로서 매력은 그리 강하지 못하다. 소재는 무거운데 집중력이 부족하고, 각 사건에 따른 이야기의 톤은 들쭉날쭉하며, 공산주의와 권력에 염증을 느끼는 중심인물 비테크와 피오트르의 관계는 어정쩡하게 그려지면서 지루해진다. 음울한 시대, 추악한 욕망,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비극적인 사건이 모호하고 느슨하게 흘러가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도 밋밋하게만 다가온다.